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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삶이 ‘특별한 글’이 되는 순간

6화

by 효롱이

사람은 자기중심적이다.

이기적이라는 말과는 다르다.

우리는 자신의 육체로, 자신의 시간만을 살아가기 때문에‘나’에게 익숙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 부딪히면 자연스럽게 ‘나다운’ 정답을 떠올린다.


하지만 역으로 타인의 생각을 파악하는 능력이

세상을 훨씬 편하게 살아가는 법이다.


앞서 말한 친구는 그 방법을 터득해

수능을 거의 만점을 맞고, 국내 대학을 아이스크림 맛 고르듯 취향대로 선택해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다.


이건 공부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원하는 바를 쉽게 캐치할 수 있다면 이상형과의 만남을 이어갈 확률도 높아질 것이다.


브런치 작가 승인에 실패한 뒤, 나는 혼자서 ‘브런치가 원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를 브런치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다.


아마 그들은 개성 있는 글을 원할 것이다.


글을 엄청 잘 쓰는 사람을 찾는다면

신춘문예에서 작가를 구하면 될 일이다.

결국, 다 똑같은 글이 아니라 자신의 삶이 담긴 이야기를 선호하리라 생각했다.


브런치는 ‘누구나’

(물론 최소한의 자격은 필요하지만)

글을 쓸 수 있도록 열린 플랫폼이다.


사람으로 치면,

잘생긴 사람보다 ‘생긴 그대로 매력적인 사람’이면 충분한 곳이다.


그렇다면 개성 있는 글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글에는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에세이에서 개성을 가지려면 특별함이 필요하다.


Q) 나의 특별함은 무엇일까?


나는 어릴 적 시골에서 태어나

넉넉지 않은 가정에서 어렵게 법대에 입학했고,

사법시험을 준비하다 실패하고

지금은 직장을 다니고 있다.


특별하게 내세울 것 없는, 솔직한 나의 인생 타임라인.

이걸 게임으로 치면,

특별한 임무를 주는 NPC가 아니라

그저 배경을 채우는 캐릭터에 가깝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다시 이야기를 해보겠다.


경상북도 고령.

시골 공기만큼 해맑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말하기도 싫은 IMF

그 험난한 여파는 우리 집도 흔들었다.


아버지는 마을에서 막역한 친구의 연대보증을 섰다.

사업은 흥하기는 어렵고, 망하기는 쉽다.

안타깝게도 그분의 사업도 부도가 났다.


자그마한 의상실을 하시던 어머니는

새벽까지 재봉틀 앞에서 일했고,

주름이 하나 둘 늘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는 미역국을 끓여 저녁상을 차려두고

검은색 잠바를 입으셨다.


형과 나에게 둘이 밥을 먹으라 하고

어디 나갔다 오겠다고 하셨다.

나는 왜 함께 밥을 안 드시냐고 물었다.


문을 여시던 어머니가 뒤돌아보셨다.

틈새로 어머니 얼굴만큼 마른,

시린 겨울바람이 스며들었다.


어머니는 나를 보며

“한번 내가 직접 갔다 와야 할 것 같구나.”

라고 말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셨다.


어린 나이였지만,

예민하고 조숙했던 나는 알 수 있었다.

친구에게 한마디도 못 묻는 아버지의 성격을 아시기에

어머니가 그 집으로 직접 가신다는 것을.


평소엔 초저녁 잠이 많았지만

그날만큼은 밤이 가장 짙은 순간까지

문 앞에서 기다렸다.


스르륵

눈이 내려앉듯 조용히 문이 열렸다.


나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받으셨어요?”


주어도 없고 과정도 없는 질문이었다.

차마 ‘돈’이라고 말할 수 없었지만,

자식의 마음을 모를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어머니는 우리를 방으로 데려가 말씀하셨다.


“가보니, 어린애들도 있더라.

그 집은 밥을 못 먹어 그 어린것들이

빼짝 말랐더라.

우리는 배고프진 않잖아, 그지?”


그 말은 나에게 하는 말이자,

스스로에게 읊조리는 말처럼 들렸다.


결국 어머니는 돈을 받아오기는커녕

그 집에 쌀 한 포대를 사주고 오셨단다.


그날부터 나는 가난이 우리 삶에 어떤 골칫거리를 던져주는지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 나는 대학에 갔다.

지금이라면 돈도 없는데

굳이 대출까지 받아 대학을 보내지 않았겠지만

당시엔 대학 졸업이 ‘사람답게 사는 길’이라는 분위기였다.


부모님도 평범한 분들이라

성적이 나쁘지 않았던 내게 법대를 권했고,

나는 독한 마음으로 입학했다.


또래들처럼 놀고 싶지 않았다.

신입생 첫날부터 도서관을 찾아가 밤을 새웠다.

태어나 처음 서울에 올라와

좁은 고시원에서 홀로 잠을 청했다.


그곳에서도 가장 저렴한 방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서는 그 고시원비조차 밀리기 시작했다.


여기까지가 내가 조금 더 자세히 풀어쓴 이야기다.


처음의 짧은 요약은 이랬다.

-> “나는 어릴 적 시골에서 태어나 넉넉지 않은 가정에서 힘들게 법대를 입학하고,

사법시험을 준비하다 실패하고

지금은 직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같은 내용이지만,

이렇게 풀어쓰면 느낌이 전혀 다르다.

글이 조금 더 개성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아주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불혹을 넘어 살아보니 삶은 원래 평평한 도로를 달리는 것이 아니라

깊은 산, 아무도 찾지 않는 오솔길을 오르는 것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 걱정 없는 사람처럼 보여도

모두 각자의 고뇌를 안고 살아간다.

그러니 굳이 ‘특별한 경험’을 억지로 찾아내려 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의 삶에 돋보기를 대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누구나 특별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고유함’을 지닌 존재다.


나는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기 위해

해변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약돌을 고르듯

내 삶을 조심스레 들여다보았다.


사법시험에 실패했지만 소소한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행복을 찾아 글을 쓰는 사람.


이 정도의 아이덴티티면 충분하다.

나는 이것을 토대로 글을 쓰고 양식을 다시 작성했고, 그 뒤 바로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았다.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려는 분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만약 내가 독자라면, 어떤 포인트가 흥미로울까?”


이 질문을 먼저 스스로에게 던지고

그 지점을 확실하게 어필하기를 바란다.



이 글은 마흔 이후 브런치에서 독학으로 글을 쓰며 출판 제안을 받고 행복한 사람은 글을 쓰지 않는다. 를 출간하기까지의 과정과 기술을 솔직하게 나누는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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