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와 만족은 비례하지 않는다.
오늘은 아침부터 기분이 참 좋았다.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티타임에 티오프하기도 했고,
적당히 일찍 일어나 준비하는 과정까지도 무난하고 평화로웠다.
햇살은 강하지도, 흐리지도 않은 딱 좋은 온도였고, 잔디 위에 남은 이슬이 빛나고 있었다.
그 순간만으로도 오늘 하루는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러나 함께 치는 동반자들의 핸디캡이 26, 36이라는 사실을 보고 약간 겁이 났다.
‘혹시 플레이가 늦어지면 어쩌지? 공 찾느라 시간을 다 쓰면 내 샷에 집중할 수 있을까?’
마셜의 눈치를 보며 쳐야겠구나 싶었다.
골프는 분명 개인의 경기 같지만, 동시에 아주 사회적인 스포츠라는 걸 다시 실감했다.
다행히도 동반자들은 비록 잘 치지는 못해도 룰을 알고, 다정한 사람들이었다.
걱정은 덜어냈지만, 연습 때부터 어쩐지 몸이 휘청거렸고, 뒷땅과 까는 어프로치가 잦았다.
불안은 현실이 되었고, 티샷은 왼쪽으로 도망가버렸다.
첫 홀은 보기로 마무리했지만 오늘 경기 방식상 마이너스 점수였다.
“조금 더 집중해야겠다.” 마음을 다잡았다. 한 주의 마지막 날 골프를 못 치면,
내겐 그 주가 너무 고달프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샷 하나하나 마음에 드는 건 없었지만 스코어는 크게 무너지지 않았다.
내 핸디캡에서 겨우 하나 못 친 정도.
막을 곳은 잘 막았고, 무너질 만한 순간에도 버틸 수 있었다.
잘 할 수 있는 자리에서 미스가 너무 많아 화도 났지만,
동반자의 여유로운 리듬 덕분에 내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이 충분했던 것 같다.
돌이켜보니 오늘의 스코어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만족은 전혀 없었다.
이렇듯 성적과 만족은 언제나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 둘은 자주 엇갈린다. 만족스러운 샷은 있었지만 스코어가 따라주지 않는 날도 있었고,
오늘처럼 성적은 괜찮았지만 만족이 없는 날도 있었다.
누군가 말했듯, 골프는 실패를 만회하는 스포츠다.
하지만 그 만회가 성적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만족은 스코어라는 숫자의 보상이 아니라, 과정에 충실했을 때 따라오는 부산물이다.
우리는 결과와 만족이 늘 함께 연결되어 있다고 믿지만,
사실 그것은 별개의 것이다.
성적은 그날의 기록에 불과하지만, 만족은 내일을 살게 하는 힘이다.
그러니 스코어카드는 두 장이 필요하다.
하나는 종이 위에 남는 공식 기록, 또 하나는 마음속에 새기는 자기만족의 기록이다.
내 손에 쥔 스코어카드는 종이에 불과하지만,
마음속 스코어카드는 결코 버려지지 않는다.
거기엔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성장의 흔적이 남아있다.
‘오늘은 미스가 많았지만, 어제보다 빨리 회복했는가.’
‘어려운 샷을 과감히 시도했는가.’
‘실패한 자리에서 배우고 넘어섰는가.’
그런 기록은 숫자로 증명되지 않지만, 오래 남는다.
오늘처럼 만족스럽지 못한 샷들, 그린 수리 자국에 걸려 재수 없게 튀어버린 내 공,
꼭 점수를 내야 하는 순간 불어온 바람에 막힌 샷들.
성적에선 아쉬움이지만, 연습했던 동작을 충실히 쓰려 한 나의 시도들은
또 다른 만족으로 남았다.
결국 진짜 만족은 스코어카드 바깥에 있다.
어제보다 나아졌다는 작은 증거들, 더 빨리 회복하려는 노력들,
그리고 다시 다음 라운드를 기대하는 마음.
그 모든 것이 나만의 비밀스러운 기록이 된다.
성적과 만족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하지만 만족을 기록할 줄 아는 사람은
누구도 가질 수 없는 자신감이라는 힘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