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에 골프치는 행복

좋아하는 일을 응원받으며 사는 기쁨

by Even today

생일을 앞두고, 올해는 선물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선물처럼 느껴졌다. 골프를 다시 시작한 지 2년 반, 이제는 정말 ‘찐 골프러버’가 되었다. 골프와 일, 그 두 가지로 하루가 꽉 찬다. 돈을 버는 시간 외의 모든 시간을 골프로 채우는 내 삶은 생각보다 꽤 괜찮은 라이프스타일인듯하다. 생일이 다가오는데도 큰 선물을 바라기보다 어디 좋은 골프장에서 하루를 즐겁게 보낼 생각에 한 달 내내 설렘으로 가득했다.


이번 생일에는 시드니에서 내가 가본 골프장 중 가장 아름다운 곳, ‘더 코스트(The Coast)’를 선택했다. 하늘은 완벽했고, 바다는 반짝였으며, 바람은 딱 좋았다. 그날 나는 미국에서 여행 온 부자(父子)와 함께 라운드를 하게 되었는데, 아들은 나와 비슷한 또래였고, 그들은 호주의 명문 골프장을 여행하고 있었다. 마지막 라운드를 나와 함께 하게 된 건 우연이었지만, 이야기하고, 사진을 찍고, 웃으며 보낸 그 시간은 정말 즐거웠다. 코스는 한 번밖에 가보지 않았지만 샷이 놀랍도록 잘 맞았고, 칭찬도 받았다. “미국에 와서도 꼭 골프를 쳐봐라. 분명 즐거울 거야.” 그들의 말이 오래 남았다. 생일날 좋은 날씨, 좋은 사람들과 필드 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했다. ‘이곳이 천국이 아니면 어디가 천국일까.’ 라고 생각했으니, 그날의 평화로움은 꽤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예전엔 생일 선물로 예쁜 가방이나 화장품을 원했지만 이제는 아이언과 우드가 가장 반짝이는 선물이다. 언니는 피팅까지 마친 아이언을, 남자친구는 새 우드를 선물해줬고, 나는 내 생일선물로 스코티카메론 퍼터와 새 골프백을 샀다. 물질적인 선물이 물론 기쁘지만, 그것보다 더 기뻤던 건 나를 지지해주는 마음이었다. “너의 열정은 멋지다.” “계속 해봐.” 그 말들이 나에게는 어떤 명품보다 값졌다.


골프는 혼자 싸우는 경기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는 걸 안다. 내 곁에서 “그런 날도 있지”라고 말해주는 사람, “니가 못하면 누가 하겠냐”라고 웃어주는 사람들 덕분에 나는 무너졌다가도 다시 일어난다. 응원은 결과보다 오래 남는다. 내가 골프를 그만두더라도 그 따뜻한 말들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 골프처럼 인생도 혼자 걸어가는 길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여정임을 알게 되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인생에서 정말 오래 기억하는 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것을.

수능 때 몇 점을 받았는지는 희미한데, 그 점수를 받기 위해 독서실에 가서 공부하고, 짬을 내 친구와 도시락을 먹고, 간식을 나눠 먹기도 하고, 컵라면을 호호 불어 먹으며 시험 이야기를 하던 그 순간들은 지금도 생생하다. 결국 기억에 남는 건 ‘몇 점을 맞았는가’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견뎠는가’, ‘누구와 함께였는가’다. 골프도 그렇다. 내가 언제 몇 타를 쳤는지는 금세 잊히지만, 비 오는 날 젖은 잔디 위를 걸으며 웃던 순간,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퍼팅을 성공시켰던 그 감정은 오래 남는다.


라베를 찍은 날보다 더 오래 남는 건 함께 웃었던 날, 바람결에 나눴던 대화들이다. 쉬운 날은 기억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그 일을 지지해주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지금, 그 자체가 이미 충분한 선물이다.


올해 생일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선물보다 값진 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걸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 내일도 모레도 공을 칠 것이다. 햇볕에 흔들리더라도 내 안엔 언제나 다시 중심을 잡는 힘이 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매일이 생일 같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 좋아하기 위해선 그 길을 함께 걸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걸, 나는 올해 내 생일에 다시 한 번 배웠다.

목요일 연재
이전 17화골프에서 배운 침묵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