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안식월 이야기] 우리 둘의 작업실은 가능할까
“그는 나보고 쉬었다 가라 했다. 나는 거절했다. 그는 손만 잡고 있을 거라고 맹세했다. 그와 나누는 이야기를 몹시 좋아하는 나는 침대에 딱 선을 그을 거라고 대꾸했다....(중략) 나는 침대에 누웠다. 그는 여전히 내 손을 잡지 않았다. 호텔 들어오기 전에 본 번영주택(2층짜리 연립주택, 천변뷰)으로 화제를 옮겨 갔다. 거기를 사서 우리 둘의 작업실로 쓰자고 했다. ‘나 요새 쫌 돈 없는데....’ 염력과 독심술을 쓰는 그는 7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인세와 강연료와 원고료를 모아둔 자신의 ‘작가 통장’ 잔고를 밝혔다.
김진영 철학자는 <이별의 푸가>에서 육체는 미래를 모르고 오로지 과거만을 안다고 했다. 자기가 있었던 곳, 머물렀던 시간, 자기가 만지고 감각하고 느꼈던 손, 팔, 입술, 목소리만을 안다고. 그를 알고 지낸 15년과 나눴던 무수한 이야기와 곁에 바짝 붙어 걸을 때의 감촉을 기억하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했어야 할 말을 나는 카톡으로 고백했다. “최은경 작가님이 오늘 준 선물을 오래 기억할게. 작가 통장 잔고도. 제발 나를 가져.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