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 퇴사, 또 한 번 창업

어린이 독서 클럽을 열다

by 다D

스레드에서 본인 연령을 30대 후반이라고 공개하신 분이 '진로 고민은 도대체 몇 살이 돼야 끝나?'라고 하셨다.

나는 주저 없이 '할머니가 돼서도 고민할 거'라고 답글을 남겼는데 바로 다음 날 그 답글이 조회수 1000회를 넘겼다는 알림을 받았다. 해당 답글을 쓴 본인은 질문 작성자와 같이 30대 후반의 기혼자 신분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갓 개업한 시점이었다.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겁이 나던 찰나에 적어도 천 명은 내 진로관을 읽으려고 손을 움직였다는 생각에 힘이 났다.



새해마다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 지금 여건을 적어 모으다가 마음이 조급할 때 펼친다. 작년 4분기가 바로 그때였다. 문제는 이제 부모가 될지도 모를 미래의 일상도 고려하다 보니 앞의 세 가지 일을 받쳐줄 여건이 없었다. 결국 작은 상자에 들어간 기분이 들 만큼 여러 제한 사항을 걸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택했다. 그렇게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독서 클럽이 열렸다.


전 회사를 잠시 말하자면, 상경계열 출신이 공업 도시로 결혼 유학을 와서 경영 지원이 아닌 부서에 채용되어 여전히 감사하다. 서울에서 받던 처우를 생각하면 빈번히 자괴감이 들었지만, 내가 이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 중에서는 최고의 대우를 받았던 것 같다. 게다가 좋은 선배님들을 만나 업무를 넘어 우리 지역에 어울리는 여유와 삶의 지혜를 배웠다. 회사 생활이 이렇게나 재미있었기 때문에 안 맞는 옷을 불편하게 입은 기분은 왜 드는지 알 수 없었다.


몇 달 후, 전 회사를 다니는 내내 불편했던 이유는 '업무에 사명감이 생기지 않아서'였다고 결론 내렸다.

그걸 깨닫기까지 출근하는 날은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에 도착해 이 낯선 감정의 원인을 스스로에게 물었고, 그럴수록 머릿속에는 물음표만 늘었다. 그 물음표들이 머리 밖으로 새어 나올 즈음에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신기하게도 독서지도사 시험을 한 달 앞두고 회사 생활보다 어려운 개업 준비를 공부와 동시에 하면서 오히려 숨이 트였다. 이 일을 하면 귀여운 수입으로 살아가야 하는데도 빠졌던 머리카락이 다시 나는 경험을 하는 중이다.


우리 독서 클럽


학부모님들께는 내 수업을 이렇게 소개하고 싶다. 부끄러워서 아직 공개하지는 못했다.



'고등학교에 가서도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초등학생 때 공통으로 한 이것.

자녀 교육에 관심 있는 부모님들은 너무 많이 들으셔서 오히려 긴가민가 해지셨을 수 있습니다.

바로 '독서'인데요.

저도 독서로 삶의 난이도가 내려간 경우라 ㅇㅇ에서 독서토론논술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평범한 머리로 해 볼 수 있는 건 노력해서 거의 해냈습니다.

제가 수능 본 해는 만 점도 서울대 예비 합격이었을 만큼 공부 잘하는 또래가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와중에 뛰어놀 땐 놀고 공부할 땐 공부하면서 외고에 진학했고,

외국에서 학교를 다니기도 했고,

송도신도시와 대치동에서 학생들을 지도했고,

한국에서 대기업, 중기업, 소기업, 국가기관 채용 전형들을 모두 겪고 근무도 했습니다.

어릴 때 책으로 토론하고 글쓰기 연습을 한 덕분에 높은 진입장벽들을 넘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독서지도사를 공부하는 반년 동안 배운 방법 대로 어린이 책을 수십 권 읽고 감상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미술관 작품들을 볼 일이 있었는데, 저는 예전보다 풍부하게 사색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풍부하게 사색할 수 있다는 건 주어진 환경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 계기로 독서에 흥미를 붙여주는 일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저와 수업하면 아이들의 세계관이 넓어진다는 인사를 많이 들었습니다.

부모님께서 아이들에게 여러 교육을 시켜주시는 목적은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어른'으로 크게 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향한 제 목표도 그렇기 때문에 학습 결과에 나타나나 봅니다.


책 잘 읽는 아이는 지식을 최대로 활용하는 법을, 안 읽는 아이는 독서 습관 만드는 법과 꿈꾸는 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저와 함께 똑똑하면서 행복한 아이로 키우실 부모님은 연락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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