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자본주의의 세계 속에서
감시자본주의를 설명하는 개념은, 디지털 플랫폼이 만들어낸 새로운 현실을 포착한다는 점에서 유용하지만, 그 개념이 하나의 독립된 이론으로만 제시될 경우, 감시라는 현상이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이론과 경험연구의 중심 주제였다는 사실, 그리고 데이터 추출이 특정 산업의 특수한 전략이 아니라 경쟁과 수익 모델 속에서 반복적으로 강화될 수 있다는 구조적 조건이 함께 가려질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본 장에서는 감시자본주의를 둘러싼 논의를 주보프의 틀로만 정리하기보다, 사회학·인류학·경제학에서 축적되어 온 선행연구를 몇 개의 큰 축으로 나누어 배치함으로써, 이후 장에서 제시될 형식의 효과에 대한 최소 실험이, 단순히 일상 경험을 나열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거시적 논의와 미시적 메커니즘을 연결하는 근거로 기능할 수 있는 위치를 먼저 정리할 수 있도록 안배하고자 한다.
감시를 권력의 문제로 다루는 고전적 논의는, 감시를 관찰 행위로만 축소하지 않고, 사회적 규범과 평가 체계가 반복적으로 작동하는 제도적 환경 속에서 개인이 자기 행위를 조정하도록 만드는 형성의 기술로 이해해 왔는데, 이러한 관점은 규율권력과 규범화의 과정을 분석한 푸코의 작업에서 대표적으로 확인된다(Foucault, 1977). 이 틀에서 중요한 점은, 감시가 외부의 강제만으로 작동하기보다, 평가 가능성과 비교 가능성이 일상화된 환경을 통해 내면화될 수 있다는 점이며, 이는 디지털 서비스의 동의 절차가 단발적 사건이 아니라 반복되는 관문으로 제시되면서, 사용자가 특정한 선택 경로에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과정과도 연결될 수 있다.
규율의 논리가 울타리형 공간과 제도적 규칙을 통해 주로 작동했다면, 데이터와 코드에 의해 연속적으로 조정되는 통제의 양식이 강화된다는 문제의식은 들뢰즈의 통제사회 논의에서 제시되는데(Deleuze, 1992), 이는 플랫폼 환경에서 관찰과 분류가 단지 기록의 축적이 아니라 추천, 배열, 노출, 알림과 같은 미세한 조정으로 환류된다는 점을 이해하는 데에 특히 유용하다. 즉, 감시가 무엇을 보았는가라는 질문을 넘어, 관찰된 것이 어떤 계산을 거쳐 어떤 방식으로 다시 환경을 바꾸는가라는 질문이 중심이 될 때, 동의 절차의 형식이 데이터화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장치로 자리 잡는 이유가 더 선명해진다.
권력 이론이 감시의 규범적 의미와 사회적 형성 효과를 강조한다면, 감시연구 분야는 감시가 실제로 사회에서 수행하는 기능, 특히 분류와 차등 배분의 기능을 구체적으로 분석해 왔는데, 감시가 위험 관리와 결합하면서 사회적 분류를 강화할 수 있다는 관점이 그 중심에 놓인다(Lyon, 2007). 이 관점은 감시를 단순한 사생활 침해의 문제로만 다루지 않고, 누가 신뢰할 만한지, 누가 위험한지, 누가 우선적으로 서비스나 기회의 대상이 되는지와 같은 판단이 데이터 기반의 범주화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그 결과가 불평등한 분배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다(Lyon, 2003).
상업적 감시를 비교적 이른 시기에 정치경제적으로 분석한 갠디의 논의는, 기업이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분류하는 과정이 단순히 편의의 제공을 넘어 선별과 배제의 메커니즘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Gandy, 1993). 또한 감시가 하나의 기관이나 하나의 장치에 의해 수행되는 단선적 과정이 아니라, 서로 다른 데이터 흐름이 결합하면서 개인에 관한 데이터 더블이 구성되고, 그 더블이 다양한 영역에서 재활용되는 구조로 작동한다는 설명은, 해거티와 에릭슨이 제시한 감시 조립체 개념을 통해 정교화된다(Haggerty and Ericson, 2000). 이때 동의 절차는, 단지 특정 앱 내부의 승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결합 가능성을 확대하는 출발점으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동의의 결과를 즉시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적 이유가 동시에 발생한다.
감시의 양식이 특정 개인을 직접 추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광범위한 집단을 대상으로 자동화된 분류와 탐지를 수행하는 방향으로 이동한다는 논의는, 마르크스가 제시한 뉴 서베일런스의 틀에서 확인되며(Marx, 2002), 이는 디지털 환경에서 감시가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상시적 프로세스로 자리 잡는 조건을 설명한다. 특히 이러한 자동화된 감시가 일상적 서비스 이용의 미세한 형식, 즉 기본값, 마찰, 절차적 경로의 설계와 결합할 때, 데이터가 확보되는 경로 자체가 비용 효율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 이후 장의 실험적 문제의식과 맞물린다.
감시자본주의를 개별 기업의 의도나 윤리성으로만 설명하지 않기 위해서는, 데이터 추출이 왜 반복적으로 강화되는지, 그리고 왜 다른 선택지가 있음에도 특정한 방향의 최적화가 지속되는지에 대한 정치경제적 설명이 필요해지는데, 플랫폼 자본주의 논의는 플랫폼을 단순한 기술 서비스가 아니라 네트워크 효과와 데이터 축적을 통해 경쟁 우위를 형성하는 경제 조직으로 분석하면서, 이러한 구조적 조건을 제시한다(Srnicek, 2016). 이 틀에서 데이터는 광고 수익에만 연결되는 자원이 아니라, 서비스 개선, 시장 지배의 강화, 신규 사업의 확장과 결합될 수 있는 전략적 자산이 되며, 그 결과 동의율을 높이는 형식적 설계가 반복적으로 선택될 유인이 강화된다.
더 나아가 데이터 식민주의 관점은, 데이터 추출이 단지 특정 산업의 수익화 방식이 아니라, 연결과 접속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인간의 삶이 추출 가능한 원료로 재구성되는 과정과 결합될 수 있음을 강조하면서, 데이터 추출이 자연스러운 편의의 대가로만 이해될 때 발생하는 정치적 맹점을 지적한다(Couldry and Mejias, 2019). 이 관점은, 동의 절차가 사용자에게는 사소한 클릭으로 보이더라도, 사회적 차원에서는 연결의 조건을 재편하는 인프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데에 유효하며, 이후 장에서 논의될 외부효과의 문제를 더 넓은 구조적 맥락에서 위치시키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감시자본주의가 대규모로 작동하는 이유를 설명할 때, 이용자 선택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한 미시적 분석이 필요해지는데, 이때 경제학의 정보 비대칭 논의는 플랫폼과 이용자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기본 틀을 제공한다. 아커로프의 레몬시장 논의가 보여주는 핵심은, 거래 당사자들이 보유한 정보의 수준이 불균등할 때 시장의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이며(Akerlof, 1970), 플랫폼 환경에서는 이용자가 자신의 데이터가 어떤 방식으로 결합·활용되는지에 대한 정보와 통제력을 충분히 갖기 어렵고, 플랫폼은 이용자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선택 환경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보 비대칭이 동의 절차에도 구조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프라이버시 경제학의 연구들은 프라이버시를 단순한 심리적 선호가 아니라 비용과 편익의 계산, 시장 구조, 제도적 규제와 결합된 문제로 정리하면서(Acquisti, Taylor, and Wagman, 2016), 사람들이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평가한다고 응답하는 태도와 실제 행동 사이에서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음을 다양한 수준에서 설명해 왔다(Acquisti, Brandimarte, and Loewenstein, 2015). 이때 불일치는 개인의 비일관성만을 의미하기보다, 선택이 이루어지는 환경이 제한된 주의, 시간 압박, 선택 피로와 같은 조건을 통해 특정 방향의 결정을 상대적으로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시사하며, 동의 화면에서의 선택이 가치관의 직접적 표현이 아니라 비용 구조에 대한 반응으로 형성될 가능성을 강화한다.
이상의 선행연구를 하나의 지도로 정리하면, 감시자본주의는 권력의 형성 작용과 통제의 확장이라는 고전적 문제의식(Foucault, 1977; Deleuze, 1992), 사회적 분류와 자동화된 위험 관리라는 감시연구의 관점(Lyon, 2007; Haggerty and Ericson, 2000; Marx, 2002), 데이터 축적과 경쟁 전략이라는 플랫폼 정치경제(Srnicek, 2016; Couldry and Mejias, 2019), 정보 비대칭과 선택구조가 만드는 미시적 왜곡(Akerlof, 1970; Acquisti, Taylor, and Wagman, 2016; Acquisti, Brandimarte, and Loewenstein, 2015)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가장 설득력 있게 이해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논의들은 종종 거시적 구조의 설명에 집중하면서도, 이용자가 실제로 마주치는 동의 절차의 형식이 선택을 어떤 방향과 규모로 이동시키는지, 그리고 그 이동이 집단 내부의 이질성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비교적 단순한 모형을 통해 점검하는 작업은 상대적으로 약하게 남아 있다. 본 연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주보프가 제시한 감시자본주의의 기본 구조, 즉 인간 경험의 데이터화가 예측과 개입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전제로 하되(Zuboff, 2019), 동의의 형식이 데이터화의 지속성을 어떻게 안정화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공정한 절차, 마찰이 큰 절차, 기본값이 편향된 절차, 보상과 결합된 절차라는 네 가지 조건을 최소 모델로 구성하고, 사용자 집단을 성향에 따라 분류하여 형식의 효과가 누구에게서 특히 크게 나타나는지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선행연구 지도를 바탕으로, 에이전트 기반 시뮬레이션의 변수와 규칙을 명시하고, 형식의 변화가 동의율을 어떻게 이동시키는지, 그리고 위험 인식의 가중치가 커지는 조건에서도 마찰과 기본값의 효과가 어느 정도 유지되는지를 점검함으로써, 감시자본주의가 거대한 담론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 형식의 설계 속에서 누적되는 구조라는 점을 실험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참고문헌
Acquisti, Alessandro, Laura Brandimarte, and George Loewenstein. 2015. “Privacy and Human Behavior in the Age of Information.” Science 347(6221): 509–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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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erlof, George A. 1970. “The Market for ‘Lemons’: Quality Uncertainty and the Market Mechanism.”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84(3): 488–500.
Couldry, Nick, and Ulises A. Mejias. 2019. The Costs of Connection: How Data Is Colonizing Human Life and Appropriating It for Capitalism. Stanford, CA: Stanford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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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yon, David, ed. 2003. Surveillance as Social Sorting: Privacy, Risk and Automated Discrimination. London/New York: Routl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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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nicek, Nick. 2016. Platform Capitalism. Cambridge: Po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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