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라, 나의 기타

by 율팬

초여름 푸른 밤

낡은 기타를 내놓는다

종이, 비닐, 플라스틱, 유리병...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그 무엇으로도 분리할 수 없는

풋풋한 젊은 날

지독한 그리움

오랜 연민이자

견고한 고독이

푸른 모자를 눌러쓴

경비 아저씨 말 한마디에

단돈 이천원에 버려진다


우우웅... 우웅... 우웅...


그것이 낮은 소리로

내 발목을 잡았는가

순간 나는 멈칫하였지만

긴 그림자를 뒤로 하고

천천히 돌아섰다

내 인생의 전부였고

내 세상의 모두였던

너는 이제 어두운

골방을 떠나

밤하늘 별이 되어

세상을 비추려마


잘 가라 나의 기타

사랑하는 나의 우주


율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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