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양치/샤워는 사치가 됐나

피로 사회에서 무너지는 자기관리의 최소선

by DataSopher

먼저 앞에 편을 다시 볼까요?

https://brunch.co.kr/@daeheestory/237



오늘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예전에는 씻는다는 것이 하루를 정리하는 행위였다.

아침에 세수하고 이를 닦는 일은 “오늘을 시작하겠다”는 선언 같았고 밤에 샤워를 하는 일은 “이제 오늘을 끝내겠다”는 의식처럼 작동했다. 몸을 씻는 행위는 삶의 리듬을 다시 자기 손에 쥐는 일이었다.


요즘은 어떤가.

양치와 샤워조차 자주 이렇게 말해진다.

“너무 피곤해서 그냥 잤어.”

“오늘은 진짜 씻을 힘이 없더라.”

“바빠서 대충 나왔어.”


이 말들이 낯설지 않다는 것 자체가 이미 신호다.

지금 양치와 샤워를 게을러서 놓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자기관리조차 버거운 상태에 점점 더 자주 놓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개인의 나태함으로 해석한다.

관리가 안 됐다, 자기 자신을 놓았다, 의지가 약하다.

그렇게 말하면 너무 쉬워진다. 쉬운 설명은 대개 문제의 본질을 놓친다.


양치와 샤워는 원래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몇 분이면 끝나는 행동이다.

왜 그 몇 분이 무너지기 시작했을까.

사람들은 시간이 없어서만이 아니라 정신적 에너지와 회복력이 먼저 바닥났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는 늘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라고 요구한다.

빨리 출근하고, 빨리 답장하고, 빨리 성과를 내고, 빨리 회복해서 다시 일하라고 말한다. 문제는 이렇게 모든 것이 성과 중심으로 재편될수록 당장 돈이 되지 않는 행위들은 쉽게 밀려난다는 점이다. 양치도 샤워도 생산성의 언어로 보면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않는다. 피곤한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판단한다.


“오늘은 이 정도는 생략해도 되겠지.”


바로 그 순간 자기관리는 사치처럼 취급되기 시작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양치와 샤워가 청결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스스로에게 보내는 아주 기본적인 메시지다.

나는 나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메시지.

오늘이 아무리 엉망이어도 최소한의 질서는 지키겠다는 선언.

이 습관이 무너지면 입 냄새나 머리 상태만 나빠지는 게 아니다.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에 대한 기준을 조금씩 낮추기 시작한다.


하루쯤은 괜찮다.

이틀도 버틸 수 있다.

이런 생략이 반복되면 삶 전체가 “대충”의 리듬으로 바뀐다.

대충 먹고, 대충 입고, 대충 말하고, 대충 관계를 맺고, 대충 견딘다.

몸의 관리가 무너지는 순간 정신의 기준도 함께 느슨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 무서운 건 사회가 이 상태를 너무 쉽게 정상화한다는 점이다.

피곤해서 못 씻는 것은 공감받고 바빠서 양치를 못 하는 것은 이해받는다. 물론 사람은 누구나 지칠 수 있다. 문제는 예외가 점점 일상이 되는 순간이다. 사회 전체가 만성 피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기본적인 자기관리조차 선택 가능한 옵션처럼 바뀐다.


그때부터 품격은 개인의 덕목이 아니라 계급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여유 있는 사람만 깨끗할 수 있고, 시간이 있는 사람만 단정할 수 있고, 덜 지친 사람만 자신을 관리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이 지점이 불편하다. 원래 자기관리는 사치재가 아니었다. 누구나 누려야 하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질서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 최소선조차 피로와 바쁨에 잠식되고 있다.


결국 양치와 샤워의 붕괴는 사회가 사람에게 허용하는 회복의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증거다.

사람이 스스로를 돌볼 힘조차 남기지 않은 채 하루를 끝낸다면 그 사회는 효율적인 것이 아니라 잔인한 것이다.


그래서 이 문제를 개인 훈계로 끝내서는 안 된다.

“좀 씻어라”라고 말하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더 필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씻을 힘조차 없이 하루를 마감하게 되었는가.

왜 자기관리가 습관이 아니라 결심의 영역이 되었는가.

왜 기본이 기본으로 유지되지 못하고 있는가.


나는 양치와 샤워가 일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건 깔끔함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자기 자신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회인지 아닌지를 보여주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더 좋은 샴푸나 더 비싼 치약이 필요한 게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하루의 마지막에 자신을 정리할 수 있을 만큼의 여유와 존엄인지도 모른다.



7화 예고

기침을 가리지 않는 사회 — 배려가 사라질 때 감염보다 먼저 퍼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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