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는 왜 점점 무례해지는가

조회수로 공공성을 파는 시대

by DataSopher

어떤 인플루언서들을 보고 있으면 카메라를 드는 순간 사람이 아니라 권력이 된 것처럼 행동한다.

길 한복판을 막고, 카페를 세트장처럼 쓰고, 엘리베이터를 점유하고, 지나가는 타인은 배경 소품처럼 취급한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런 장면을 문제라고 느끼지 않는 태도다. “어차피 잠깐인데요.” “모자이크 하면 되잖아요.” “원래 다 이렇게 찍어요.” 이 말들은 지금 시대의 병을 정확히 보여주는 증상이다.


우리는 흔히 이런 장면을 보고 “예의가 없네” 정도로 끝낸다. 예절 문제가 아니다. 더 본질적인 문제다. 공공장소를 함께 쓰는 시민이라는 감각이 무너지고, 타인을 내 수익을 위해 잠시 감수해야 할 장애물로 보는 시선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런 민폐 촬영은 이미 공공시설 운영에도 영향을 줬다. 서울 동작대교 엘리베이터는 웨딩 촬영 명소로 떠올랐지만 일부 이용자들이 엘리베이터를 붙잡고 촬영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현장에 촬영 자제와 이용 에티켓 안내가 붙었다. 공공시설은 모두의 것인데 누군가는 그것을 자기 콘텐츠 제작비를 아끼는 무료 스튜디오처럼 사용한 셈이다.




이 장면이 불편한 이유는 명확하다. 민폐 인플루언서는 공간만 점유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시간을 훔친다. 누군가의 출근, 누군가의 산책, 누군가의 일상은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오직 각도와 조명, 알고리즘, 그리고 수익화다. 이쯤 되면 콘텐츠가 아니라 착취다. 남의 일상을 무단으로 침범해 자기 브랜드를 키우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건 이런 문화가 플랫폼 구조와 맞물리며 증폭된다는 점이다. 국내 미디어 이용은 계속 모바일·영상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고 2025년 한국미디어패널 조사에서도 OTT와 SNS, 인스턴트메신저 이용률은 계속 증가하는 흐름으로 나타났다. 영상 중심의 소비가 커질수록 자극적인 장면, 더 노골적인 연출, 더 강한 시선 끌기가 돈이 되는 구조도 강해진다.




그래서 지금의 민폐 인플루언서는 개인의 인성 문제가 아니다.

관심이 화폐가 된 시장에서 부끄러움보다 노출이 더 큰 보상을 주는 구조의 산물이다. 예전에는 무례하면 평판을 잃었다. 지금은 무례해도 화제가 되면 팔로워가 늘고, 팔로워가 늘면 광고가 붙고, 광고가 붙으면 수익이 된다. 즉, 공동체를 해치는 행동이 시장에서는 성과로 보상받는 기이한 역전이 일어난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묻는다. “공공장소에서 찍는 게 뭐가 문제냐”고.

문제는 촬영 그 자체가 아니다. 동의 없는 노출, 배려 없는 점유, 상업적 목적을 위해 타인을 부수적으로 소비하는 태도가 문제다. 대법원은 이미 초상권이 헌법상 보호되는 권리라고 보고 있고, 공개된 장소에서 이루어진 촬영이라는 이유만으로 침해가 자동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또 개인정보 보호법은 업무 목적의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로 공개된 장소에서 사람을 촬영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예외적으로 촬영하더라도 촬영 사실을 알 수 있게 표시하도록 규정한다. “밖에서 찍었으니 다 괜찮다”는 식의 인식은 법 감각과도 거리가 멀다.



실제 언론 보도에서도 개인 라이브방송과 브이로그가 공공장소에서 초상권의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민사상 대응 외에 제재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쉽게 말해 많은 시민들이 불편과 침해를 겪고도 실제로는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처벌이 약해서가 아니라 당한 사람이 싸우기엔 너무 피곤한 구조인 것이다.



일부 인플루언서들은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상업적 권리만 누리고 싶은 소형 사업자에 가깝다. 촬영은 사업처럼 하면서 책임을 물으면 “개인의 기록일 뿐”이라고 뒤로 숨는다. 그러나 돈이 개입되는 순간 기록은 이해관계가 된다. 그리고 이해관계가 생기면 윤리와 책임도 따라와야 한다.


더구나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 자료에서는 온라인 인플루언서가 허위정보 확산의 위협 주체로 지목됐고, 한국에서는 유튜브가 허위정보 관련 가장 위협적인 채널로 인식됐다. 단지 정보의 정확성 문제만이 아니다. 지금의 인플루언서 문화가 이미 공적 신뢰를 잠식하고 있다는 신호다. 사람들은 더 이상 인플루언서를 순수한 창작자로만 보지 않는다. 누군가는 정보 왜곡의 통로로 누군가는 공공성 파괴의 가속기로 보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가 비판해야 할 것은 몇몇 진상 개인만이 아니다.

타인을 존중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고, 더 빨리 유명해질 수 있도록 설계된 플랫폼 문화 전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유난 떨지 말자”는 훈계가 아니다. 촬영 이전에 동의를 묻는 상식, 공공장소를 세트장처럼 쓰지 않는 감각, 수익보다 시민성을 먼저 두는 기준이다. 콘텐츠는 세상을 보여주는 도구여야지 세상을 방해하는 면허가 되어선 안 된다.


남이 찍히든 말든, 남이 불편하든 말든, 나는 돈 벌면 된다는 태도는 결국 자기 삶도 가난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은 세상을 관계로 보지 않고 자원으로 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못하는 순간 그가 만드는 콘텐츠도 사람을 성장시키지 못한다. 자극은 남을지 몰라도 품격은 남지 않는다.


인플루언서의 시대를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영향력은 책임의 다른 이름이라고 믿는다.

카메라를 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더 좋은 렌즈가 아니라 더 큰 윤리다.

조회수는 높을 수 있다. 그러나 수준까지 높아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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