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동화 ♣
”민수야, 너 요즈음 공부하랴, 다리 운동도 하랴 너무 힘들지?“
”…….“
”민수야, 이제는 엄마가 날마다 시키지 않아도 곧잘 하다가 오늘은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응?“
”…….“
엄마는 아까부터 민수를 달래 보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수는 오늘따라 어찌 된 영문인지 시무룩한 표정이 되어 입을 굳게 다문 채 전혀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민수는 지금 다리가 불편해서 두 다리를 전혀 쓰지 못합니다. 목발을 잡고 그것도 누군가의 부축을 받아야만 조금씩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다리가 몹시 불편합니다.
그러나 조금도 불편한 내색을 하지 않고 늘 밝은 표정으로 걷기 운동을 열심히 하던 민수였습니다. 그런 민수가 엄마나 아빠로서는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착하기만 하던 민수가 바로 이틀 전에 병원에 다녀온 뒤부터는 눈에 띄게 태도가 달라진 것입니다.
그런 민수를 보자 속이 상한 엄마가 몹시 궁금한 표정이 되어 다시 물었습니다.
”너 어제 혹시 병원에 갔다가 무슨 언짢은 일이라도 있었던 건 아니니?“
”…….“
민수가 이번에는 대답 대신 고개만 약간 좌우로 흔들었습니다. 그런 민수를 보자 엄마는 여간 안쓰럽고 답답하면서도 속이 상한 게 아닙니다.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잖아. 조금만 더 열심히 치료를 받으면 건강하게 잘 걸을 수 있다고 하신 말씀 말이야. 그런데 여태까지 잘해 오다가 왜 갑자기 심술이 난 거야?“
”…….“
”의사 선생님 말씀 너도 분명히 들었잖아? 조금만 더 열심히 노력하면 걷는 것은 물론 어쩌면 옛날처럼 달리기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하신 말씀 말이야. 그러니까 이제부턴 더욱 용기를 내야지 엄마 속상하게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응?“
"치이, 엄만 그 말을 진짜로 믿고 있어? 그거 다 뻥이란 말이야.“
"아니, 뻥이라니? 갑자기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니?“
엄마의 눈이 대뜸 둥그렇게 되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되물었습니다.
"다 그만 두란 말이야. 그건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괜히 해 보는 소리라는 걸 엄만 몰라서 그래?“
"아니 얘가 갑자기 왜 이래? 글쎄 그런 게 아니라니까 그러네. 선생님이 왜 너한테 그런 쓸데없는 거짓말을 하시겠니, 안 그래?“
그러자 민수가 몹시 화가 난 듯 갑자기 빽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병원에만 가면 금방 낫는다. 금방 낫는다 한 게 벌써 2년이 훨씬 넘었잖아!“
”…….“
민수가 빽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깜짝 놀란 엄마는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민수의 얼굴을 멀거니 바라보면서 한숨만 내쉬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정확히 2년 전까지만 해도 민수는 매우 건강하고 활발한 아이였습니다. 건강하기 때문에 힘도 세지만 학교에서 또는 운동회 때에 달리기를 해도 동작이 번개처럼 빨라서 늘 1등을 차지하던 민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따르릉~~~ 따르르릉~~~”
민수 아빠의 회사로 갑자기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민수 아빠가 바쁜 일손을 잠시 멈추고 전화를 받았습니다.
"네에? 우리 애가 크게 다쳤다고요? 네, 네, 알았습니다.“
아빠는 전화를 끊기가 무섭게 곧 허둥지둥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병원 응급실에는 어느 틈에 연락을 받았는지 엄마도 벌써 와 있었습니다.
아빠가 숨을 헐떡이며 달려오자마자 의사 선생님에게 다급하게 물었습니다.
"우, 우리 아이가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자전거를 타다가 쓰러지면서 그만 나동그라졌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다리에 타박상을 좀 입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한 건 검사를 해 봐야 알겠습니다만 지금 상황으로는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리라 믿습니다.“
”아하, 그렇군요. 아무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빠는 일단 안도의 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리고는 급히 침대에 누워 있는 민수에게 다가갔습니다.
"야, 이 녀석아, 그러니까 아빠가 자전거를 탈 때는 항상 조심해서 타라고 그러지 않았니. 그래, 지금 심하게 아픈 데는 없고?“
"응, 다리가 좀 아프긴 해도 괜찮아.“
민수는 다수롭지 않다는 듯 밝은 표정으로 대답하였습니다. 현재 민수의 표정으로 보아서는 그다지 심하게 다친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 말씀은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무엇보다도 안정이 필요하니 주의를 하라고 당부하였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간단한 치료만 받으면 그날로 곧 집으로 돌아오게 될 것으로 굳게 믿고 일단 안심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검사 결과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닷새 동안이나 이런저런 검사를 하며 기다리게 하였습니다.
마침내 닷새 후, 민수의 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한동안 입원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질 때 받은 충격이 근육까지 경직되게 하는 희귀병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만…….“
"네에? 그렇다면 우리 아이는 앞으로……?”
순간 아빠가 더럭 겁에 질린 표정이 되어 의사 선생님에게 되물었습니다. 그러자 의사 선생님은 몹시 난색이 된 표정이 되어 무거운 입을 열었습니다.
"글쎄요. 지금 상황으로 볼 때는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일단 그 병에 걸리면 병이 더욱 진전되지 않도록 재활 치료를 할 수밖에 별다른 치료 방법이 없다고 봅니다.”
“……!?”
“……!?”
엄마는 의사 선생님의 설명이 끝나기가 무섭게 현깃증을 일으키며 그만 그 자리에 정신을 잃은 채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크게 놀란 것은 아빠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너무나 기가 막혀 그만 입이 굳어진 채 더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한동안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제야 겨우 정신을 차린 엄마는 여전히 넋을 잃은 멍한 표정으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우리 민수한테 도대체 무슨 죄가 있길래 이런 일이……!"
민수는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그날부터 정식으로 입원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주사도 맞고 약도 복용해 가면서 열심히 치료를 받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날마다 재활의학과에 가서 열심히 다리 운동도 하면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민수는 그 힘들고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을 늘 밝은 낯으로 잘 건디어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어느덧 6개월이란 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처음에는 전혀 두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던 민수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열심히 재활 치료를 받은 결과 목발을 짚고 부축을 받아가면서 조금씩 걸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이제 이만하면 퇴원을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1주일에 한 번씩 재활의학과에 통원 치료를 받아도 될 것 같습니다.“
퇴원을 권유하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엄마가 의하해진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그럼 우리 아이가 얼마나 치료를 더 받으면 제대로 걸을 수 있게 될까요?“
"글쎄요. 그건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현재 상태에서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 것만 해도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희망을 잃지 마시고 끝까지 열심히 치료를 하다 보면 혹시 뜻밖의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
엄마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었다가 다시 한번 정신이 아득해지는 바람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민수는 결국 의사 선생님의 말대로 퇴원을 하였습니다. 민수가 퇴원을 하게 되자 엄마는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직장보다는 민수의 뒷바라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날부터 엄마는 직장을 다닐 때보다 더욱 바빠졌습니다. 엄마는 빈틈없이 짜여진 시간표에 의해 하루에 다섯 시간 이상을 민수한테 매달리며 열심히 공부를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나는 대로 공부 못지않게 민수를 부축하고 걷는 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중에도 그나마 한 가지 기특하고 고마운 것은 민수의 태도였습니다. 엄마가 가르치는 공부나 걷기 연습을 하는 것이 아무리 힘이 들어도 조금도 귀찮은 내색을 하지 않고 열심히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니 싫어하기는커녕 누가 시키기도 전에 오히려 그때마다 적극성을 보이며 열심히 따라 하곤 하였습니다. 엄마로서는 참으로 고맙고 기특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도 열심히 걷기 연습을 시키고 있던 엄마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씻으면서 민수의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물었습니다.
"민수야, 너무 힘들지?“
"으응, 힘은 좀 들기는 하지. 하지만 꾸준히 운동을 하면 그전처럼 다시 잘 달릴 수도 있다는데 이 정도의 고생쯤은 좀 참아야 한다고 생각해. 안 그래 엄마?”
"오호, 아암, 그렇고말고. 우리 민수처럼 착하고 장한 아들은 이 세상에 또 없을 거야. 그치?“
엄마는 자신도 모르게 그만 민수를 덥석 껴안고 말았습니다. 민수가 그렇게 대견스럽고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엄마의 뺨에는 어느새 굵은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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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토록 엄마를 기쁘게 해주던 민수의 태도가 갑자기 달라졌으니 이게 어떻게 된 까닭일까요. 엄마는 속이 이만저만 상하고 답답한 게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공든 탑이 한꺼번에 우르르 무너지는 것만 같아 온몸의 힘이 쭉 빠지고 말았습니다.
어둡게 일그러진 민수의 표정은 오후 늦게까지도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녁때가 되자 아빠가 회사에서 돌아왔습니다.
"아니, 오늘은 민수가 왜 우거지상을 하고 있지? 무슨 일이 있었니?“
”…….“
낯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민수의 표정을 보기가 무섭게 아빠가 궁금한 표정이 되어 물었습니다. 그러나 민수는 여전히 아무런 대꾸가 없습니다.
그 모습을 옆에서 말없이 바라보고 있던 엄마가 몹시 속이 상한 표정으로 아빠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아하, 그런 일이 있었구나! 아암, 우리 민수니까 그동안 그 어렵고 힘든 고생을 참아 왔지 다른 아이들 같았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지. 아마 벌써 싫증이 나서 그만두고 말았을걸. 아무튼 그런 걸 보면 우리 민수는 다른 건 몰라도 참을성 하나만은 정말 알아줘야 한다니까. 으하하하…….“
엄마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은 아빠는 갑자기 껄껄 소리내어 웃으면서 민수를 바라보며 말하였습니다.
”……?“
”……?“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엄마와 민수는 아빠의 그런 뜻밖의 태도를 보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벌린 채 아빠를 멀거니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그러자 아빠가 이번에는 민수의 어깨를 껴안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민수야, 너 아빠하고 오랜만에 바람이나 쐬러 나가지 않을래? 아빠가 오랜만에 민수와 같이 드라이브를 해보고 싶어서 말이야. 어떠니? 답답한데 너도 좋겠지?“
”…….“
아빠가 민수를 바라보며 조르듯 이렇게 말했지만, 민수는 여전히 고개만 저을 뿐 아무 대꾸가 없었습니다.
민수가 몇 번이고 계속 싫다고 고개를 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빠는 기어이 민수를 부축해서 밖으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민수를 정성껏 부축해서 밖으로 나온 아빠는 곧 승용차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민수를 태운 승용차는 어느 새 속력을 내며 시내를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한적한 교외로 접어들자, 공기는 한층 더 맑았습니다.
달리는 승용차 안에서 민수는 차창 밖의 풍경을 아무 말 없이 물끄러미 내다보고만 있었습니다. 어느 틈에 작은 개울과 둑이 보이는 조그만 밭뙈기들이 띄엄띄엄 있는 어느 교외의 산기슭 밑에 다다르자 아빠는 승용차를 멈추었습니다.
”민수야, 여기가 어딘지 너도 알고 있지?“
”…….“
아빠의 물음에 민수는 이번에도 대답 대신 고개만 조금 끄덕여 보였습니다. 그곳은 2년 전만 해도 아빠와 엄마, 그리고 민수가 토요일과 일요일이면 자주 오곤 하던 주말농장이었습니다.
시내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 경치가 제법 괜찮은 곳이어서 기분 전환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었습니다.
아빠는 민수를 부축해서 승용차에서 내려주면서 다시 물었습니다.
"민수야, 너 오래 전에 아빠하고 저 나무를 같이 심던 일 생각나니?“
“저 나무가 그때 아빠하고 같이 심은 나무라고?"
민수가 그제야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둥그렇게 된 눈으로 겨우 입을 열었습니다. 꼬불꼬불하게 길이 난 뚝에 자라고 있는 그 나무는 아빠의 키보다 세 배나 크게 자란 미루나무였습니다.
"응, 그렇단다. 저 나무를 심은 지도 벌써 3년은 되었지. 너도 기억이 나겠지? 그때 저 나무를 심을 때만 해도 아마 우리 민수의 팔의 길이보다 작으면 작았지 더 크지는 않았을걸!“
”……!“
아빠의 말을 들은 민수의 표정이 더욱 어리둥절해집니다. 그리고 그제야 오래 전의 일이 차츰 눈에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정확히 바로 3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그해 그러니까 민수가 1학년이 되던 해 봄 식목일에 아빠는 민수를 데리고 이곳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식목일 기념으로 저 미루나무를 같이 심었던 기억이 새삼 엊그제 일처럼 떠오릅니다.
2년 전에 다시 이곳에 찾아왔을 때만 해도 미루나무는 지금처럼 저렇게 크게 자라지는 않았습니다. 민수의 키보다 조금 더 클까 말까 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다시 2년 만에 저렇게 커졌다니 좀처럼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아빠와 민수는 어느 새 미루나무 앞에 나란히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민수야, 저 나무 정말 네가 봐도 몰라보게 꽤 크게 자랐지?“
"응, 정말 그때 아빠하고 같이 심은 나무라고 좀처럼 믿어지지 않아.“
민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아빠는 기분이 좋은 듯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그래, 어떤 식물이든 우리들이 눈으로 볼 때는 자라는 모습이 절대로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란다. 하지만 우리들이 보지 않는 사이에 혼자 스스로 저렇게 몰라보게 열심히 시나브로 자라고 있는 거란다. 힘이 든다고 투정을 부리거나 짜증을 내지도 않고 말이야. 그렇지 않니?“
"맞아. 나무들이 자라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해. 아무리 유심히 보아도 자라는 모습은 눈에 보이지 않는데 얼마 뒤에 보면 몰라볼 정도로 크게 자라 있거든.“
아빠의 말에 민수 역시 자신도 모르게 맞장구를 치고 있었습니다.
"민수야!“
아빠가 이번에는 한쪽 팔로 민수의 어깨를 꼬옥 감싸 안으면서 아주 조용하면서도 다정한 목소리로 민수를 불렀습니다.
"응?“
"너 저 나무를 보고 뭐 좀 느낀 게 없니?“
”……?“
아빠의 물음에 민수는 얼른 대답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빠가 왜 그런 그렇게 묻고 있는지 얼른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아빠가 다시 조용히 입을 열었습니다.
"너도 처음에 다쳤을 때는 아예 일어서지조차 못하지 않았었니? 그런데 오랫동안 열심히 운동을 하다 보니까 지금은 이렇게 목발이라도 잡고 걸어다닐 수 있게 되지 않았니?“
”……?“
"어떤 사람이든 희망이 없다는 것은 그건 주검이나 다름이 없단다. 지금도 아빠는 굳게 믿고 있단다. 우리 민수도 앞으로 더욱 열심히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운동을 한다면 머잖아 저 미루나무보다 더 크게, 그리고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말이야.“
”……!“
순간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아빠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민수는 갑자기 가슴으로부터 꿈틀거리면서 치솟아 오르는 그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반드시 지금의 이 어려움을 참고 일어서야 하겠다는 벅찬 감동이 가슴속에서 용솟음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아빠가 다시 민수를 향해 다정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민수야, 다시 약속해 줄 수 있겠지? 우리 민수라면 틀림없이 이겨낼 거라고 아빠는 굳게 믿고 있거든.“
“응, 아빠 나 약속할게. 내일부터는 전보다 더 열심히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할 거야. 저 미루나무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시나브로 저렇게 자라는 것처럼 말이야.”
”…….“
민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습니다. 그런 민수의 눈에는 어느새 자신도 모를 감격의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아암, 그래야 하고말고. 우리 민수가 누구 아들인데.“
아빠는 어느 새 두 팔로 민수를 아까보다 더 힘주어 꼭 껴안았습니다.
아빠의 품에 안긴 민수의 눈에는 어느새 달리기에서 1등으로 골인을 하는 운동회 때의 자신의 자랑스러운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