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플랜트산업의 현재 모습에 대해 전해 드렸던 지난 글에 이어서, 플랜트 산업이 기후변화 시대에 어떤 기회를 마주하게 될지, 기후변화를 극복하고, 기회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기술로 무엇이 주목받고 있는지 전달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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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이 확대되는 시장 – 물 산업
기후학자들은 기후변화에 의해 강우량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강우량의 변화는 특정 지역의 물 부족을 초래하기 때문에, 물과 관련된 산업은 기후변화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유망산업 중의 하나입니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 중동 지역과 같은 강수량이 극히 적은 지역의 경우, 물 산업이 기후변화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해수담수화 기술, 다단증발법 - 두산중공업 http://www.doosanheavy.com/kr/products/water/plant01/
예를 들어, 가뭄이 심해지는 지역에서는 해수 담수화, 수자원 재이용 (빗물 재사용, 건물 내에서 발생하는 잡배수 재사용 등)과 같은 기술을 적용해서 대체 수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따라서, 물 산업 기술 개발과 이를 통한 해외진출은 플랜트 산업이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플랜트 산업의 새로운 기회 – 수소 경제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화석에너지 기반의 중공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CO2 감축을 위한 자동차의 연비 규제, 선박의 CO2 및 미세먼지 규제 등 국제적인 환경 규제가 따라가기 버거운 속도로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면 경쟁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화석에너지를 친환경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인데, 정부가 작년에는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로드맵을 발표하고, 올해는 관련 법률을 새롭게 제정하면서, ‘수소경제로의 이행’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넥쏘 - 현대자동차 https://www.hyundai.com/kr/ko/e/vehicles/nexo/intro#design
수소경제에 대한 정부기관 (수소융합 얼라이언스 추진단)의 정의는 “난방, 취사, 조명, 온수 등 실생활과 산업의 원료 및 부자재, 각종 기기류의 구동 연료 등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지금의 석유, LNG 등의 에너지 구조 대신 수소가 주된 에너지로 사용되는 경제” 입니다. 그래서, 수소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수소산업 인프라 구축이 에너지 산업과 플랜트 산업에 있어서도 중요한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고 수소를 생산하는, “그린수소”를 통한 에너지 자립은 재생에너지 발전 환경의 한계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전기의 생산을 현재는 화석연료에 의존하므로) 등으로 곤란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해외에서 수소를 수입해야 하는데, 정부도 수소경제 로드맵에서 2030년부터 수소를 수입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수소운반선 개발,
수소 인수기지 건설,
수소를 이송하기 위한 파이프라인 구축,
국내에서 생산되는 부생수소 (석유화학 공장이나 철강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나오는 수소)의 효율적 저장과 운송을 위한 액화 플랜트 설비의 구축
등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수소경제가 에너지 산업, 플랜트 산업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를 극복할 기술 – 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 탄소 포집 및 저장)
수소 경제에서 플랜트 산업이 차지할 먹거리는 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 시장에서의 새로운 기회이지만, 화석에너지 시장에도 새로운 기술을 통한 기회가 열려 있습니다. 그 중 하나인 CCS는 탄소의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기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는 점차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은 화석에너지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는 당장 해결해야할 만큼 시급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재생에너지가 화석에너지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때까지 탄소의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CCS와 같은 기술이 필요합니다.
CCS는, ① 이산화탄소를 발생원으로부터 포집 (Capture)한 후, ②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거나 재처리할 수 있는 플랜트로 이송 (Transportation)하여, ③ 육지 또는 바다 아래 지층에 저장 (Storage)하는 3단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CCS 모식도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5684763&cid=64516&categoryId=64516탄소 포집 기술 (Capture)
CCS를 구현하는 전체 비용의 70 ~80%를 차지하는 핵심 기술입니다.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킬 수 있는 원인을 원천적으로 제거하여 온난화물질을 아예 배출하지 않는 연소 전 포집기술(Pre-combustion technology, 에너지 소비가 낮아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이산화탄소 흡수제를 이용하여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연소 후 포집기술(Post combustion technology, 기존 설비에 적용하기 가장 용이한 방법이라고 합니다), 질소가 포함된 공기대신 산소만으로 화석연료를 태워서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산소 연소기술(Oxy-fuel combustion technology)등이 있습니다.
탄소 저장 기술
포집되어 이송된 대량의 이산화탄소는 어딘 가에 저장할 공간이 필요한데, (물보다 무거운 이산화탄소를) 바다에 저장하는 방법은 해양생태계에 다양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어서 적용하기 어렵고, 지표면의 광물에 저장하는 기술은 이산화탄소를 고착화시킨 광물의 저장소 문제 등으로 인해 아직은 적용하기 어려운 기술이라고 합니다.
가장 현실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저장 기술은, 탄소가 온 곳, 즉 석유/가스를 뽑아내서 비어있는 유정이나 가스전이 있는 육상 혹은 해저의 깊은 지층에 저장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북해 한가운데 있는 슬레이프너 웨스트 (Sleipner West) 유전과 가스전은 매년 1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파이프를 통해 해저로 보내고 있습니다
국내 연구 개발 기술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울산과학기술원 (UNIST)의 연구진이 이산화탄소를 물에 녹여서 분리하고, 동시에 전기와 수소까지 얻을 수 있는 “수계 금속-이산화탄소 시스템”의 개발에 성공하여 동서발전과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까지, 이산화탄소 100억 톤(전 세계 탄소 감축량의 19%)을 CCS 방식으로 처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의 배출전망치(Business as Usual, BAU) 대비 37% 줄이는 목표를 확정한 가운데 기후변화에 대한 중장기 대응 수단으로 2010년부터 ‘국가CCS종합추진계획’을 마련하여 진행 중에 있고 위에 말씀드린 UNIST의 기술이 대표적인 개발 성과입니다.
기후변화를 극복할 기술 – IGCC (Integrated Gasification Combined Cycle, 석탄가스화복합발전)
CCS와 함께 기후변화 시대의 대표적인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로 주목받는 기술은 IGCC입니다. IGCC는 석탄으로부터 전기, 수소, 액화석유까지 만들 수 있는 차세대 석탄발전기술로 기존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체할 수 있는,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기술로 주목받아 왔습니다.
IGCC는 석탄을 고온·고압 아래에서 가스화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데, 석탄화력발전과 비교해 높은 발전효율을 가지며, 석탄을 직접 태우는 기존 발전방법에 비해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이산화탄소의 저감이 가능합니다. 석탄화력발전보다 친환경적이고, 전기뿐만 아니라 수소와 액화석유까지 생산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IGCC 계통도 - 한국전력기술 https://www.kepco-enc.com/portal/contents.do?key=1444
예를 들면, 미국은 1990년대에 이미 IGCC 플랜트(300MW, 상용화 전 단계)를 건설해서 운용을 시작했고, 현재는 인디애나 주(618MW)와 미시시피 주(582MW)에 상용 플랜트를 가동 중에 있습니다. 네덜란드도 미국과 비슷한 시기에 300MW 규모의 IGCC 플랜트를 건설하여 상용화 준비를 시작했고, 현재는 중국이 가장 활발하게 IGCC 관련 사업을 진행중입니다.
국내에는 태안 IGCC가 가동 중이고 (가동율은 50% 수준이지만..) 정부도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에 포함된 IGCC 건설 사업을 탈석탄 정책과는 별개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두산중공업, 포스코 (Coal to SNG 프로젝트), SK이노베이션 (저급탄 석탄가스화 사업 로드맵)같은 대기업들도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IGCC는 2030년에는 약 8300억달러(약 980조원)의 시장 형성이 예상되고, 기후변화 체제에 대응해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기술입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국내외 IGCC(석탄가스화복합발전) 사업현황 및 지원제도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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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의 3요소는 가격, 납기, 품질입니다. 지금까지는, 주어진 예산에서 주문주가 원하는 품질로 정해진 기간까지 프로젝트를 완수하면 성공한 프로젝트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환경(HSE_Health, Safety and Environmental)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요소가 될 것 같은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예산에는 환경비용이 추가되고, 탄소배출을 최소화 (아예 안 하거나) 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의해 공사기간이 늘어나고, 탄소배출량이 품질 검사의 가장 중요한 항목 중 하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건설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LCA (Life Cycle Assessment)를 고려한 환경영향평가를 필수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플랜트 건설에 투입되는 모든 자재의 생산·유통 과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반드시 분석해야 한다면 자재의 가격이 비싸지고,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발전 시설에서 생산된 전기만 건설 현장에서 사용해야 한다면, 에너지의 가격과 공급 모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용하고 남은 자재도 폐기 시 오염물질이 방출되지 않는지 검토 후 처리해야 합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가 훨씬 더 어려워질 것처럼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요구를 한 귀로 흘려 보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산업화 시대의 기초를 쌓았던 플랜트 산업은 기후변화 시대에도 생산활동이 이어질 수 있도록, 기후변화에 의해 인류가 무너지지 않도록 든든한 초석이 되어야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한 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