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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게시물 신고 알림을 받고 민원 넣은 썰

by 최다함
AI Copilot으로 시각화


쿠팡 물류센터는 기본적으로 폰 반입이 불가하다. 업무상 필요하여 승인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렇다. 내가 일하는 부서는 폰을 가지고 일한다. 입사하자마자는 아니고 회사가 나를 신뢰할만한 시간이 지나야 한다. 어제 보안 사인을 했고, 며칠 지나면 나도 폰 반입이 가능하다. 지금은 로비 캐비닛에 넣고 들어간다.


어제 퇴근을 하고 스마트폰을 여니 이메일 알림이 떴다. 발신인이 '네이버 고객센터'인 '게시물 조치 안내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메일이라 열지 않을 수 없었다. I시 K구 보건소에서 불법 게시물 삭제 요청이 들어와 내 블로그 게시물 하나를 30일간 비공개 조치 후 삭제한다는 통보였다. 문의는 네이버가 아닌 K구 보건소에 하라고. 보건소 문의 연락처나 링크도 없었다. 사유가 의료법 제56조(의료광고의 금지 등) 위반이었다.


고모의 권유로 I시의 I한의원에 갔는데, 유명하고 손님 많은데 나에게는 아니었다, 그런 병원 후기 글이었다. 침과 약으로 조울증 완치가 가능하다는 게 그 병원의 주장인데, 돈의 여유가 있다면 침 한약 병행이 나쁠 것은 없으나, 한방적 치료로 조울증 완치가 가능하다는 환상이 내게는 위험해 보였다. 그런 내용의 글이었다.


의료광고는 전혀 아니라 생각했다. 오히려 명예훼손은 아니지만 한방의 조울증 치료에 대한 과장을 비판하는 글이었다.


그 한의원이 유명 한의원이라 그런지 조회수가 폭발한 글이다. 내 블로그 글 중 가장 많이 노출된 글이었다. 병원에서 보건소에 신고했나 싶었다.


삭제도 괜찮고, 지워도 되는데, 기분이 나빴다. 그렇게 삭제되고 나면 내 블로그 지수가 낮아질 것 같았다. 보건소 홈페이지의 민원신청으로 들어갔다. 국민신문고로 빠졌다. 모든 공공기관의 온라인 민원은 국민신문고로 통합이 되나 보다. 물론 답변은 해당 기관에서 한다. 개인적인 병원 후기 글이니 네이버 신고센터에 공문 보내 풀어 달라고 했다.


오늘 퇴근 후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고, 같은 번호로 문자가 와 있었다. K구 보건소라고 전화 달라고.


일단 한의원 이름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그건 나도 지울 생각이었다. 구체적인 치료 행위가 기술되어서는 안 된다고. 침 한약 처방 같은. 오래전 글이라 나도 그런 내용이 있었나 싶었는데. 침 맞은 것에 대한 서술이 있었다. 그러나 침술에 대한 서술의 목적이 병원 광고가 아닌 병원 방문 후 개인적 느낀 점이었다. 침으로 조울증을 고칠 수 있다는 환상을 주는 게 불편해서 더 이상 한의원에 따라가지 않겠다 이런 글이었다.


근데 의료법이 강화가 되어 그런 것도 의료광고로 보나보다. 보건소 담당자도 고민했다고. 그런 기계적 판단에 동의하지 않지만, 담당자의 자의적 판단이 아니라, 지금 시점의 의료법과 법이 실행되는 실제가 그렇다. 담당자는 매뉴얼 대로 일을 한 것뿐이다. 보건소에서 네이버에 공문 보내 풀리면 한의원에서의 구체적 치료행위도 흐릿하게 블러 처리를 하지 뭐. 그럴 생각이다.


최고의 조회수가 나온 글이 삭제가 되는 게 아쉬운 것은 아니었고, 의료광고나 명예훼손이 아닌데 의료법 위반이라니 황당했고, 브런치 작가가 되고 블로그는 버려져 잡초만 무성한 밭이 되었지만, 블로그 게시물 삭제로 블로그 지수가 떨어지는 것도 싫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국민신문고로 민원 신청을 했고, 하루 만에 담당자와 전화했고, 보건소는 네이버에 공문 보내 풀고, 나는 문제 표현을 수정하기로 했다. 취지는 납득하나 그 정도의 병원 후기마저 의료광고로 보는 법에 대해 무리수라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나에겐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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