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미련이 남아서도 아니다. 조울증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아직도 조울증의 영향 아래 있어서가 아니듯 말이다. 에세이 작가로서 나의 첫 책은 마흔다섯의 자서전으로 시작하는데, 그 지점을 지나갈 수밖에 없다. 나의 인생 드라마의 위기 조울증의 원인 양대산맥이 사랑과 군대이다. 싱어송라이터가 지나간 사랑으로부터 모티브를 얻어 아픈 사랑 노래를 부른다 하여 여전히 옛사랑을 그리워하는 건 아니듯 말이다. 옛이야기를 책으로 밀어내면, 언젠가 더 이상 옛이야기를 안 해도 될 날이 올 것 같다. 결국 결론은 사랑 때문에 조울증에 걸렸고, 아내 에미마를 만나 사랑 때문에 조울증을 극복했고, 사랑하는 네 살 아들 요한이랑 재밌게 산다는 것이다.
모태신앙인 나의 꿈은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이었다. '하나님 사랑'의 꿈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소녀 사랑'이 되었다. 사춘기 호르몬 변화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소녀를 사랑했지만, 소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소녀를 향한 나의 사랑도 이루지 못했고, 하나님에 대한 나의 믿음도 잃었다. 하나님에게 화가 난 것은 아니고, 하나님이란 존재가 없구나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기독교 세계에 태어나 교회가 사는데 유리했고, 가족의 세계인 기독교로 다시 돌아왔는데, 예배 시간에 유아실에서 블루투스 스피커로 목사님 설교 들으며 네 살 아들 요한이 보는 정도의 믿음이다.
소녀는 고등학교 동아리 친구였다. 공립 고등학교였는데, 학교 동아리에 기독교반이 있었다. 기독교반은 학교의 공인 동아리였고, 동아리 동기와 선배가 우리끼리 사조직인 찬양단을 만들었다. 소녀와 나는 기독교반이며 동시에 찬양단이었다. 1학년 때는 소녀에게 아무런 마음이 없었다.
2학년이 되었고, 나는 기독교반 부회장이 되었고, 소녀는 기독교반 회장이 되었다. 기독교반 임원단 활동을 하며 학교에서 매일 같이 만났다. 둘만 만난 것은 아니고, 임원단이 함께 만났다. 그때는 아날로그 시대라 손편지도 주고받았는데, 아직 고백하기 전이었고, 연애 감정은 나만 있었으니 연애편지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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