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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Feb 07. 2021

사랑여행이 끝났다

옹달샘 아침지기를 향한 짝사랑을 접은 후, 나는 더 이상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기로 했다. 나 자신을 포함해서 말이다. 어떤 의지를 가지고 그랬었다기보다, 아내를 만나기 전에는 사랑만 했다 하면 짝사랑이었고, 그 짝사랑은 나를 빈털터리로 만들어, 내 인생이 완전히 너덜너덜 해졌기 때문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랑이라는 무지개를 찾아 떠난 사랑여행을 끝내기로 했다. 더 진행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를 사랑하다 거절당하고 조울증이 재발하기를 반복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나이가 마흔이 다가오면서 현실적으로 사랑과 결혼의 타이밍도 지나갔구나 생각했다.


그 이후 경제생활을 한 것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었던 것도 아니었다. 동생의 실용음악연습실 사업장에 일이 주에 한 번씩 가서 쓰레기 분리수거와 청소를 했다. 태백에 계신 아버지 친구 목사님께서 운영하시는 정신지체 생활시설에서 생활지도사로 지내면서, 온라인으로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땄다.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정년퇴직하신 아버지와 귀농교육을 받으러 다니고 함께 논산 시골집에서 왕대추농장을 했다. 소일하면서 요양하면서 지냈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나는 집에서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음악 듣고 글쓰기를 원했지만, 아버지나 가족이 부르면 딱히 매여 있는 일이 없던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잠시 중단하고 달려가서 가족이 필요로 하는 일을 했다.


나에게 사랑은 아팠다. 상사병에 걸렸고 조울증이 되었다. 사랑을 쫒지 않고 내 인생을 살았었더라면, 사랑은 자연스레 따라왔을 것이다. 찬란하게 빛나던 나의 10대는, 짝사랑에 실패하면서 20대 30대 청춘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사랑한다고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내가 조울증을 완전히 극복하여도, 어떤 여자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랑 대신 내 인생을 살기로 했다. 그것이 꼭 성공하겠다는 다짐은 아니었다. 나의 인생이 끝나는 날까지, 내게 찾아오는 일을 하며, 숨을 쉬고, 밥 먹고 살면 되지 싶었다. 사랑도 꿈도 모두 쓰레기통에 버렸다. 인생 뭐 있나? 세상 떠나는 날까지 숨 쉬고 밥 먹고 사는 거다 생각했다.


더 이상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기로 했다. 나 자신도 사랑하지 않기로 했다.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기로 했다. 살면서 스치는 인연이 있으면 인스턴트 사랑이나 하면서 살아야지 했다. 그 시절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삶은, 집에서 음악 틀어 놓고 인터넷 검색하면서,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 쓰며 사는 것이었다. 조울증이 재발하여 과대망상 가운데 있을 때는, 강남역 호텔 방 하나를 사서 그 안에서 그렇게 살기를 원했다. 약물치료로 조울증 증상이 진정되었을 때는 부모님의 수원 집 아파트에서 그렇게 살고 싶었다. 아버지 따라다니면서 왕대추 농사를 한다고, 직장처럼 최저임금이라도 매월 따박따박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어차피 용돈 받아 사는 인생인데, 음악 들으면서 네이버 구글 검색이나 하고,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이나 쓰면서 살고 싶었다. 


2020년에 국비지원 직업훈련을 받고 구직활동을 했다. 취업불가라는 현실을 깨달았다. 처음엔 취업을 원했지만,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그제야 취업의 마음조차 없어졌다. 국비훈련 직업훈련을 통하여 배운 기술로 프리랜서 하면서, 집에서 음악 듣고 글 쓰고 책 내서 먹고살려고 했다. 그러던 차에 동생이 나를 고용해 주었다. 취업을 하고 싶었을 때는 취업이 되지 않았고, 취업을 포기하고 음악 들으며 글 쓰고 책 내고 작가로서 살기로 마음을 굳혔을 때, 동생이 불러 주었고 특별한 직업이 없던 나는 동생의 호의를 딱히 거절한 명분이 없었다. 회사에 출근하는 것도 집에서 글 쓰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재미가 없지는 않다. 낮에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밤과 주말에는 글을 쓴다. 


내 인생에 사랑을 놓고 내 인생에 집중했을 때, 최고의 사랑 아내 에미마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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