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나 #14 - 고양이와 바닥
느긋한 와니는 어슬렁어슬렁 (때로는 뒤뚱뒤뚱) 걷는다. 걷고 또 걷다 예고 없이 발라당 눕는다. 보통은 모로 누워 앞발을 정성스레 핥으며 그루밍을 시작하지만, 또 자주 그저 누워있기도 한다. 천정을 바라보고 가만히 누워 있다 내가 움직일라치면 그대로 머리만 돌려 눈길을 준다. 어떨 땐 코끼리가 진흙 목욕을 하듯 등을 바닥에 대고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반복해서 몸을 굴린다.
대체 왜...? 왜 그러고 있어?
하는 생각도 잠시. 그렇다, 고양이는 이해하려고 하면 안 된다.
고양이는 고양이다.
바닥이 거칠거나 더러워도 개의치 않는다. 왜 굳이 그곳으로 가 눕는지는 모르겠지만(이번에도 코끼리와 같은 이유인 걸까?) 화장실 앞 모래가 흩뿌려진 바닥에서도 한껏 뒹군다.
발치에서 그러는 경우가 많아 '만져달라는 뜻인가?'란 생각에 한 걸음 다가가 머리며 엉덩이를 만져주면, 곧잘 그르릉~ 거리거나 엉덩이를 한 껏 치켜들어 더 만져달라고 한다. 하지만 나로부터 멀어져 부엌이나 복도로 가 눕는 건 왜일까? 아무도 없는 데서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 멍하니 천정을 바라보는 와니를 보면 그 속이 정말 궁금해진다.
역시 그러지 않으려 해도 또 궁금해지지만 잠시 그 마음을 접어둔다. 매 순간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고 싶은 대로 있는 와니의 살아있는 순수함에 미소가 지어진다. 재미없는 티브이에 꾸역꾸역 눈을 붙이고 있는 나에게 보내는, 온몸으로 건네는 쉼표에 응답한다.
와니야~ 왜 그러고 있는 거야? 오구, 귀여워라~
다가가 말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