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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훈 Aug 03. 2023

컨텐츠 사기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읽고 그의 글에 푹 빠진 나는, 곧장 그의 이름을 검색해 나오는 책들 중에 '손바닥 소설'이라는 책을 구매했다. 총 두 권을 구매해서 현재 1편을 다 읽은 참이다. 설국에서 내가 본 그의 글은 소설이지만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거나 관심사를 끌만한, 기승전결이 이루어지는 작품을 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주관적인 평가). 분명 글을 읽었는데 예쁜 설산을 그려둔 한 그림을 보고 온 기분이 들었다. 그는 백지에 글만으로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믿음으로 구매한 책들이었지만 조금은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설국'은 그가 잡지에 올렸던 글들과 그 외의 글을 조금 짜깁기 하여 일부 각색 후에 발매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을 감안하면 스토리가 조금은 연관성이 없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단편으로 여러 이야기가 들어있는 이 책이라면 단순히 그의 글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는지 볼 수 있으리란 기대감으로 구입했던 책이기에 약간의 실망감이 찾아오더라. 이 책을 한 권 내내 읽는 동안 그때의 감동은 오지 않았지만 꽤나 좋은 표현이다-라는 것이 이따금 느껴질 뿐 그 외의 감동을 느끼진 못했다.


 우리는 모두 구매한 물품이나 소비한 컨텐츠가 자신의 기대와 달라 실망한 경험이 있다. 원하던 내용을 얻기 위해 검색한 후에 들어갔더니 관계없는 얘기만 늘여놓은 블로그도 많이 봤을 것이고 대충 내용을 짜깁기 한 말도 안 되는 기사도, sns에 소비되는 수많은 루머와 유튜브의 말도 안 되는 어그로성 썸내일에 낚여서 소비한 적도 많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 그래도 이건 얻었다-하며 넘기는 것은 과연 옳은 행동일까. 나는 이전부터 가짜 뉴스와 거짓으로 넘쳐나는 수많은 매체의 정보들이 질림을 넘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전혀 상관없는 내용을 진실인 마냥 포장해서 내놓으면 하나 둘 어그로가 끌리기 시작하고 한 번 뜨는 순간 그 자체로 컨텐츠가 되어 수많은 방식으로 소비된다. 그것이 진실이고 아니고는 상관없이 오직 새로움과 자극으로 이루어진 것이 뇌에 각인되어 버린 것. 예전엔 말 한마디로 천냥빛을 갚는다는 말이 있었다면 이제는 말 한마디로 세상을 속인다. 우리가 가짜뉴스를 피해야 하는 것인가.


 왜 정보를 찾기 위해 시도한 사람이 가짜 정보를 퍼트려 놓은 사람들에게 당한 피해를 스스로 고치고 바로잡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가. 원하던 컨텐츠가 나오지 않고 잘못된 정보를 찾게 하여 시간을 소비하고 돈을 소비하게 한 이들이 사기꾼인데 왜 책임은 피해자가 져야 하는가. 수많은 정보의 홍수에서 법칙이 필요한 때가 왔음을 진작에 알고 있음에도 이를 제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마 그 빌어먹을 표현의 자유와 익명성이라는 양날의 검 때문이겠거니-하고 있을 뿐. 옳지 않은 정보를 뿌리는 것을 뭐라 하는 것에, 말도 안 되는 비방과 폭언을 올려놓은 것에 지적하는 것이 북한 마냥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인가. 고작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이 화면 속 세상은 무법지대가 되어도 괜찮은 것인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악플과 넷상 따돌림, 사이버폭력 등이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직접 경험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폭력은 대부분이 경험하거나 눈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이 외의 상황도 직,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다분하기 때문에 좀 더 몸에 와닿지만 인터넷 속의 일이 나에게 크게 다가올 수 있나? 악플로 인한 자살은 연예인, 유튜버 같은 유명인에 한정된 내용이고 따돌림이나 폭행은 그저 학폭 피해자 혼자서 감내하는 일이다. 우리가 말으로 나마 고통을 이해한다, 힘들었겠다-하지 실제로 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


 인터넷 문화에 대한 지적과 개선방안의 필요성은 날이 갈수록 거대해지는 네트워크 세상에 필수불가결이다. 메타버스는 새로운 현실세계를 만들어 내고 있다. 보다 깊어지고 중요해지는 이 문화에 적절한 규율이 필요하다. 헌데 누가 이걸 정할 수 있는가? 모든 것이 개개인의 입맛대로인 세상에 어떻게 규율을 정할 수 있는가? 타인에게 한 것이 분명함에도 대상을 특정 짓지 않으면 별다른 처벌조차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게임 속에서 욕을 한다고 해서 일일이 고소를 해서 모두 처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모두 대응해 내기 어렵다. 이 혼돈스러운 정보의 홍수에서 방주가 되어 사람들을 구제할 길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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