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 내민다는 말이 있다. 그 정도로는 어디 가서 명함도 내밀지 마! 라며 핀잔을 줄 때 쓰인다
나는 어디 가서 명함 좀 내밀 수 있는 사람인가. 이 질문이 생각보다 나를 꽤 억누르고 있었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 말하자면 그게 내 인생에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콤플렉스.
학교 다닐 때 나는 공부를 꽤 잘했지만 아주 끝내주게 잘하지는 않았고, 그림도 꽤 잘 그렸지만 아주 뭐 난다 긴다 정도는 아니었고, 뭐 작업도 나쁘진 않았던 것 같은데 특출 난 느낌은 아니었고, 노래도 한다고 다녔는데 이건 뭐 영 자신 없었고, 노래도 만든다고 만들었는데 에유 그냥 애들 장난이에요 이러면서 겸연쩍어하는 수준이었고, 직업으로 하는 일은 나름 자신 있는 부분도 있지만 또 아주 훌륭한 분들이 많으신지라 부끄럽고 때론 이래도 되나 싶고 그렇다. 글? 아유... 정말 잘 쓰고 싶은 마음만 있죠...
그런데 그래서 뭐. 이렇게 겸연쩍어하고 자신 없어하고 민망해하기만 하다가 한 세월 다 보내겠다 싶은 거다. 뭐 잘한다고 해서 인생 대단한 영광이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좀 못 한다고 해서 엄청 구려지는 것도 아니던데. 소박하게나마 좀 살아보니 그 정도는 알겠던데.
그래, 이거 브런치도 그렇다. 한동안 글을 못 썼다. 바빠서 그렇기도 했지만 한동안 안 쓰다 보니 잘 쓰기가 어려워지더라. 그러다 보니 몇 번 써보다가 너무 구린 것 같아서 지워버리고... 그런데 내가 뭐라고 이런 사치스러운 자괴감을 갖고 난리냐 이거다. 못 쓰면 어때, 그냥 못 쓴 거지 뭐! 못 썼네! 이러고 말면 되는 거지!
내가 뭘 하고 있다.라는 느낌. 나 아닌 것들에 끌려다니지 않고 있다는 느낌. 그게 포인트다. 그 기분을 내가 느끼는 게 중요하다. 그 기분을 위해서 명함을 내밀어야 한다. 되든 안 되든 그냥 막 내밀어 보는 거다. 그냥 그렇게 살면 되지 뭐. 발행하기 그냥 눌러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