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노래한 김광석 <바람이 불어오는 곳>

[review]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by 매실
제 노래는 이야기입니다.
사랑하는 이야기, 아파하는 이야기, 그리워하는 이야기,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겪고 느끼는 이런저런 일상의 이야기들을 노래로 담아냅니다.
저는 이런 일상과 삶의 소소한 얘기들, 사소한 얘깃거리가 모여 삶의 큰 힘이 되고,
그런 일상적인 우리들의 얘기를 노래로 만드는 것이 무척 즐겁습니다.

-김광석 스토리하우스, 김광석 전시 중에서

대구, 김광석 다시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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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에 다녀왔다. 작가마다 느끼는 김광석이 그려져 있었고, 거리마다 김광석 음악이 나왔다. 오랜만에 카페에 앉아 음악을 듣고 가사에 귀 기울였다.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행복이지만

우리가 느끼며 바라볼 하늘과 사람들

힘겨운 날들도 있지만 새로운 꿈들을 위해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김광석


'김광석 스토리하우스'전시를 보면 김광석의 관심사, 딸, 음악, 여행, 김광석에 대한 이야기를 볼 수 있다. 꾸준히 쓴 일기가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음악으로 재탄생했다. 분명 김광석 이야기지만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참 쉽지 않은 만남이다.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나눌 대화나 함께 할 관심사가 없어서

지루해하며 답답해하는 것.

당분간 잊고 살련다.

사람이 사람을 질리게 하는 것만큼

징그러운 것이 있을까?

싫증 난다는 말은, 아니 느낌은

별 새로움이나 재미가 없다는 아주 자명한 이치다.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시각이 고정되어가고

고정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모든 것은 닫쳐 있을 뿐

그로 인해 답답해지는 자신의 마음을 어디에서부터 추스를지도 모르게 되는 것.

끊임없이 버리고, 깨고, 질타하여야 되는 것.

지금 나의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닫혀 있을 뿐.

지독히도 답답하다.

나는 지금 답답하다.

누군가가 아니다. 내가 가서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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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 김광석 음악만 듣는 나를 보고 엄마는 말했다. "젊은 애가 왜 옛날 노래를 들어?" 생각해보니 요즘 발매된 음악보다 예전에 발매된 음악만 찾게 된다. 예전에 쓰인 곡이지만 지금도 공감될 만큼 가사가 좋다. 특히 김광석 음악은 삶의 소소한 이야기, 일상의 이야기를 쓰며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준다. 어느 누구나 삶의 평범한 이야기.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지금도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곡을 듣고 있다. 그래서 <바람이 불어오는 곳> 뮤지컬이 더 기대된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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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故 김광석이 부른 주옥같은 노래를 소재로 한 최초의 뮤지컬이다. 이야기는 이렇다. 동아리 밴드 '바람' 멤버들은 대학시절 꿈, 사랑, 우정의 시간을 보냈다. 평생 밴드 활동을 하겠다고 하지만 취직, 결혼, 육아 등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자연스럽게 멀어져 간다. 20년이 지나 무미건조한 일상 속에서 문득 가장 행복했던 시절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바람 밴드 멤버들은 라디오에서 누군가의 편지를 듣게 되고 MBC 대학가요제를 추억하는 DJ의 이야기, 제19회 대학가요제 대상곡인 바람 밴드의 '와장창!'이 흘러나온다.


시놉시스를 보자마자 지금까지 가장 행복했던 때를 생각해봤다. 나 역시 철없고 하고 싶은 게 많았던 20살이 생각났다. 벌써 20대 후반이다. 아직 꿈을 잃진 않았지만 현실에 살기 위해 일을 찾고 있다. 훗날 지금을 그리워하겠지만 그때도 현재를 만족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담백하게 솔직하게 진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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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지난 2012년 故 김광석의 고향 대구에서 처음 시작했고, 지난 6년 동안 소극장 뮤지컬로서는 드물게 누적 관객 11만 5천명을 기록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스테디셀러 소극장 뮤지컬로 자리 잡았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전국 10여 개 도시에서 총 534회 공연을 했다. 언론과 관객들로부터 故 김광석의 노래를 소재로 한 뮤지컬 중 가장 ‘김광석’ 다운 뮤지컬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거의 편곡을 하지 않고 원곡 그대로의 느낌을 공연에 담아냈기 때문이다. 故 김광석의 노래와 라이브 콘서트가 그랬듯이 공연 자체의 화려함보다는 故 김광석의 노래 전반에 흐르는 평범한 사람들의 세상 사는 이야기와 삶의 풍경을 뮤지컬이라는 형식을 통해 현실성 있게 그려내고 있다. 덕분에 우린, 공연을 그 시절 그 감성으로 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고정 관객층,재 관람률도 높았던 뮤지컬<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11월 16일(금)부터 내년 1월 6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장기 공연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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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보고 크게 두 가지를 느꼈다. 첫 째 엄마 아빠 세대를 말하고 있지만 지금과 다르지 않구나. 음악 한다고 하면 반대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하기 어려운 환경에 있고, 시대적 배경도 무시할 수 없다. 둘 째 방황하더라도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어있구나. 친구들은 현실 때문에 음악을 포기하지만 풍세만큼은 꾸준히 음악의 길을 걷는다. 시간이 흘러 여자 친구는 방송 PD가 되었고, 풍세는 음악인으로 자리 잡지 못한다. 본인 음악을 하는 음악인이 될 줄 알았지만 현실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원치 않는 개인기를 해야 하고, 트렌드에 맞는 음악을 따라가야 한다. 그렇게 돌고 돌아 그 길이 맞지 않는 걸 알게 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풍세.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계산 없이 즐겼던 20대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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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여전히 계산 없이 살아가기 원하지만 어쩔 수 없이 현실과 타협하곤 한다. '현실'이라고 했을 때 JTBC [말하는 대로] 프로그램에서 하상욱 작가가 한 말이 생각났다.


"현실의 벽이 어떤지 알기도 전에 주변 사람들의 충고로 인해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현실의 벽

현실을 경험하기 전에 포기하다 보니 현실을 마주한 경험도 없다는 말이다. 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우기 위해 누구 하나는 꿈을 포기해야 하고, 음악으로 먹고살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다른 직장을 갖는다.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좋아하던 음악을 그만둔다. 그러니 다른 의미에서 행복과 거리를 두게 된다. 자연스럽게 일상에 지치게 되고. 힘든 현재를 살고, 과거를 추억하며 살아간다.

"그때 참 재미있었는데" 이 말이 참 쓸쓸하다.


우리 다시 음악 해보자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 가장 슬펐던 장면이 있었다. 오랜만에 바람 밴드가 모였고, 풍세가 "우리 다시 음악 해보자"라고 했을 때 멤버들 반응을 보고. 다들 그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고 한다. 풍세가 자리 비울 때 사장님의 권유로 남은 멤버들은 노래하며 그때를 추억한다. 지금은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추억을 곱씹으며 음악 하는 모습이 씁쓸했다. 다들 웃고 있을 때 나만 울었다. "그냥 눈치 보지 말고 살아"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하고 싶을 걸 할 수 있을 때 하자

사실 내가 뭘 원하는지 알지만, 늘 모르는 척 해왔다. 좋아하는 걸 꾸준히 하고 싶지만, 그 조차 눈치 보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고 할 때, "응원할게" 라기보다 "네 나이에 무슨, 취업이나 해"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속마음을 말하기보다 참는 게 더 익숙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즐기는 것도 눈치 보이고, 눈치보다 보니 '나'라는 사람을 잃어버리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풍세가 다른 사람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본인에게 집중하는 음악인이 되길 원했다. 그렇게 될 거란 것도 알았고.


오랜만에 모여서 이야기 나눈 저 장면이 더 좋았던 건 가장 좋았던 시절에 함께 웃고 울었던 사람이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경비아저씨와 단골 가게 사장님. 경비아저씨와 사장님도 바람 밴드를 보고 그때의 기분 좋음을 기억하고 있겠지. 애틋하다. 공연이 끝난 뒤 생각했다. "나도 시간이 지나면 현재보다 과거를 추억하는 사람이 될까?" 한 가지 확실한 건 돌고 돌더라도 결국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될 거란 것. 그러니 좋아하는 걸 놓지만 말자. 매 순간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며 살아야겠다.


가사 전달력이 좋았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김광석은 존재 자체로도 위로 주는 사람이었구나 느낄 정도로. 풍세와 멤버들이 처해있는 상황을 보여주고, 노래하기 때문에 김광석의 음악이 더 잘 들렸던 것일지도 모른다. 음악을 듣고 마음이 짠 했던 것도 과거와 현재가 다를 바 없기 때문인 것 같고. 오랜만에 김광석 음악을 전곡 재생해야겠다. 연출, 관객과의 소통, 스토리 등 너무 좋았던 공연이다. 부모님과 함께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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