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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실 Aug 27. 2019

자두 씨

아, 심심하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고 있다. 배는 고픈데 침대에서 일어나긴 귀찮고, 핸드폰만 붙잡고 있으니 눈이 건조해지는 것 같다. 심심함을 느끼다 보니 어느새 오후. 창문 틈으로 해가 들어왔다. 해가 가장 뜨거운 2시다. 더 귀찮아졌다. 아깐 분명 배가 고팠는데 이젠 배도 고프지 않다. 그래도 뭐라도 먹어야 하는데. 바닥을 기어 냉장고 문을 열었다. 손이 닿는 거리에 자두가 있었다. 자두를 손으로 대충 닦아서 한 입 깨물었다. 자두 철인데 아무 맛도 안 났다.


두 개의 자두를 들고 바닥을 뒹굴며 다시 침대 위로 올라갔다. 누워서 한 입 깨무니 자두에서 나온 즙이 볼을 타고 베개 위로 떨어졌다. "마르겠지" 다 먹은 자두 씨를 둘 곳 없어서 바닥에 내려놨다. 이번엔 핸드폰이 아닌 자두 씨를 멍하게 봤다. '저 자두 씨를 심으면 자두 열매가 생길까?" 그 궁금증 때문에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켰다. 열매가 맺히지 않을 걸 알면서도 화분에 자두 씨를 심었다. “며칠 전에 죽었던 꽃이 있던 화분이지만, 새싹은 나지 않을까?" 괜한 기대감이 들었다. 꽃을 피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기대감 하나로도 기분 좋아졌다. 자두 씨 덕분에 내 심심함을 깨울 수 있었다. 가끔은 무료함 때문에 하루 기분이 엉망으로 끝날 수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꽃 필걸 기대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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