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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of
Future Writers

by 도화 Jan 06. 2023

꿈에 그리던 퇴사짤을 쓸 수 있게된 계기

아마 분위기에 취해버렸던 걸지도.


매일 아침 똑같은 시간에 겨우 눈을 떠 똑같은 길을 통해 똑같은 곳으로 출근, 같은 길로 퇴근. 퇴근 후 집에선 휴대폰만 보다 밥 먹고 잠드는 일상. 남들과 다를 것 없는 나의 쳇바퀴 같던 일상이었다. 그런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된 건 정말 우연이었다.



그날 역시 평범한 퇴근길이었다. 원래 집으로 가는 길에 수도공사 중이라 이 길은 이용할 수 없으니 진로를 방해해 죄송하다는 표지판이었다. 피곤해죽겠는데 다시 30분이나 더 걸려 돌아가게 생겼다니 짜증이 났다. 그렇지만 동네 사람들의 편의를 위한 일이니 참고 돌아가야겠다 마음먹었다. 이 길은 이사 온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집까지 꽤 돌아가게 되는 길이라 가볼 생각조차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귀찮음과 짜증이 가득한 상태로 발길을 돌렸다. 어느 정도 걸었을까 높은 건물들이 아닌 아기자기하고 아늑한 상점들과 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뒤로 아이들이 뛰어놀며 웃는 소리와 가게 이웃들끼리 커피 한 잔씩 하며 가게 앞에 앉아하는 대화소리들이 들렸다. 오피스텔 단지의 삭막한 분위기인 원래의 길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동네 공원에서 만난 물마시는 참새



그때부터 어느샌가 화가 났던 감정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오히려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떠난 기분에 설레는 마음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여행을 온 기분으로 주위를 구경하며 천천히 한 걸음 내디뎠다. 숲 속의 오두막 같은 느낌을 가진 나무로 지은 카페가 있었다. 집 앞의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보다는 훨씬 작았지만 그래서 더 아늑하고 따뜻해 보였다. 한잔 마시고 갈까 하다 내일 출근해야 하니 포기하고 다시 걸음을 재촉하던 도중 눈에 작은 소품샵이 보였다. 환하고 따뜻한 느낌에 나도 모르게 이끌려 들어갔다. 아기자기한 문구들과 소품들이 가득 있어 나를 둘러쌓고 있었다.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처럼 설레었다. 문구들을 하나하나 구경하는데 가게 주인분이 말씀하셨다.




그거 이번에 새로 나온 거예요! 귀엽죠? 제가 붕어빵을 좋아해서요. 그래서 붕어빵을 주제로 잡고 만든 거예요! 그거 말고도 뒤에도 제가 좋아해서 만든 것들이에요. 그래서 더 애정이 가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생각했다.


아 이분은 진짜 이 일을 좋아하는구나. 하나하나 애정을 가지고 일을 하는구나.


나는 오늘도 어제도 마지못해 하루를 보냈는데, 여기 오면서 찾은 내 스타일인 카페도 내일 일 때문에 포기했는데 이 분은 하루하루 내가 좋아하는 것들하고 사는구나. 그 뒤로 이 분과 나를 계속 비교하게 되었다. 결국 비교 끝에 결정했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살며 나를 위해 살겠어.


결국 가게 주인분이 추천하신 붕어빵 스티커를 사들고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며칠 뒤 나는 회사를 그만뒀다.


사실 무모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나도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정말 무모했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때 잘못 들었던 길의 분위기에 취했을지도 모르고 오랜만에 내 어린 시절이 기억나 향수에 취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계속 그렇게 어영부영 살며 내 한 번뿐인 소중한 인생을 낭비하는 것보단 잘한 선택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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