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이 장악한 유부 시장과 집밥에 빠질 수 없는 유부 요리
여름 소풍날 도시락을 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던 그 노릇노릇한 주머니. 한 입 베어물면 달짝지근한 맛이 퍼지며, 어린 시절의 기억까지 따라오는 유부초밥은 늘 그렇게, 우리 곁에 있었다.
우동 위에 동동 떠 있는 유부, 전골 속에서 국물의 깊이를 더해주는 유부까지. 조연 같지만 결코 빠질 수 없는 존재. 그렇게 유부는 한국인의 집밥과 분식 사이를 오가며 오래도록 사랑받아왔다.
하지만 그 익숙한 식재료의 포장지를 들춰보면, 뜻밖에도 ‘일본산’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는 경우가 많다. 알고 보면, 우리가 먹는 유부의 대부분이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다.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유부는 수분을 제거한 두부를 두 번 튀겨 만드는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하는데, 일본은 이 과정을 이미 체계화해 대량 생산 체계를 갖췄다.
덕분에 품질은 일정하고 가격은 낮췄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일본산 유부에 익숙해진 것이다. 국내에도 유부를 만드는 곳이 없지는 않지만, 여전히 그 수는 적고 설비는 부족하다.
가까우면서도 먼 이웃이, 우리 식탁의 작은 공간을 오랫동안 채우고 있었던 셈이다.
그렇다고 유부가 낯선 존재는 아니다. 오히려 유부는 우리의 밥상에서 누구보다도 친숙하다. 새콤달콤한 조미 유부 안에 고슬고슬한 밥을 채우면, 불을 쓰지 않아도 완성되는 간단한 한 끼.
유부초밥은 그렇게, 바쁜 아침이나 소풍 준비로 분주한 저녁에, 늘 든든한 선택이 되어주곤 했다. 나는 여름철 밥하기가 번거로울 때면 늘 유부초밥을 떠올린다.
잘게 다진 당근이나 양파를 살짝 볶아 밥에 섞고, 조미된 유부를 하나씩 펼쳐 국물을 가볍게 짜낸 뒤 밥을 넣으면 끝. 정성은 간단하지만, 그 맛만은 참 따뜻하다.
유부의 또 다른 매력은 국물 요리에 있다. 된장국, 어묵탕, 전골 속에서 유부는 그야말로 국물의 맛을 흡수하는 스펀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리고 씹는 순간, 그 안에 담긴 감칠맛이 고스란히 입안에 퍼진다. 다른 어떤 재료도 흉내 낼 수 없는 유부만의 존재감. 그래서일까, 나는 유부를 볼 때마다 마치 조용히 일 잘하는 누군가가 떠오른다.
눈에 띄지 않지만, 없으면 허전한.
비록 우리가 먹는 유부 대부분이 일본에서 왔지만, 그 안에 담긴 기억과 따뜻함은 온전히 우리의 것이다.
엄마가 싸주시던 도시락 속 유부초밥, 분식집 한켠에서 김밥 옆자리를 지키던 유부초밥, 뜨거운 우동 국물 속에 살포시 떠 있던 유부까지. 이제는 어엿한 ‘한국인의 유부’로 자리 잡았다.
이번 주말엔, 바쁜 손길 대신 마음을 담아 유부초밥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따뜻한 한입 속에, 익숙한 편안함과 함께 오래된 추억이 녹아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