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까지 장악한 ‘전통 과일’ 음료

다섯 가지 맛이 흐르는 붉은 보석, 오미자의 새로운 외출

by 데일리한상

문득 거리를 걷다 보면 카페 유리창 너머로 투명한 유리잔에 담긴 선명한 붉은빛 음료를 마주하곤 합니다. 예전에는 할머니 댁 찬장 깊숙한 곳, 혹은 전통 찻집의 무거운 자기 잔에 담겨있을 법한 오미자가 이제는 가장 트렌디한 거리의 주인공이 되었더군요.


최근 발표된 소비행태 조사 결과를 보니 제 눈이 틀리지 않았나 봅니다. 20대의 오미자 구매율이 전 연령대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은 무척 흥미롭습니다.


50대 어른들보다 20대 청년들이 이 작은 열매를 3배나 더 자주 찾는다는 사실은, 우리가 알던 '전통 약재' 오미자가 이제는 완연히 새로운 옷을 갈아입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물들인 붉은 매혹, 일상으로 들어온 오미자

image.png 오미자 음료 / 게티이미지뱅크

사실 생각해보면 당연한 변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텁텁한 뒷맛 대신 강렬한 신맛과 눈이 시릴 정도로 예쁜 색감은 소위 '인스타그래머블'한 매력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정확히 관통했거든요.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상큼한 에이드로, 혹은 간편하게 마시는 청으로 변신한 오미자는 더 이상 낯설고 어려운 존재가 아닙니다.


가끔 공부나 업무에 지쳐 입안이 깔깔해질 때, 탄산수에 오미자청 한 스푼을 섞어 마시던 그 시원한 감각이 떠오르네요. 접근성이 좋아진 덕분에 오미자는 이제 청년들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습니다.


한 알의 열매에 담긴 다섯 가지 인생의 맛

image.png 오미자 씨앗 / 게티이미지뱅크

오미자(五味子)라는 이름처럼 이 작은 알갱이 속에는 단맛, 신맛, 쓴맛, 짠맛, 그리고 매운맛이 모두 숨어 있습니다. 껍질을 살짝 베어 물면 단맛과 짠맛이 먼저 인사를 건네고, 과육의 강렬한 신맛이 혀끝을 자극하다가 씨앗을 씹는 순간 매운맛과 쓴맛이 톡 터져 나오죠.


이 다섯 가지 맛이 우리 몸의 오장육부 기운을 돋운다는 옛 이야기도 참 정겹습니다. 특히 이 계절에 오미자가 더 생각나는 이유는 풍부한 유기산 덕분일 거예요.


시트르산과 사과산이 선사하는 그 기분 좋은 산미는 갈증을 씻어내고 쌓인 피로를 다독여주는 힘이 있거든요.


시간을 넘어 현대 과학이 주목하는 항산화의 힘

image.png 오미자 / 게티이미지뱅크

동의보감에서 마른기침과 천식을 다스리는 약재로 기록되었던 오미자는, 이제 현대 과학의 돋보기 아래서 그 가치를 더 빛내고 있습니다.


핵심 성분인 '리그난' 계열의 항산화 물질, 특히 쉬잔드린은 세포 손상을 막고 간을 보호하며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탁월하다고 해요. 공부에 지친 학생이나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에게 오미자는 단순한 음료 이상의 다정한 처방전인 셈입니다.


비타민과 철분까지 가득 품고 있으니, 나를 아끼는 마음으로 고르는 한 잔의 음료로 이보다 더 근사한 선택이 있을까 싶습니다.


문경의 산자락에서 세계의 식탁으로

image.png 말린 오미자 /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 오미자의 고향이라 불리는 경북 문경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광산이 문을 닫고 적막해진 동네를 다시 일으킨 것이 바로 이 붉은 오미자였다고 하니, 열매 하나에 담긴 생명력이 참으로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이제 오미자는 바다를 건너 서양에서도 '파이브 플레이버 베리'라는 근사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가 이 독특한 풍미와 항산화 효능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죠.


20대들이 보여준 뜨거운 관심은 어쩌면 우리 오미자가 세계 시장에서 가장 힙한 'K-슈퍼푸드'로 거듭날 미래를 예견하는 것이 아닐까요?


나른한 오후, 자극적인 카페인 대신 붉은 생기가 도는 오미자 한 잔을 곁에 두어보세요. 내 몸을 깨우는 상큼한 기운이 기분 좋은 활력을 선물해 줄 거예요. 우리 오늘 향긋한 오미자 한 번 해보자고요.



작가의 이전글자연의 숨결로 빚어낸 김치 한 그릇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