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보다 강력한 눈 건강의 수호자, 늙은 호박 이야기

가을이 남기고 간 묵직한 선물, 늙은 호박

by 데일리한상

시장 모퉁이에 커다란 덩치를 자랑하며 툭 놓여 있는 늙은 호박을 보면, 비로소 가을의 깊이를 실감하게 됩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쯤 우리 곁으로 찾아오는 이 둥근 열매는 늦여름의 뜨거운 볕을 온몸으로 받아내 당도와 영양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자연의 걸작이지요.


흔히 눈 건강을 위해 루테인 영양제를 챙겨 먹곤 하지만, 사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이 주황빛 호박이야말로 지친 눈을 다독여주는 가장 다정한 식재료입니다.


묵직한 무게만큼이나 든든한 영양을 품고 있는 늙은 호박 한 통을 집으로 들여오는 길, 벌써 마음은 따뜻한 호박죽 한 그릇의 온기를 상상하게 됩니다.


좋은 호박을 고르고 보듬는 마음

image.png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늙은 호박을 고를 때는 마치 오랜 친구를 고르듯 찬찬히 살펴야 합니다. 겉껍질이 단단해서 손톱 자국조차 남지 않는 것, 그리고 전체적으로 균일한 주황빛을 띠면서 표면에 하얀 분이 뽀얗게 내려앉은 것이 당도가 높고 잘 익었다는 증거지요.


특히 골이 깊게 팬 것일수록 수분은 빠지고 달콤함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꼭지가 코르크처럼 바짝 말라 있는지도 확인해 보세요. 밭에서 충분한 시간 동안 스스로를 가다듬으며 ‘후숙’의 과정을 거쳤다는 뜻이니까요.


이렇게 고른 호박을 신문지에 감싸 통풍이 잘되는 서늘한 곳에 두면, 겨우내 우리 집 식탁을 지켜주는 든든한 비상식량이 되어줍니다.


주황빛 색깔 속에 담긴 과학적인 위로

image.png 늙은호박 / 게티이미지뱅크

늙은 호박의 선명한 주황색은 단순히 예쁜 색깔이 아닙니다. 그 속엔 '베타카로틴'이라는 강력한 항산화 물질이 가득 들어있지요.


우리 몸속에 들어온 베타카로틴은 필요한 만큼 비타민 A로 변신해 시각 세포가 빛을 감지하는 능력을 돕고, 전자기기에 시달려 뻑뻑해진 눈을 부드럽게 감싸줍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칼륨 또한 풍부해서 짠 음식을 먹은 뒤 퉁퉁 부은 얼굴을 가라앉히는 데에도 늙은 호박만 한 것이 없습니다. 나트륨을 배출하고 수분 균형을 맞춰주는 그 세심한 작용 덕분에, 늙은 호박은 예로부터 기운을 북돋우고 몸을 보하는 '보양식'으로 사랑받아 왔습니다.


껍질부터 씨앗까지 버릴 것 없는 따뜻한 식탁

image.png 호박죽 / 게티이미지뱅크

단단한 호박을 손질할 때면 가끔 막막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럴 땐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려보세요. 껍질이 부드러워져 한결 수월하게 칼날이 들어간답니다.


껍질을 벗겨 찹쌀과 함께 푹 끓여낸 호박죽은 지친 속을 편안하게 달래주고, 채 썰어 노릇하게 구워낸 호박전은 아이들의 훌륭한 간식이 됩니다. 1596년 기록된 '본초강목'에서도 호박의 따뜻한 성질을 칭찬했듯, 추운 계절에 호박 요리를 마주하는 건 내 몸을 위한 가장 따뜻한 배려일지도 모릅니다.


요즘은 손질된 냉동 호박이나 간편한 호박즙도 많아졌으니, 바쁜 일상 속에서도 그 영양을 챙기기가 한결 쉬워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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