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크림 짝퉁 논란의 중심에 선 하입(Hype) 브랜드: 에센셜
최근 국내 패션 유통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브랜드가 하나 있죠. 바로 에센셜(Essentials). 현재 가장 핫한 화두 중 하나이며 패션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이번 무신사와 크림의 짝퉁 논란 때문에 한 번은 들어봤을 브랜드 네임이 되었습니다.
30만원 이내의 가격, 미니멀해보이는 디자인.
명품도 아닌 것 같은데 대체 왜들 난리인걸까?
에센셜의 가치를 알아보기에 앞서, 우리는 피어 오브 갓(Fear of God)에 대해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피어 오브 갓은 2013년 미국 LA에서 처음 런칭된 미국의 럭셔리 패션 레이블로 제리 로렌조(Jerry Lorenzo)가 지금까지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제품들을 잘 살펴보면 굉장히 트렌디한 요소가 섞여있으면서도 시기에 상관없이 언제나 입을 수 있는 타임리스(timeless) 피스들로 구성되어있죠.
Naming: 신의 두려움?
피어 오브 갓(Fear of God)를 직역하면 '신의 두려움' 이라는 뜻입니다. 패션에는 간혹 종교가 종교적 가치를 넘어 디자인으로 활용이 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기에 큰 뜻이 없는 선택일 것이라 보는 사람들이 있었는가 하면, 초기에는 이름을 보고 종교 브랜드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제리 로렌조는 한 인터뷰 매체를 통해 피어 오브 갓은 종교 브랜드가 아니며, 그 디자인적 영감이 신앙 그 자체에 있지는 않다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브랜드명은 모태 신앙인 제리 로렌조의 크리스찬 아이덴티티와 믿음 그리고 신에 대한 경외심을 담았으며, 오스왈드 챔버스(Oswald Chambers) 목사의 My Utmost for His Highest(최상의 주님께 나의 최선을 드립니다)라는 묵상집에서도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Fear of God & Essentials
그렇다면 피어 오브 갓과 에센셜에는 어떤 관계성이 있을까?
에센셜은 2015년, 피어 오브 갓이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을 쯤 제리 로렌조가 런칭한 세컨 브랜드입니다. 처음에는 팍선(PacSon)이라는 미국의 유명 리테일 쇼핑몰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F.O.G라는 이름으로 시작을 했고, 2018년경에 리브랜딩을 통해 에센셜(Essentials)로 상호를 변경했습니다.
F.O.G는 피어 오브 갓의 저렴한 버전에 불과했다면, 에센셜로 이름을 변경을 하면서 제리 로렌조는 에센셜만의 새로운 브랜딩을 적립했습니다. 사전적 의미인 '필수/기본적인 것'을 그대로 담아서 어떤 옷이나 계절에서도 매치할 수 있는 톤으로 가장 심플한 라인의 옷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죠.
We're trying to provide our younger audience with their baseline essential needs for their closet. Naming it Essentials is a little more honest. F.O.G., the name itself, felt more like a takedown of what we're doing more than doing something different for a different audience.
(우리는 젊은층의 옷장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니즈를 충족시켜주려고 합니다. 그래서 '에센셜'이라는 이름이 더 솔직하다고 생각했어요. F.O.G라는 이름은 다른 타깃을 위해 색다른 것을 '더' 해준다는 느낌보다는 그저 우리가 해온 것에서 살짝 덜 해준다는 느낌이 들게 했거든요.)
디자인 아이덴티티
디자인적 영감을 신앙에서 받지는 않았을지언정, 피어 오브 갓을 만드는 제리 로렌조의 디자인은 '믿음'(faith)를 바탕으로 합니다. 피어 오브 갓은 그가 좋아하는 것들을 대표한다고 말했으며, 믿음과 하나님도 그 중 하나이고, 이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패션을 선택했을 뿐이라 전했죠. 또한 패션을 통해 믿음이 없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제리 로렌조의 신념 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 받았던 문화적인 영향도 피어 오브 갓과 에센셜에 드러나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MLB선수였으며 매니저로서 일생을 보냈기에, 그는 미국 야구와 그 문화에 어린 시절부터 노출이 많이 되어왔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피어 오브 갓의 브랜드가 '미국인의 옷'을 만든다고 말합니다. 야구팀 코치들이 입던 자켓을 모티브로한 바시티 자켓이나 미국 문화권의 대표 아이템들인 봄버 자켓, 찢어진 청바지, 플란넬까지 그 정서가 묻어있는 옷을 만들며 그게 피어 오브 갓과 에센셜 브랜드의 핵심이라 말합니다.
제리 로렌조의 브랜드는 다르다
피어 오브 갓을 본격적으로 런칭하기 전 제리 로렌조는 빅 션(Big Sean - 미국 래퍼)에게 후디와 티셔츠를 보냈는데 그게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눈에 띄어서 그의 투어 굿즈를 만드는 디자인 팀에 합류하기도 했습니다. 칸예 웨스트와의 인연을 시작으로 제리 로렌조는 많은 힙합 아티스트들과 교류하게 되었고, 이러한 네트워크는 피어 오브 갓을 런칭했을때에도 성공적인 시작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힙합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 모더한 디자인 그리고 그가 만들어내는 아메리칸 어페럴의 결 때문인지 초기에는 나이키와 같은 스포츠 브랜드들과 협업하며 스트릿 브랜드로서 규정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스트릿 브랜드의 경계가 사라지길 바란다고 했고, 그것을 깨는 첫번째 시도가 2020년 3월 파리 패션 위크에서 처음 선 보인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와의 콜라보였습니다.
하지만, 제리 로렌조는 패션은 표현을 하는 창구일뿐, 피어 오브 갓이나 에센셜이 제리 로렌조 그 자체의 유산이 되길 바라지 않는다고 말하며 자신을 디자이너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아니라 문화 수집가(Culture Sampler)라고 정의합니다.
Fear of God is the modern picture of American culture. All of my references are references from the ‘80s and ‘90s of my heroes, whether they're Kurt Cobain or Allen Iversen or John Bender from The Breakfast Club . These are American idols, you know what I mean? These were icons from different subcultures that now—fast forward 20, 25 years later—are now merging into one.
피어 오브 갓은 미국 문화의 현대적 서사입니다. 제 레퍼런스들은 전부 커트 코베인(록밴드 너바나의 멤버), 앨런 아이버슨(전 농구선수), 브렉퍼스트 클럽의 존 벤더(1980년대 미국에서 유행하던 TV쇼)과 같은 80-90년대의 영웅들이었습니다. 미국문화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죠. 이들은 각기 다른 서브 컬쳐의 아이콘들이었고, 20-25년이 지난 지금 피어 오브 갓을 통해 하나로 합쳐진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최근 무신사와 리셀 플랫폼 크림의 짝퉁 공방에서 피어 오브 갓이 크림의 손을 들어주면서 국내에 있는 에센셜 옷들을 보면 짝퉁이라는 키워드가 같이 떠오르는 그리 영애롭지 못한 프레임이 씌워졌습니다.
미국 패션계에서 에센셜은 이미 몇 년동안 그 가치를 증명받은 브랜드 중 하나이며, 제리 로렌조의 남다른 브랜딩 스토리가 녹아있는 라인이기도 하기에, 더 큰 소음없이 논란이 종결되어 국내에서도 다시 그 명예를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