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쁠 희 Jan 03. 2023

사랑하는 엄마, 나한테 왜 그랬어요

참고 참았던 말을 해버렸다

내년에 한국에 들어가야지 결정을 하고 난 이후, 나에게 이상한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샤워를 하려고 부스에 들어갈 때면 파편처럼 흩어진 나를 아프게 한 기억들이 올라오면서

꺼이꺼이 눈이 빨개질 정도로 눈물이 나는 것이었는데

정말 그 눈물이 참기 힘들 정도로 나오는 데다가 단순히 슬픔이 아니라

분노로 가득 찬 감정이 들어서 너무나 괴로웠다.


원래는 침대로 가기 전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샤워를 하는 시간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좀 무서워졌다.

'나 왜 이러지..?'


이게 시작이었다. 내가 타지에 남는 것보다 가족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이

이렇게 공포스럽다니, 결국 어떻게든 이 감정들을 해소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메일을 쓰기로 했다. 마음 단단히 먹고.




내가 왜 친구관계보다 가족들을 더 어렵게 생각하는지,

내가 왜 코로나 때문에 3년 동안 한국에 못 가서 가족들을 못 봐도 괜찮았는지,

가족들을 본다는 반가움보다 '이 옷은 엄마아빠가 싫어하겠지?'를 고민하며 짐을 검열하기 시작했는지,

이것들을 시작으로 사람들이 내가 특권으로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얻기 위해서 부모님과 얼마나 많은 싸움을 했고, 내게 어떠한 상처들이 남았는지,


그래서 나는 한 번도 무엇하나 쉽게 얻은 것이 없고,

매번 반대에 부딪혔기에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건 부모님이 싫어하는 것이다'라는

생각이 뿌리 깊게 잡혀버렸다는 것까지.


그 와중에도 엄마가 상처받을 거 알지만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얼마나 많은 서포트를 받았는지 알고 있으며 그건 감사함을 가지고 있기에

이해해보려 내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말했다.




표면적으로 나는 스물 언저리부터 부모님과 싸우지 않았다.

싸움을 피했고, 일부러 좋아할 만한 이야기만 하고,

좋아하지 않을 내 모습은 검열하고 숨겼다.

엄마아빠를 한 사람, 한 사람으로서 이해해보려고 노력을 했다.

그러고 나니까 더 안쓰러워서 더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내 머릿속에 같은 질문들이 떠돌더라


왜 나는 이해받지 못했을까?

왜 나한테 부드럽게 설명해주지 않았을까?

왜 나는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수 없는 걸까?

왜 항상 나는 가족들한테 외계인 같은 존재여야 할까?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나는 다시 한국을 떠나던 15살의 나로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어른이 되었나 싶었는데 외면만 자랐나 보다.


마음속 깊이 숨겨두었던 이 얘기를 털어놓아야

내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기적이지만

이메일 한 편 가득 나의 이야기를 써서 보냈고,

그다음 날 바로 엄마의 답장을 받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