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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쁠 희 Sep 29. 2021

11 "사장님, 저그만두려고요"

이직하려고 잡은 미팅에서 내가 느낀 것들

나는 사장님과 1대 1 미팅을 할 타이밍을 계속해서 살피고 있었다. 퇴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했기에, 언제 말하느냐는 어떻게 말하느냐 만큼 중요한 사안이었다. 월요일은 정신없이 바쁘니 좀 아닌 것 같았고, 다른 날엔 사장님이 일찍 퇴근을 해버려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말을 해야만 하는 날짜까지 와버린 나는, 대놓고 미팅을 잡은 뒤, 그의 오피스로 향했다.


내가 들어가기 바로 이전엔 회사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니어 레벨 직원이 그 방을 나왔는데, 들어가자마자 들은 뜻밖의 소식은 그 직원이 퇴사를 한다는 사실이었다. 어쩜 골라도 이런 날에, 심지어는 내가 더 늦게 미팅을 잡은 건지. 먼저 선수(?)를 친 그녀가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더 이상 내게 옵션은 없었고, 할 일을 잘 마무리하고, 이직을 하기 위해서라도 오늘 밖에 시간이 없었다. 나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면 말했다.


나 - "I need to talk to you"(할 말이 있어요)

사장님 - "Why, are you quitting too?"(왜 너도 관두게?)


그는 웃으며 대답을 했다. 근데 그 질문에 내가 선뜻 답을 하지 못하자 그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조심스럽게 왜 그런지를 물어보는 사장님께 나는 솔직하게 대답을 했다. 내가 원하는 커리어의 방향과 지금 회사의 상황. 내가 고충을 겪고 있던 부분들까지 아래와 같이 이야기했다.


1. CS도 하고 있지만, 마케팅도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Client Experience Manager라는 타이틀로 내가 어떤 커리어를 개척할 수 있을지 모르겠고, 조금 더 expertise가 있는 커리어를 쌓고 싶다.


2. 팀이 없다는 것이 쉽지 않다. 이제야 1년이 지났지만, 계속해서 나 혼자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기분이 들 때가 너무 많다. 나도 멘토로부터 배우고, 누군가를 리드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일을 하고 싶다. 


3. 조금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 네트워킹 이벤트나 트레이닝 등 교육적인 부분들이 체계화되었으면 좋겠다. 


4. 분명 열심히 일을 해서 결과 보고를 했는데 이메일이 전혀 오지 않거나, 답변이 오지도 않을 때, 내가 보낸 걸 보긴 한 건지, 내가 뭘 잘하긴 한 건지, 전혀 성취감을 느낄 수 없고, 답답하다.




한참 나의 이야기를 듣던 사장님의 첫마디는 "I'm Sorry"(미안해)였다. 이 회사는 주니어 직원을 둔 적이 없었다. 다 5년 이상의 시니어 레벨 직원들이었기에, 이미 전문성이 쌓인 사람들이 들어오는 곳이었다. 그러니 이제 사회로 나온 신입 직장인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뭘 해줘야 하는지에 다들 무지했던 것이었다. 그는 사과를 전하는 동시에 내게 지금까지도 자산이 되고 있는 말을 해주었다.



"네가 나한테 미리 이런 것들이 힘들다고 말해줬다면 나는 조금 더 빨리 알아채고 고쳐주려고 노력했을 거야. 분명 너도 고민도 많이 했을 거고, 이 말을 하기까지 힘들었겠지만, 이제는 너의 성과를 남들이 알아차려 주기를 바라서는 안 돼. 너 스스로의 가치를 판단하고 네 입으로 먼저 이야기를 해야지. 다른 곳에 가더라도 먼저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똑같은 상황들이 발생할 거야.네가 먼저 적극적으로 네 가치를 알려야 해" 


이 말을 해주며 그는 나에게 많은 것들을 제안했다. 1. 타이틀 변경 2. 주니어 직원 고용으로 내가 서브로 하는 일을 줄여줄 것 3. 대신 다양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교육비 지원 4. 1대 1 미팅 빈도 늘리기 5. 연봉 인상.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그 사이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을 겪으며 많은 변화가 생겼기에 모든 게 다 지켜지지는 않았지만, 사장님은 내가 이 회사에 지금까지 남아 있을만한 충분한 이유를 만들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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