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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쁠 희 Jun 03. 2021

02 경력 없는 영업사원이 돈 버는 법

간절함이 가져온 기회의 발단

그때 나에게는 돈이 너무나 필요했다. 이모 덕분에 사촌동생들의 사는 집의 방 한편을 쓰면서 다른 곳보다는 월등히 적은 월세를 내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최저 시급을 받다 보니 생활비가 금세 쪼들렸다. 옷을 팔면 그 금액의 2.5%를 커미션으로 받는 시스템이었는데, 하루에 옷을 100만 원 정도 판매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 종일 발로 뛰어 판매해봐야 하루에 내게 떨어진 커미션이 2만 5천 원 정도라는 것이 매우 초라하게 느껴졌다.


영업이다 보니 하루, 한 주, 그리고 한 달의 매출 목표가 정해져 있었고, 매니저가 매번 체크를 했기에 압박도 심했다. 한 층에 모여있는 다른 세일즈들과도 경쟁해야 했다. 몇몇 나와 친하지 않던 세일즈들은 "쟤 참 열심히야 손님들 다 데려가겠어" 라며 비아냥 섞인 코멘트를 하기도 했는데, 하나하나 신경 쓰고 대응하기엔 다음 달 나의 생활비가 아슬아슬했다. 그러던 중 큰 고민이 생겼는데 바로 '환불'이었다. 스토어에 오는 사람들 중에서는 옷을 대거 구입하고 전부 환불하는 사람도 꽤나 있었는데, 환불한 금액의 2.5%가 다시 나의 커미션에서 차감되는 시스템이었기에 그걸 복구시키다가 한 주가 다 가버리기도 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인스타그램이었다. 백화점에서 15년 이상 일한, 나이가 지긋하신 세일즈분들은 다들 단골 고객들이 있었다. 그렇기에 평소에 고군분투하지 않아도 한 명의 VIP 방문 매출액이 나의 일주일 치를 훨씬 뛰어넘는 날이 많았다. 그걸 보면서 나도 어떻게든 나의 클라이언트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작정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 그리고 아침 오픈 시간보다 무조건 40분가량 일찍 도착해서 새로운 상품들을 매칭하고 직접 피팅해서 사진을 올렸다. 처음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으나, 점점 시간이 갈수록 피드에 반응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나에게 DM으로 상품을 문의하는 고객들이 나타났다. 


두 번째 대안은 음성 메시지 확인이었다. 한 층마다 약 4-5대의 전화가 코너 별로 배치가 되어있었는데 업무 시간 중에는 전화를 잘 받지도 못하지만, 남겨진 음성 메시지를 봐도 다시 전화를 돌리지 않았다. 전화로 상품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진상들이 꽤나 섞여있어서 그런 걸 피하고 싶은 마음 때문인 것을 알지만, 나는 아무도 안 하는걸 내가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정해진 시간보다 30분은 일찍 도착했다. 각 코너를 돌며 음성 메시지가 남아있는지 보고, 잘 적어둔 다음에, 백화점에 손님들이 적은 시간에 다시 전화를 돌려서 필요한 정보나 물건을 찾아주었다. 그중에서는 실제 매출로 이어진 사람들도 간혹 있었는데, 아무도 연락을 주지 않아서 답답했다며 고맙다고 말해준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돈이 급했기에 돌파구가 필요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선택이었지만, 결국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행복을 주었다는 것이 매우 기뻤다.


그러다 어느 때와 똑같이 음성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던 어느 날, 나는 명품 패딩 점퍼를 구매하려는 손님을 만나게 되고, 이 것은 나의 커리어 체인지의 시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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