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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쁠 희 Aug 11. 2021

08 소프트웨어 UI/UX 디자인을 해보라고?

심리학과 졸업생, 소프트웨어 디자인 의뢰를 받다

자격증 공부를 2개 정도 마무리했을 무렵이었다. 업계에 대해서도 조금 더 알게 되었고, 매일 아침 9시에 모인 팀원들이 하는 말들도 이제는 영어처럼 들리기 시작했다.(확실히 개발자가 하는 영어는 다른 언어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무렵이었다) 


그때 사장님이 나를 따로 불렀다.


대부분의 캐나다 대기업들은 주 1회 정도, 매니저가 팀원을 따로 불러 업무나 회사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원온원(one-on-one)이라는 문화가 있다. 중소기업이다 보니 매주는 아니었어도, 사장님은 주기적으로 나를 불러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매번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던 나는 그날 따라 무슨 자신감이 생겼는지 적극적으로 일을 조금 더 하고 싶은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겠냐 물었다.


그때 사장님은 나를 보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며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셨다. 하지만 사람들은 각자 '해야만 하는 일들'에 잡혀있고,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디자인적인 감각이 없으니 네가 뼈대를 잡아주는 것으로 시작을 끊으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셨다. 새로이 개발 계획 중에 있는 한 모듈의 UI(User interface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UX(user experience사용자 경험) 디자인이 내게 맡겨진 것이었다.


"전 디자인 경험이 전혀 없는데요?"

"별로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어떤 화면이 어떻게 생겼으면 좋겠다 이런 걸 서치 해보고 만들어봐"


내가 부탁해서 받은 일이지만, 한 번도 해본 적도 없고, 아예 나와 관계조차 없을 거라 여겨오던 디자인 일을 줄 줄은 몰랐다. 그만큼 나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고 말하는 게 맞는 것일지... 또 한 번 맨 땅에 헤딩을 해야 했다.


일단 개발자 리더에게 이때까지는 주로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디자인을 만들었는지 물어보고, 액세스를 받았다. 그다음엔 한참을 앉아서 UI/UX 디자인에 대한 리서치를 시작했다. 필요한 정보들, 읽어야 할 내용들, 참고할만한 이미지들까지 싹 다 레퍼런스로 모았다. 그렇게 약 3주 만에 처음 생각보다 퀄리티 높은 디자인 뼈대가 만들어졌다.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이 프로젝트는 엎어졌다. 


회사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사안이었다.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내서, 새로운 클라이언트들이 우리를 찾을 수 있게끔 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이미 업계 내 큰 손들과 거래를 하고 있었고, 그 클라이언트들이 벌쩍 뛸 때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생겼다 하면 모든 개발자들이 달라붙어 그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했는데 그때 당시 여러 가지 일들이 겹치면서 새로운 것에 집중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내 첫 디자인은 내 폴더 속에 고이 간직되었다. 



역사 속에 사라진 나의 첫 디자인. 하지만 덕분에 그 이후로부터는 노하우가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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