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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쁠 희 Jun 17. 2021

04 낯선 남자가 건넨 제안

기회가 부른 인연, 그 인연이 불러온 도약의 기회

나의 첫 클라이언트가 보낸 문자였다. 이번에도 찾는 물건이 있는 건가 싶었는데 갑자기 내게 잠시 밖에서 만날 수 있냐고 물었다. 너무 이상했다. 바로 판단을 할 수는 없었지만, 저번에 함께 온 여자분이 동양인이었는 데다가, 전에 한번 나이가 지긋한 어떤 할아버지에게 호의를 베풀었다가 이상한 일을 당할 뻔한 적이 있어서, 의심병이 가득한 상태였다. 혹시 문자로 이야기할 수 있냐 물었는데, 계속 문자로 할 얘기가 아니라는 말만 돌아왔고, 나의 의심은 확신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어떻게 얻은 클라이언트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잘 내둘려서 따로 만나기는 조금 어렵다고 할 찰나, 그는 나를 고용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 당시 나는 나에게 시급을 1불이라도 더 주는 곳으로 가고 싶어서 여기저기에 지원서를 써서 내고, 쉬는 날이면 면접을 다니느라 바쁜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를 고용하고 싶다는 저 말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가 한 회사의 사장이라는 사실 조차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기에, 대체 왜 갑자기 나에게 이런 제안을 하는 건지, 어떤 직무인지 등에 대해 알고 싶어 졌고, 퇴근 후 밖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는 그를 만나기로 한 날, 최대한 인터뷰에 맞는 복장을 하고 사람들이 가장 많은 카페를 선택했다.


그는 14명 정도의 팀을 꾸려 회사를 오랜 기간 운영해오고 있으며, B2B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다는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면서 CS 쪽을 담당할 사람을 오랫동안 찾고 있었는데, 여러 사람을 고용해보았지만, 다들 오래 버티지 못하고 나가버렸으며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도 많았다고 했다. 사람들을 더 고용하지 않는 이유도, 한 명 한 명의 텔런트를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이라며, 내가 어떤 배경과 경력을 가진 사람인지는 모르나 클라이언트를 대하는 태도를 보고 고용 제안을 해보고 싶어 졌다고 말했다.


처음 들어보는 회사 이름에 업계 지식도 전혀 없었기 때문에 고민을 조금 더 해보아야만 하는 사항이었다. 내가 잘하리란 자신도 없고, 정확히 뭘 해야 하는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한 편으로는 페이퍼 컴퍼니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지울 수도 없었다. 그래서 일단 준비해온 이력서를 건네주고, 이력들을 간단히 이야기하며, 사실 내가 꿈꾸고 있는 방향이 패션 쪽임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이 바로 나를 설득시켰다.


지금 네가 살고 있는 이 도시는 물가도, 생활비도 매우 높고, 얼마를 벌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서도 경제적인 안정감은 꼭 필요해. 지금 이력서를 보니 너는 백화점에서 옷만 팔고 있을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디에서라도 커리어를 쌓고 네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그는 이미 내가 겪는 문제들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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