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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쁠 희 Jun 24. 2021

05 페이퍼 컴퍼니는 아니겠지??

드라마 같이 찾아온 기회, 면접 그리고 계약서

일단 면접을 보기로 했다. 정보도 많이 없었고, 회사 위치가 어디인지도 몰랐으나, 그때 당시 나는 어디든지 갈 준비가 되어있었다. 간절했다. 그리고 눈으로 봐야 지금 내게 다가온 것이 기회인지 위기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자리에서 인터뷰를 날짜를 정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근 며칠 사이에 내게 일어난 일들이 다 꿈만 같았다.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일들이 내게 일어난 기분이었달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왜 내게 이런 제안을 한 거지?' '내가 젊은 동양인 여자라서?' 등등 별별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동양인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외국에서 내가 당했던 일들이 있었기에 긴장의 끈을 놓기는 일렀다.


#면접날

디데이 날이 밝았다. 인터넷에는 1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고 나왔지만, 헤맬 것을 고려해서 2시간 반 정도의 여유시간을 두고 집을 나왔다. 레쥬메 여러 장, 노트와 펜을 챙겨 버스, 지하철 그리고 다시 버스를 타 1시간 40분을 달리고 나니, 낮은 빌딩 건물들이 줄줄이 있는 동네가 나타났다. 개인 오피스나 회사들이 늘어진 곳이었는데, 사람도 거의 없고, 주차장에 꽉 들어찬 차들만 눈에 보일 뿐이었다. 내려서 회사가 있다는 방향으로 걸었는데 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건물이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건널목도 거의 없었기에, 길 한 번 건너는 것도 일이었다. 그렇게 무더운 여름 날, 면접 복장에 땀을 뻘뻘 흘리며 회사 앞에 도착했다.


블라인드 때문에 안을 볼 수 없는 구조였기에, 들어가기 직전에 나는 친한 친구들 몇 명에게 연락을 해했다. 내가 1시간 후에도 연락이 없으면 경찰에 신고를 부탁한다고.


벨을 누르니 클라이언트였던, 사장님이 나를 맞아주고 간단히 오피스를 보여주셨다. 오피스는 생각보다 컸다. 깔끔하고 부엌 시설도 갖춰져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실제로 직원들이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마음의 평안을 주었다. 대부분이 남자고, 아저씨들이 많았으나 여자분들도 계셨다. 그게 어찌나 반갑던지.


간단한 투어를 끝내고 미팅룸에 앉아 몇몇 분들과 면접을 봤는데 이직을 알아보면서 프로 면접러가 된 나에게는 이때까지 중에 가장 캐주얼한 면접이었다. 다들 물어본다는 그 흔한 인터뷰 단골 질문조차 나오지 않았고, 내 소개를 듣고 나서는 그 뒤로 별 질문도 없이 지나갔다. 잘한 건지 아닌지 감도 잡히지 않았던 허술한 면접을 끝내고 나니, 사장님이 들어와서는 종이 한 장을 내미셨다. 계약서였다.


"너 사는 곳이랑 먼 건 알지만, 그래도 우리 회사에서 일해볼래?"

이 말을 듣고도 현실 자각이 되지 않던 나는 일단 조금만 생각해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계약서를 챙겨 집으로 돌아왔다. 부모님께 이야기를 전했는데 반응들이 좋지 않았다. 멀쩡한 회사에 직원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동양인 여자 친구가 있는 백인 사장님이 굳이 어린 여자애한테 이런 제안을 했다는 것이 부모님은 마음에 들지 않으셨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미 막다른 골목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던 상태였다. 나에게 평안함을 줄 연봉이 적힌 계약서를 보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다음 날 아침, 나는 사인을 한 계약서를 사장님께 보냈다. 그렇게 내게 토론토에서의 두 번째 직장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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