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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재미 Dec 28. 2021

주식투자란 끊임없이 '왜?'를 찾아가는 여정

왜 주식투자를 하는 거야?

주식 투자는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주식회사의 증권을 사고파는 투자 활동을 의미한다.

그리고, 회사의 미래 수익과 배당을 예측하고, 이러한 예측에 돈을 거는 공간이 ‘주식시장’이다.


주식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후 첫 번째로 선택해야 할 것은 ‘한국 주식을 할까? 미국 주식을 할까?’였다.

애초에 돈을 불리기 위해 투자를 시작한 것이라면, 수익 실현의 기회와 가능성이 더 많은 시장을 선택해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했다.


나는 일단 어디가 더 나에게 잘 맞는 시장인지 알지 못하니, 씨드를 반으로 쪼개서 한국 주식과 미국 주식에 동시에 투자했다. 그리고 마치 새로운 직장에서 초반 수습기간을 거치고 최종 입사를 확정 짓듯 2개월간 투자 수습기간을 거치고, 성과를 종합하여 한 개를 선택하기로 했다.


그렇게 2개월 간 한국 주식과 미국 주식 투자를 병행했다. 결말은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미국 주식이 나와 더 잘 맞는 시장이라고 판단했고, 현재는 오로지 미국 주식에만 집중하고 있다.




#왜 미국 주식인가?

물론 각자의 성격과 상황, 실력에 따라 잘 맞는 시장이 있다.

나는 실력이 부족한 주린이라 우량주가 더 많이 포진되어있는 미국 주식이,

밤잠이 없는 올빼미족이라 밤에 개장하는 미국 증시가 시장을 관찰하고 대응하는데 더 유리한 조건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이밖에도 미국 주식 시장을 선택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다양한 산업의 글로벌 1위 기업들에 투자할 수 있다

한국 증시는 제조업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시가총액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2020년 평균 68.6%). 반면 미국 주식 시장에는 다양한 섹터의 글로벌 탑티어 기업들이 상장되어 있다.

세계 50대 기업 시가총액 순위(21년 12월 24일 기준)만 보아도 10위권 이내의 종목 중 ‘사우디 아람코’를 제외하고 9개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되어 있다.

내가 매일 마시는 ‘스타벅스’, 매일 신는 ‘나이키’, 매일 쓰는 ‘MS’, 매일 보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구글(유튜브)’, '넷플릭스'까지 미국 주식시장에는 매력적인 기업, 공부하고 싶은 기업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투자 판단을 내리기 위해선 해당 기업이 속한 산업을 공부하고 기업의 재무제표, 숫자와 맥락 등을 분석해야 하는데, 오지랖 넓고 호기심이 많은 내 성격상 제조업 중심의 한국 기업보다는 개성이 뚜렷한 미국 기업의 스토리를 공부하고 알아가는 것이 훨씬 재밌게 느껴졌다.

공부하면서 잡지식이 늘고, 똑똑해지는 기분이 든다랄까?


[2] ETF 상품이 다양하다

ETF(Exchange Traded Fund, 상장지수펀드)란 여러 개의 종목들이 혼합되어 있는 상품을 개별 주식처럼 언제든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다.

예를 들어 ‘반도체 ETF’를 매수했다면, 이 안에 포함된 엔비디아, 인텔, TSMC 등의 반도체 주식을 일정 비율만큼 나눠서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 주식 시장에는 수천 개에 달하는 ETF가 상장되어 있다. 금융, 헬스케어, IT, 부동산/리츠 등 11개 섹터의 24개 산업군의 ETF 상품과, 특정 ETF의 2배수/3배수 레버리지 ETF 상품도 존재한다.

한국 증시에는 없는 다양한 ETF 상품을 적시에 잘 활용하면, 수익 창출의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다.

(내 올해의 수익 상당수는 하락장에서 3배 레버리지 ETF를 스윙투자하여 실현한 것이다.)

참고 : ETFDB.COM 에 접속하면 미국 주식에 상장된 수천 개의 ETF를 확인할 수 있다.

참고 : 3배수(3X) 레버리지란 추종하는 ETF의 3배 수로 움직이는 상품이다.          예를 들면 추종하는 ETF가 1% 올랐을 때 3% 오르고, 1% 하락했을 때 3% 하락하는 상품이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나스닥 지수 추종 3배 레버리지 ETF(티커 : TQQQ), S&P 지수 3배 레버리지(티커 : UPRO), 반도체 필라델피아 지수 3배 레버리지(티커 : SOXL) 등이 있다.

참고 : 티커(Ticker)란 주식에 부여되는 고유 코드이자, ‘이름’이다. ‘Microsoft’의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어플 검색창에 기업명 전체를 입력해도 되지만, ‘MS’라는 티커를 입력하면 해당 기업의 주식을 손쉽게 찾아서 매매할 수 있다. 미국에 상장된 약 2,240 종목 ETF 상품명은 ‘자산운용사 브랜드명 + 추종 지수’로 구성되어 있는데, ETF의 티커는 상품명을 축약한 2~4개 사이의 알파벳으로 구성되어 있다. (EX : SPY, QQQ, QLD, VOO, SOXL, UDOW, UPRO, BNKU 등)  


물론 미국 주식이 한국 주식보다 ‘좋다’ 혹은 난이도가 ‘쉽다’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

나는 ‘미국 주식’을 선호하지만, 미국 주식도 한국 주식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불리한 점/위험 요소들이 존재한다.


[1] 해외 주식은 한국 주식보다 거래 시에 발생하는 증권사 수수료가 비싸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주린이로서 2개월간의 투자 수습기간을 거쳤다. ‘실력이 없다’는 것을 디폴트로 가정하고, 경험치를 늘리기 위한 실험 기간을 가졌던 것이다.

수습기간 동안에는 네 가지 원칙을 지키며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반복했다.


1) 총 시드 1천만 원 이내에서 사고 싶은 종목을 100만 원 이내로 매수한다

2)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다양하게 사고팔며

3) 성공이든 실패든 많은 경험을 쌓는다

4) 매일 ‘트레이딩 일지’에 투자의 과정과 결과, 배운 점을 기록한다.

 

좋게 말하면 ‘실험’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사팔 사팔’을 끝도 없이 반복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행위를 멈추게 된 결정적 계기는 2개월 간의 실현 손익과 증권사 수수료를 정확히 확인하고 난 후부터였다.


내가 1월부터 2월까지 총 투자금 1천만 원을 무한대로 ‘사팔 사팔’해서 번 돈은 얼마였을까?

매매 손익은 외화로 375.79 달러였고 매매제 비용이 313.59 달러였다.

실현 손익에서 증권사 수수료를 빼면 고작 62.62 달러를 벌었던 것이다.

3개월 동안 밤낮으로 미국 주식해서 꼴랑 6만원 정도를 번 것이다(월급으로 치면 월 2만 원꼴…ㅎ).

쓸데없이 잦은 매매로 손실을 극대화하고 수익을 극소화한 사람이 바로 ‘나’였다.


나는 내가 낸 수수료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큰돈이 빠져나가다니,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KB증권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산의 오류 따위는 없었다. 하나씩 계산해보니, 모두 내 손으로 ‘사팔 사팔’ 하면서 쓴 수수료가 맞았다…


미국 주식의 매수/매도 시 수수료는 (업계 평균) 0.25%다. 계좌 개설 이벤트 기간에는 0.1%대 수수료를 적용받지만, 보통은 3~6개월이 지나면 다시 0.25%로 오른다. (현재는 키움증권 영웅문을 사용하며, 0.07%의 수수료로 거래하고 있다.)

한국 주식의 수수료가 대부분 우대 수수료를 적용받아 0.0036~0.0043%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엄청 큰 차이다.


기억하자, 미국 주식을 사고팔고 반복하는 사이 돈을 버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증권사다.


[2] 매도를 통한 수익 실현 시 양도 소득세 22%가 부과된다

미국 주식은 연간 수익이 250만 원 초과될 시 초과금의 22%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한다.(매년 5월에 종합소득세 신고 및 납부)

세율이 높다 보니 시드가 큰 투자자들의 경우 미국 주식 비중을 많이 가져가는 것이 매도의 부담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주식이 올라도 22% 세금 낼 생각하면 아까워서 팔지 못하는 것이 함정이다.  


[3] 한국 주식에 비해 낙폭이 크다

코스닥/코스피 시장의 가격 제한 폭은 상하 30%이다. 즉, 개별종목이 하루 동안 최대로 올라도 30%, 최대로 하락해도 30%라는 것이다.

반면 미국 주식은 상승폭도 하락폭도 정해져 있지 않다. 그래서 미국 주식이 한국 주식보다 빠르게 잘 오르는 것 같지만, 한 번에 큰 폭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특히 2021년에는 개별 종목의 투자 난이도가 매우 높아졌다. 개별 종목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리스크에 과도하게 반응하고 움직이면서 주가의 방향을 점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몇 개 종목을 예시로 들면,

-   [대형주] 아마존은 2분기 실적 발표 직후 -5% 이상 ‘하락’했다.

-    [중소형주] 핀터레스트는 2분기 실적 발표 직후 주가가 -20% 이상 ‘수직하락’했다.

-    [중소형주] 도큐사인은 3분기 실적 발표 직후 주가가 -40% 이상 ‘수직하락’했다.

-    [소형주] 이항은 공매도 포트가 발표된 직후 주가가 -60% 이상 '수직하락’했다.


주가의 하락률만 보면 ‘회사 망했나요?’라는 질문이 절로 나온다.

확실히 한국 주식의 개별 종목들과 비교했을 때, 낙폭이 과도하게 느껴진다. 아마존과 같이 몸집이 큰 우량주부터 인지도가 높은 중소형주들도, 하루 사이에 -5 ~ -40% 이상 하락할 수 있는 게 미국 주식이다.

(참고로 아마존과 도큐사인은 다음 분기의 컨센서스[실적 전망치]가 기대 이하라는 이유로, 핀터레스트는 활성 사용자수 증가 추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로, 이항은 회사의 실체가 의심된다는 공매도 리포트로 인해 하락했다.)

자고 일어났더니 하룻밤 사이 내 계좌의 돈이 -60% 증발했다고 생각해보자. 아찔하다.

하지만 미국 주식을 하다 보면 이 정도의 하락을 종종 볼 수 있다.

몸집이 작은 중소형주들은 현재의 주가가 미래의 이익을 과도하게 당겨와서 형성된 가격이니, 작은 악재에도 주가의 하락폭이 매우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주식투자를 해야 하는가?

후... 이렇게 글로 쓰고 보니, 미국 주식은 기회와 가능성이 많은 시장이지만, 그만큼 위험 요소도 많은 시장이다.

스스로 충분한 공부 없이, 종목에 대한 합리적인 믿음 없이, 남들 말 듣고 잘 모르는 종목을 ‘매수’ 했다가는 막대한 금전적 손실과 수면 장애(잘 시간에 장이 열리므로)를 감수해야 한다.  


분명 나는 주식을 하는 사람이고, 미국 주식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정리한 것인데, 어랏…? 글을 쓰고 보니, ‘미국 주식은 위험합니다. 신중하게 생각하세요’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음… 맞다. 이는 단순히 미국 주식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주식이 주는 이점과 단점이 분명 존재한다. 플러스알파의 돈을 벌 수도 있지만, 어렵게 번 돈과 시간, 정신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이 주식이다.


물론 나는 생각보다 주식이 잘 맞았고 재밌었다.

실력이 뛰어나진 못해도, 주식 관련 도서를 읽고 새로운 것을 하나씩 알아가는 게 어떤 다른 취미를 갖는 것보다 흥미진진했다. 잘하든 못하든 계속 꾸준히 하다 보니, 주식을 하는 과정 자체를 좋아하게 되었고,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매일 변화하는 유기체와 같은 주식창을 보는 게 단조로운 일상의 소소한 재미였고, 주식으로 돈을 잃는 슬픔보다 버는 것의 기쁨을 더 크게 느끼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나와 같진 않을 것이다. 

"왜 주식 투자를 해야하는데?" 라는 질문에, ‘주식 같은 거 성격에 맞지도 않고, 주식보다 더 재밌는 취미가 많고, 돈은 먹고살 만큼 벌고 있다’고 답할 수 있다면, 굳이 스트레스받아가며 개미 투자자의 길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


내 마음이 나를 주식으로 인도할 때, 스스로 주식 투자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 주식 공부를 할 시간적 준비가 되었을 때, 마이너스 구간에서도 도망가지 않을 멘탈이 준비되었을 때, 그때부터 조금씩 소액으로 시작해도 좋다.


어차피 너와 나, 우리는 평생 주린이를 벗어나지 못할 테니, 조금 천천히 주식의 세계에 입학해도 괜찮다!


(글의 시작과는 다르게 조금 뜬금없는 결말 같은데….? 그래도 괜찮다!

이거시! 정녕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니…! 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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