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골목 자유로운 사진책방 ‘이라선’
가을 햇살이 가득했던 토요일 오후, 경복궁 돌담길을 걷다 서촌 마을 속으로 발길을 들였다. 고즈넉한 느낌의 갤러리와 빈티지 소품샵을 구경하던 중 몽환적이면서 아늑한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던 사진책방 ‘이라선’을 발견했다. 이곳은 북마스터가 직접 여행을 다니며 수집한 사진집부터 구하기 어려운 희귀 사진집, 최근 출간된 사진집까지 전부 오픈 돼 있어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는데, 사진집에 문외한인 내가 이날만큼은 사진집과 편한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살짝 좁은 골목에 위치한 ‘이라선’. 여유로운 일요일 같았으면 하는 ‘Easy Like Sunday’와 ‘이라선’이라는 하나의 선박 이름으로 두 가지 뜻을 지녔다고 한다. 별다른 입구 없이 폴딩 도어가 활짝 열어 젖혀있던 덕에 가게 앞 작은 정원과 내부가 이어져있는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보면 좁은 공간이지만, 시야를 시원하게 넓혀주다 보니 넓게 느껴졌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보인 것은 가게 가운데에 위치한 넓고 낮은 목재 테이블 위에 놓인 사진집들이다. 이테이블 위에는 각기 다른 크기에 개성 있는 표지의 책들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내부를 정면에서 바라보는 기준으로 오른쪽 벽면에는 어느 한 사진집 속 사진들이 모니터에서 슬라이드 형식으로 보여지고 있었고, 왼쪽 벽면에는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필체가 담긴 코멘트들과 사진들이 꽂혀있고, 북토크 행사 소식이 적혀있었다.
사진 책방답게 사방이 사진집들로 꽉꽉 채워져 있었다. 왼쪽 벽면 책장은 맨 위쪽 선반에만 책을 가지런히 세워놨고, 책장 안에는 책들이 가로로 눕혀진 형태로 자리해 있었다. 정면 벽면에는 나무 선반 위에 인상적인 표지의 사진집들과 포인트 소품이, 오른쪽 벽면 쪽에는 북마스터가 일하는 공간이 있었다. 일하는 공간의 경계선이 사진집들로 채워 있어 특별히 눈에 탁 트지 않은 점이 좋았다. 아, 그리고 사진집뿐만 아니라 사진 관련 잡지들도 있었는데, 과월호라고 하니 참고하길 바란다.
일반적인 책방에 왔다는 느낌보다 방 안에 놀러 온 듯한 느낌이 강했다. 나무 바닥에 깔린 커다란 카펫, 원목 탁자와 의자들, 벽난로, 조명, 벽면에 걸린 사진액자나 포스트 등의 전체적인 조화는 북유럽 느낌의 아늑함을 가득 안겨줬다. 별다른 음악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이곳만의 분위기에 어느 순간 빠져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나?’ 하는 잠깐의 착각에 빠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사진책방 구경이 처음이었던 지라 원하는 사진집을 찾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내 모습을 간파하신 북마스터님은 내가 원하는 느낌을 물어보시더니 하나하나 추천하며 작가와 사진집에 대한 설명을 쉽게 해주셨고, 그 덕분에 내가 원하는 류의 사진집을 구매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또 하나의 취미를 갖게 됐다.
삼청동의 국제 갤러리는 건물의 독특한 구조 때문에 삼청동과 소격동의 랜드 마크로 자리잡고 있다. 두 개의 건물을 중간의 유리 건물이 연결해 놓은 것 같은 독특한 모양에 지붕 위에는 여자의 모습을 한 조형물이 서 있기 때문이다. 외관에서 느낄 수 있듯이 국제 갤러리에서는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현대미술 작가들의 신선한 작품들이 주로 전시되며, 국내 작가의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도 하고 있다.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의 가구 전시도 매년 열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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