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찾아갈게요, 동네손주

동네손주, 프롤로그

by 김Genie

[프롤로그]


전교생 4명, 시골 분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학교 뒤편엔 오래전 시간이 멈춘 듯한 구멍가게와 버려진 양조장 건물이 있습니다. 골목골목엔 아주 오래된 주택과 금방 지어진 주택이 듬성듬성 나있습니다.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와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뚝 끊긴 골목엔 적막감마저 감돕니다.


학교엔 4명의 아이들만으로도 웃음소리가 넘칩니다. 센 바람에 낙엽만 우수수 흩날려도 까르르 까르르합니다. 그네만 세게 타도 소리를 꽥 지르며 웃고, 미끄럼틀만 빨리 타도 "아, 재밌어." 하며 손을 탁탁 텁니다. 아이들 노는 걸 보고 있자면 어느새 제 입가에도 웃음이 한가득 떠오릅니다. 사랑스러움에 제 마음에도 생기가 돌고, 몽글몽글한 마음이 부풀어 오릅니다.


이 아이들의 사랑스러움을 마을에 전할 수는 없을까요. 누군가는 이 사랑스러움으로 마음 한 구석을 가득 채울 수 있지 않을까요. 고요한 이 마을에는 사람이 그리운 사람이 분명 있을 겁니다.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그 사람을 찾아 나서야겠습니다.


토요일마다 혼자 사는 어르신 댁에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하는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도시락을 들고 찾아오는 대학생들을 반겨주시던 어르신들이 떠올랐습니다. 어르신들과 봉사단 사람들은 마치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손주처럼 도시락통을 주고받고, 담소나 좀 나누다가 "다음 주에 또 봬요!" 하면서 헤어졌습니다. 반가움과 염려와 안부도 함께 주고받았지요. 다음 주에 또 뵙기 위해 시간을 비우고, 컨디션 관리도 했습니다.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어린 왕자의 마음으로요.


우리 마을에도 우리를 기다리고, 우리를 예뻐해 주실 어르신이 있을 겁니다. 서로를 이을 수만 있다면 아이들은 어르신에게 이유 없이 주어지는 예쁨을 받고, 어르신은 아이들로부터 사랑스러움과 기쁨을 선물 받을 수 있겠지요.


아이들과 어르신을 이어보겠습니다. 동네손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