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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조각글

마지막 종례,

학부모 편지

by 김Genie

안녕하세요, 마지막 인사 드립니다.
교직 인생에서 가장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항상 도와주시는 학부모님들을 만난 덕분에 1년 내내 좋았습니다. 바쁘고 힘든 날은 있었어도, 안 웃은 날은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예뻐서 좋은 선생님이고 싶었고,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큰 이모이고 싶기도 했습니다. 세상에 내 마음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매일 살아갈 만 해지잖아요.

아이들 미래가 기대되어서 공부하라고 압박도 주고 요즘 세상엔 잘 없는 기말고사도 치고 그랬는데요, 별 불만 없이 묵묵히 따라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교무부장님께서 그러시더라고요.
"은진쌤 하고 싶은 거 다 해서 좋아 보였어."
네, 정말 너무 무척 지나칠정도로 좋았습니다. 나보다 더 나를 세심히 바라봐주는 아이들과 묵묵히 때로는 화끈히 지원해 주시는 학부모님들만 있는 교실에서 교사로서의 꿈을 활짝 펼치는 일은 상상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비행기 타는 기분이었어요. 진짜로 영국행 비행기도 탔네요. 하하.(*수업연구로 상 받아서 해외 연수 감)

작별인사를 건네다 울었습니다. "3월에 또 만나."가 아니라 "언젠가 또 봐."라는 작별인사에 마음이 찌르르했는데 지호가 엉엉 울길래 속절없이 따라 울었습니다. 안 우는 아이들 앞에서 우는 건 참 쑥스러운 일입니다. 우는 건 어린 사람만 할 수 있나 싶지만 그래도 확실히 쑥스럽습니다.


전근가게 되었습니다. 여기 근무한 내내 주말부부였고, 드디어 남편이랑 같이 살아봅니다. 기쁜데요, 이런 학교를 두고 떠난다는 게 한가득 아쉽습니다. 지난 3년이, 내 교직생활의 전성기였으면 어쩌나, 두고두고 돌아보게 되면 어쩌나 벌써부터 우리 학교의 풍경, 소리, 표정들이 그립습니다.

우리 이쁜 아이들이 5학년도 되고 6학년도 될 텐데 무척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얼마나 이쁘고 귀여울지요. 또 얼마나 야무지고 단단해질지요.

그간 무척이나 감사했습니다. 가정에 평안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좋은 기억만 안고 돌아섭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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