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쳐버린 식단 관리를 되짚어 보며
사람의 마음은 간사하다. 이제 좀 위장 컨디션이 괜찮아진 것 같다고 느끼니까 쌀종이 떡볶이부터 시작해서, 그간 입에도 대지 않던 음식들을 하나둘 갖다 대기 시작했다. 포드맵 식단 관리의 원칙대로라면 고포드맵 음식들을 하나씩 추가해서 상태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인데- 이미 가짓수를 세어볼 수도 없을 만큼 복수의 음식들을 한 번에 넣어버려서 추적도 힘들어져버렸다. 게다가 규칙적으로 복용하던 칸디다 제균 영양제들도 하나둘 빼먹기 시작했고.
이번엔 그동안 해오던 칸디다균 자가치료 루틴을 달리해 보기도 했다.
참고로, 온라인에 공유된 자가치료 루틴들은 약 4가지로 나뉘었다.
[칸디다균 자가치료 방법]
case 1) 바이오필름 제거제와 항진균제를 복용하는 횟수를 2번 반복함
case 2) 오전에만 바이오필름 제거제와 1가지 항진균제를 복용함
case 3) 오전에만 바이오필름 제거제와 2가지 항진균제를 혼합 복용함
case 4) case 2를 이행하면서 운데실렌산을 오전, 오후로 나눠 2번 복용함
case 4가 그동안 내가 했던 방법이다. 그러다 오늘은 case 3처럼 오전에 또 다른 항진균제를 복용했다. 기존에 먹던 베르베린 1알에, 칸디다 서포트라는 영양제 2알을 더 먹은 것. 제균 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평소처럼 약 한 시간 뒤에 오메가3, 밀크씨슬, 비타민C를 먹었다.
이렇게 한 이유는 주말에 밀가루와 설탕도 꽤 먹었고, 음주에 야식까지 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스스로 절제했더라면 복용을 늘릴 필요도 없었을 텐데 영양제로 해결하려 하다니 다소 어리석었다. 그리고 섭취량을 늘린 결과도 썩 좋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속이 쓰려왔다.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하다. 오후에는 또다시 밀가루가 들어간 간식을 먹었다. 일을 하면서 도무지 몸속에서 폭발하는 식욕을 억누르기 힘들었다. 달달한 파인애플 쨈이 들어 있는 펑리수를 집고야 말았다. 이걸 먹는 순간, 죽어가던 칸디다균이 신나서 살아나겠지 상상하면서도 입은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도 딱 1개만 먹고 말았는데 얼마나 꿀맛처럼 느껴졌는지 모른다.
나는 정말로, 진짜로 간사하다. 양심적으로 퇴근하면 집에 곧장 들어갔었어야지. 생선은 저포드맵이니 괜찮지 않냐는, 언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집 근처에 생긴 일식집에 갔다.
새로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라 그런지, 하필이면 서비스까지 후했다. 후한 서비스를 아쉬워하는 날이 오다니 그것도 처음이었다. 일식집 사장님께서 새우튀김과 고구마튀김을 주셨는데 양심상 튀김옷을 떼고 먹은 게 너무 죄스러웠다.
포드맵 식단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저포드맵에 속하는 고기류와 생선회를 찾는 날이 잦아졌다. 하지만 날 음식, 날 생선은 균 번식이 쉬워서 대장에 나쁜 음식에 속한다는 걸.. 조금 뒤늦게 알았다. 생선회는 저포드맵이라고 하는데, 대장에는 나쁜 음식이라니 뭐 이런 아이러니한 것이 있어!
자가치료 중이니 누구에게 조언을 구할 길은 딱히 없고, 이럴 때 적용하기 좋은 나만의 해결책은 '뭐든 적당히 먹기'였다. 자주 먹지 말고, 되도록이면 익혀서 먹자고. 아깝게 남은 회도 팔팔 끓는 매운탕에 넣어서 먹었더니 그나마 안심이었다.
결국에 장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영양가 있는 음식을 골고루 먹으려면, 집에서 잘 익힌 요리를 해 먹는 것만이 안전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주는 못하겠지만 의식적으로 주 2회 정도는 집밥을 잘 챙겨 먹도록 노력해야겠지. 이렇게 또, 간사한 다짐을 늘여놓는다...!
+
생각해보면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간사함' 덕분에 몰랐던 사실들도 많이 알아가는 것 같다. 소식과 금주에 실패해도 이를 상쇄하기 위한 다른 방법을 강구해 본다든지, 잘못된 시도를 통해 내 몸을 더 명확하게 알아가기도 하니까. 까다로운 내 몸과 하나씩 게임하듯이 퀘스쳔을 깨 나가는 느낌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