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중독된 물리학자, 파인만을 읽고
과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이 말은,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치는 수많은 선택 앞에서 얼마나 쉽게 자기 합리화에 빠지는지를 날카롭게 짚는다.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는 단순한 물리학자의 자서전이 아니다. 이 책은 ‘탐구하는 인간’의 가장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하루는 짚신벌레를 보고 있는데,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것을 보았다. 교과서는 항상 사물을 단순화해서 세상이 자기들 바라는 대로 보이게 한다.”
파인만은 현상의 복잡함을 교과서가 자의적으로 단순화하는 문제를 지적한다. 그는 브라질 공교육 현장에서 수학과 물리를 단순히 외우는 방식으로 배우는 학생들을 보고 깊은 좌절을 느꼈다. 교과서가 현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조작'하고 있다는 것.
우리는 과연 지금, 아이들에게 ‘세상’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해석’을 가르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때 이후로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 내 삶에 가장 큰 즐거움을 주는 기계를 망가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의 말속 ‘기계’는 바로 뇌다. 파인만은 생각하는 것에 중독된 사람이었다. 그는 음악도 악보가 아닌 귀로부터 시작했고, 미술도 감각과 실험으로 접근했다. 과학도, 예술도 결국 그에겐 ‘즐거운 실험’이었다.
최근 주목받는 대안 교육기관 ‘미네르바 스쿨’의 설립자 벤 넬슨은 이렇게 말한다.
“기술 진화가 너무 빠르다. 배우는 법부터 가르쳐야 한다.”
— 벤 넬슨, 한경 인터뷰(2022.9.18)
교과서 중심의 정답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고 실험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이다. 파인만이 살던 시대에도, 지금도, 가장 필요한 교육은 여전히 ‘사고하는 힘’이다.
“제1원칙은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이다. 가장 속기 쉬운 사람은 나 자신이다.”
파인만의 원칙은 연구실 안에서만이 아니다. 삶 전체를 관통한다. 그가 말한 ‘자유’는 외부의 간섭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자기 내부의 위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다. 타인을 속이지 않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나 자신에게 정직해지는 것이다.
“자연의 수학적 아름다움을 음미하는 것. 그것은 아주 극적이고 놀라운 느낌이다.”
파인만에게 과학은 곧 감탄이었다. 원자의 운동이 만들어내는 현상을 이해하는 순간, 그는 신적인 경외심을 느꼈다고 말한다. 그 감정을 그림으로, 소리로,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어 했다. 어쩌면 예술과 과학은 같은 마음에서 출발하는지도 모른다. ‘이 세계는 너무 아름답다’는 느낌에서부터 말이다.
파인만의 삶을 통해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그의 신념이 늘 현실에 닿아 있었다는 점이다. ‘배우는 방식’, ‘생각하는 태도’, ‘정직함에 대한 원칙’—그는 이를 연구실 밖에서도 실천했다. 진정한 자유는 그렇게, 내면과 외부가 통합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그는 물리학으로 노벨상을 받았지만, 그의 삶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었다.
파인만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꾸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배우고, 일하고, 살아가고 있는가?
� 참고 도서
리처드 파인만,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김영사.
한경인터뷰, “벤 넬슨 미네르바대학 설립자”, 2022.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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