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중개인의 고백

내가 만든 것을 '내 것'이라 말해도 될까

by 일상여행가


나는 저작권 중개인이다.
창작자와 기업, 그 두 세계 사이에 서서 ‘창작물의 가치를 인정받도록 돕는 일’을 한다.
창작자가 만든 문장, 이미지, 영상 …,
그 모든 결과물이 ‘어떻게, 어디서, 얼마에’ 쓰일 수 있는지를 정리해 주는 일.


창작자는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갈아 넣어 무언가를 만든다.
기업은 그것을 사고 싶어 한다.
그리고 나는 그 사이에서 창작의 가치를 수치화하고, 거래 가능하게 만들고, 법적 테두리로 보호받도록 하는 사람이다.


한쪽에선 권리를 지켜야 하고,
다른 한쪽에선 그 권리를 존중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 일은 기술적으로는 계약서 작업이고,
법적으로는 권리 조율이지만,
결국은 창작자가 만든 것을 세상에 연결해 주는 일이다.


그런 내가,
문득 ‘나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
처음 느낀 건 어색함이었다.
늘 남의 창작물을 다뤄왔기에,
‘내가 만든 것’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하게 된 것이다.


창작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중개인은 그것을 보호하는 방법을 고민한다.
두 입장이 겹치는 순간,
나는 내가 누구였는지를 되묻게 된다.


“내가 이걸 써도 될까?”
“누가 가져가면 어떡하지?”
“괜찮은 글인가?”


이런 질문들은 많은 창작자들이 겪는 감정이다.
그리고 그걸 목격해 온 나도,
막상 글을 쓰는 입장이 되자 그대로 겪고 있다.


저작권은 단지 문서로 된 권리가 아니다.
사람이 만든 것을 존중해 달라는, 최소한의 요구다.
내가 매일 다루는 수많은 계약서 뒤에는,
항상 누군가의 애쓰고 고민한 시간이 숨어 있다.


하루키는『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이렇게 말했다.
“타인과 얼마간이나마 차이가 있는 것이야말로, 사람의 자아란 것을 형성하게 되고, 자립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유지해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나는 매일 타인의 이야기를 중개하는 사람이다.
그들의 창작물을 보호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한다.
그 역할을 오래 하다 보니, 문득 나 자신에게 묻게 된다.

나는 얼마나 ‘나만의 말’을 가지고 있는가.
타인과 다른 풍경을 보고,
타인과 다른 감정을 느끼고,
타인과 다른 문장을 선택할 수 있다면,
그건 어쩌면 내게도 이야기를 쓸 자격이 있다는 뜻 아닐까.


하루키는 이어서 말한다.
“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라는 것은, 나에게 있어 하나의 소중한 자산인 것이다.
그리고 그 자산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때때로 상처를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두려움도,
어쩌면 내가 자립적인 존재로서
처음으로 세상에 내 말을 걸어보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이 작은 말 걸기는, 결국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창작자가 스스로의 가치를 인식하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주장하는 일은,
개인의 자아를 지키는 동시에,
더 많은 창작자들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저작권은 누군가의 권리를 지키는 법적 장치이자,
말을 가진 사람이 침묵하지 않도록 돕는 최소한의 사회적 약속이다.
나는 그 약속을 실무자로서 지켜왔고,
이제는 그 약속을 창작자로서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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