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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ISYEON May 24. 2024

011.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011. 책이 인용한 책

[100권의 의미] 011.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더글러스 애덤스 :어라 시간이



어라 시간이 사라졌다



일론 머스크는 그의 분야에선 대단히 높은 지식 수준을 가졌을 지는 몰라도, 자기 PR 및 사회적 명성만큼은 조금 떨어지는 편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그는 예상 외로(?) 다독하는 사람이었고, 그가 성경처럼 여긴다는 책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대한 궁금증이 피어올랐다. 찾아보기만 했는데도 압도당하는 많은 권수, 첫 장부터 이게 당최 무슨 소리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SF 장르의 콘텐츠들은 좀처럼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고 이런 발매된 지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꽤나 오랫동안 명성을 지키고 있는 책들은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그래도 어떤 아이코닉 한 인물을 키워내는 데에 이만큼이나 이바지한 책이라면 읽을 가치가 있겠다. 한국 번역본을 6권 모두 구매하기엔 조금 부담스러워 원서 버전으로 읽기 시작했고 일주일도 안 되어 다 끝냈다. 아무 생각 없이 술술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뭐지? 다 읽고 나서 얼떨떨했다. 이만큼이나 나를 쉽게 집중시키면서 내게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 책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보통 어떤 콘텐츠를 접할 때는, 책이나 영화나 드라마 같은 것들 말이다. 그게 내게 무슨 의미를 남기는지를 꽤 오래 곱씹어 본다. 내가 무얼 배웠고 어떤 관점을 학습했으며 이를 소비하고 감상한 시간들이 얼마나 가치 있었는가를 스스로 따져보고자 함이었다. 하지만 이토록 공허하게 시간이 흡수된 느낌이라니. 어쩔 줄을 몰라서 내가 남겼던 메모들을 다시 살펴봤다. 



이야기의 흐름은 비교적 자연스러웠다. 평범한 영국인 아서 덴트는 지구가 파괴되는 순간 우주로 끌려가게 된다. 그는 우주라는 자기가 그 일부였던 세계에 대해서 차근히 알아가면서 혼란해하지만 포드 프리 팩트라는 히치하이커 외계인과 함께 하면서 여러 상황을 타파해 나간다. 은하계에는 자포드 비블브록스같은 대통령도, 인공지능을 가짓 우울증에 걸린 로봇인 말빈 등 다양한 인물들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 인물들에게 깊이 들어가거나 어떤 사건들을 중대하게 다루기보단 우리가 계속 히치하이커처럼 갖가지 행성을 유랑할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방금 내가 고래를 만났는데도 다음 장에서 코알라랑 악수하고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는 기묘한 분위기의 책이 된 것이다. 그게 싫으냐고 하면 아니다. 지구를 한 발자국 떨어져서 바라보고 우리가 구축한 문명사회와 이 책 속 은하 세계와의 차이점을 깨달으면서는 이 작은 세상에 우리 같은 작은 존재가 얼마나 고군분투하며 사는가 여겨지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는 왜 이 책을 성경처럼 생각했을까? 각 장마다의 그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100권의 의미]는 책을 100권을 읽으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그리고 그 책들이 개인의 삶에 어떤 의미를 형성하는지 알아보고자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2021~2023년에 걸쳐 100권을 읽은 후 같은 리스트로 두 번째 100권을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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