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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의 UX 개편,
왜 사용자들은 불편해할까

메신저와 SNS는 다르다

최근 카카오톡이 대대적인 UX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첫 화면은 인스타그램을 떠올리게 할 만큼 사진 중심으로 재편되었고, 숏폼 콘텐츠는 더 전면에 등장했으며, 오픈채팅의 위치도 달라졌습니다. 야심 찬 개혁이었지만, 실제 반응은 차갑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카톡이 왜 인스타가 되려 하냐”, “업데이트 절대 안 할 거다” 같은 반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용자에게 환영받지 못한 변화라는 점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메신저와 SNS는 다르다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은 모두 SNS로 분류되지만, 서비스의 본질적 성격은 다릅니다. 카카오톡은 지인과의 대화에 중점을 둔 메신저 서비스이고, 인스타그램은 사진과 일상을 공유하는 콘텐츠 중심 플랫폼입니다. 즉, 카카오톡은 관계 유지가 핵심이고, 인스타그램은 구경과 노출이 핵심입니다. 카카오톡이 이번 개편에서 인스타그램식 UX를 차용한 것은 각자의 정체성 사용자들의 맥락을 고려하지 못한 선택이라 볼 수 있습니다.


사진 중심 화면이 주는 피로감

이번 개편의 가장 큰 변화는 메신저 중심의 홈 화면이 사진 중심으로 바뀐 것입니다. 카카오톡은 기본적으로 대화에 최적화된 서비스였습니다. 기존에는 연락처 목록을 중심으로 앱이 열렸지만, 이제는 화면 대부분을 크게 차지하는 사진이 도배되듯 노출됩니다.

문제는 사진 크기입니다. 한 화면에 최대 두 장만 노출되고, 여러 사람의 사진을 보려면 끝없이 스크롤해야 합니다. 모아보기 기능조차 제공되지 않아 불편함은 더 커집니다. 여기에 광고까지 섞여 들어가면서 사용자는 ‘원하지 않는 정보를 억지로 본다’는 감정을 더 강하게 느낍니다. 광고는 맥락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야 하는데, 이번 개편에서는 콘텐츠 피드에 무리하게 삽입되어 거부감이 배가된 셈입니다.

UX_카카오톡_02.png 큰 이미지로 인한 스크롤 피로와 중간에 섞여있는 광고


사진의 성격 차이

이번 개편은 사진의 성격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프로필 사진은 단순히 ‘사진’이라는 점에서 인스타그램 게시물과 닮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 사진의 목적은 다릅니다.

인스타그램의 사진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콘텐츠이지만, 카카오톡의 프로필 사진은 표시의 목적에 가깝습니다. 친구나 지인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일 뿐, 감상용 콘텐츠와는 거리가 멉니다.

둘 다 사진이지만, 쓰임과 맥락은 완전히 다릅니다. 사진의 성격 차이를 무시한 채 단순히 ‘사진=콘텐츠’로 동일시해 버린 결과, 사용자는 원하지 않는 정보를 반복적으로 소비하게 됩니다. 결국 이는 카카오톡의 메신저적 맥락을 무너뜨리는 설계라 할 수 있습니다.



즐겨찾기 접근성의 약화

카카오톡의 ‘즐겨찾기’는 자주 연락하는 사람을 최상단에 고정해 두는 기능으로, 지정된 사람을 상단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빠른 접근성을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개편에서는 즐겨찾기가 친구 탭 속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이는 명확히 '연락'보다 '콘텐츠'를 우선순위에 둔 설계입니다. 연락보다 콘텐츠를 우선시한 결과, 메신저의 본질인 빠른 연결성이 훼손되었습니다. UX의 기본은 사용자가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을 가장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인데, 이번 변화는 그 원칙과 정면으로 어긋납니다. 자주 쓰는 기능이 멀어질수록 사용자는 불필요한 단계를 반복하게 되고, 이는 곧 서비스 만족도 저하로 이어집니다.

UX_카카오톡_03.png


오픈채팅의 후순위화

카카오톡에는 일반 채팅과 오픈채팅이 있습니다. 오픈채팅은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고, 익명성을 유지하면서 활발히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이번 구조 개편에서는 오픈채팅을 숏폼의 하위 탭으로 밀려났습니다.

같은 맥락의 기능을 분리해 버리고, 콘텐츠 중심 탭에 묶어버린 것은 기능적 일관성 마저 해쳤습니다. 수익 모델을 강조하다가 오히려 핵심 기능의 접근성을 낮춘 사례라 볼 수 있습니다. 같은 대화 기능을 분리·축소한 이 구조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왜 굳이 불편하게 만들었을까?’라는 의문만 남깁니다.

UX_카카오톡_04.png 숏폼 안에 들어가있는 오픈채팅


UX와 매출, 단기와 장기의 균형

이번 개편은 분명히 체류 시간을 늘리고 광고 노출 기회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사용성보다 매출에 초점을 둔 급격한 변화는 장기적으로 사용자 충성도를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서비스의 본질에 맞지 않는 경험을 강제로 겪게 될 때 사람들은 피로를 느끼고, 이탈로 이어집니다. 단기 지표는 오를지 몰라도, 장기적 신뢰는 떨어지는 구조입니다.

UX 설계는 단기 매출을 올리는 도구가 아니라, 사용자와의 신뢰를 쌓아 장기적으로 서비스를 유지시키는 기반이어야 합니다. 이번 카카오톡 개편은 그 원칙을 거스른 대표적인 사례로 보입니다.


카카오톡은 단순한 앱이 아니라, 한국인의 일상 인프라에 가까운 서비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본질을 흔드는 변화는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비스의 방향성은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변화가 서비스 본질과 사용자 기대에 맞는가입니다. 사용자가 서비스를 어떻게 쓰고 싶어 하는지, 어떤 맥락에서 접근하는지를 외면한 채, 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억지로 끌고 가는 것은 위험한 전략입니다. 단기 매출을 위한 변화가 아니라, 장기 신뢰를 위한 설계. 결국 그 차이가 서비스의 흥망을 가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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