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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부족하다고 느끼는가?

105일 차

by 다작이

유튜브에서 자주 동영상을 시청한다. 요즘 같은 때에 이만큼 괜찮은 미디어도 없다고 생각한다. 글쓰기를 하다가 머리를 식히고 싶거나 필요한 정보 및 자료 등을 얻기 위해 이용하곤 한다. 물론 현명하게 활용한다는 조건이 붙었을 때의 얘기다. 일단 원칙은 숏츠는 가급적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쓸데없이 시간만 잡아먹는 원흉이 바로 숏츠 영상이다. 자주 그런 건 아니지만, 나 역시 숏츠를 보다 수 시간을 날린 적이 있었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근다는 말이 있듯 숏츠 때문에 유튜브를 본다는 건 어딘지 모르게 우습다. 이건 유튜브와의 전쟁이 아니라 숏츠 영상들과 한바탕 하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하는 수 없다. 시간도 낭비하지 않고 최상의 성과를 거두려면 이 방법 외엔 없다.


내가 유튜브로 주로 보는 분야는 다큐멘터리다. 글쓰기뿐만 아니라 인문학 전반에 걸쳐 관심이 많아 꽤 다양한 주제로 보고 듣곤 한다. 게다가 하루의 마무리도 유튜브와 함께 한다. 매일 잠들기 직전엔 동영상 강의를 틀어 놓는다. 가끔 강의 내용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날엔 잠을 설치기도 해 더러 피로가 누적되기도 하지만, 백색소음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나쁠 것도 없다. 자면서도 뭔가를 보고 들으며 배운다는 착각 속에 빠져 밤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우연히 어떤 영상을 보던 중이었다. 편한 마음으로 느긋하게 듣고 있다가 갑자기 망치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대단한 내용은 아니었다. 말 자체가 어렵지도 않은 데다 어느 누구라도 쉽게 할 수 있을 만한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당신은 진짜 당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가?'

늘 자신감이 충만하거나 나 자신에 대해 만족감을 느껴서 그런 게 아니었다. 어쩌면 평소에 잊고 지냈던 화두가 아닐까 싶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내가 부족하지 않다는 생각을 해 본 기억이 없다. 대체로 난 살면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나 자신을 낮추는 일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건 뭐, 일부러 타인 앞에서 나를 낮춤으로써 어떻게든 내가 보기보다 겸손한 사람이라거나 꽤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심 때문은 아니다. 실제로 내가 다른 사람보다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인정을 하든 하지 않든 남자들의 중요한 조건인 키나 외모만 따져도 나는 그 어디에도 내세울 수 없을 정도로 볼품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언제 어디에서든 나는 나를 낮추곤 한다. 그런 내 태도는 거의 일상이 되어 버렸다. 오죽하면 친구가 내게 너무 자신감이 떨어져 보인다며 말할 정도다. 그러고는 편하게 생각하려 한다. 낮추려고 낮추는 게 아니라, 낮으니까 낮추는 게 당연하다고 말이다. 이 점에 대해선 적어도 난 하등의 불만이 없다.


그런데 그 영상을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에 빠져 들게 된 것이다. 내가 늘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실제 부족하냐 그렇지 않으냐에 관계없이, 어쩌면 나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잘나고 싶은 생각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굳이 그것을 정량화할 수는 없겠으나, 가령 전혀 부족하지 않은 상태를 100점이라고 간주할 때 나는 내가 60점쯤 된다고 생각한다. 이쯤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남은 40점, 즉 모자라는 만큼의 점수를 얻을 수 있어야 지금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되는 셈이다. 결국 표면적인 나의 겸손한 태도도 그 점수를 채우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과 같지 않을까? 과연 그렇게 해서 모자란 40점을 채울 수 있을지는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사람의 일이란 게 마음먹었다고 해서 어찌 그대로 이루어지겠는가? 당연히 부족한 내 모습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지만, 어떤 유의미한 변화나 발전을 기대하긴 어렵다. 사람은 고쳐서 쓰는 게 아니라는 말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그만큼 사람이 변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뜻이겠다. 모든 변화의 시작은 발전에서 기인한다. 사람에게 있어 변화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면 발전도 이에 못지않은 어려움을 지니게 마련이다.


결국 생각의 끝에서 내가 만난 건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내 속에 잘나고 싶은 욕심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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