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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씨 Jan 07. 2019

해야한다는 강박증

#10. 잘해야 한다, 배워야 한다, 쉬어야 한다...

[        ] 해야 한다


나는 예전부터 하나의 강박증을 가지고 있었다.

대학생 때는 수업이 없는 시간에, 방학에, 휴학 기간에, 직장인이 되어서는 퇴근 이후에, 주말에 무엇인가 끊임없이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야 내 스스로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잠시라도 여유가 생기면 고문이라도 당하듯 무엇인가 하기 위해 몸부림쳤다.


[잘] 해야 한다.

[배워야] 한다.

[끊임없이 무엇인가] 해야 한다.

[가능한 많은 것을 경험] 해야 한다.


그 때의 몸부림이, 백수가 된 지금 다시 떠올랐다.



빠져나올 수 없는 늪


퇴사하기 전에도 나는 [버텨야] 한다는 생각이 내 마음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렇게 버티다 버티다 도망쳐 나왔을 땐 '쉬고 싶다, 멈추고 싶다'는 욕구가 머리 끝까지 올라온 상태였다. 내가 너무도 소진된 느낌이 들었으니까.


그런데 막상 퇴사를 하고 그만큼의 공백이 생기자, 또 다시 '~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몰려왔다.

나에게 생긴 이 공백을 의미있는 무엇인가로 채워야 할 것 같았다.

무엇인가 배워야 할 것 같았고,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 같았고, 누군가를 만나야 할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불안하고 초조한 느낌이 들었다. 다들 달리고 있는데 나만 뒤쳐지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게 아니면 쉬는 것 조차도 '쉬어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내 스스로를 압박했다.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진 느낌.



이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 쉬면서는 가장 먼저 이 강박증부터 멈추기로 했다.

내 마음이 정말 편안해질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몸이 먼저 반응을 했다. 그간 회사를 버텨왔던 내 몸이 먼저 무너졌다.

면역력이 바닥까지 떨어져 신호를 보낸다.

그동안 이만큼이나 힘들었다고.



이제는 [   ] 해야 한다 말고,

[    ] 하고 싶다의 빈 칸을 채워야지.

그게 무엇이 되었든 내가 하고 싶은 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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