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4
#064
기분 좋게 비가 내렸다.
잠을 좀 설쳤는데 새벽에 깨어보니 빗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왠지 모르게 이대로 자고 일어나면, 이 비가 그치고 상쾌한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다시 자고 일어나니 꼭 그렇게 되었다.
베트남에 왔으니 쌀국수를 먹겠다고 아침부터 들뜬 발걸음으로 호텔을 나섰다.
밖에서 간판 그림만 보고 찾아 들어간 곳에서 쌀국수(Pho)를 주문해보았다.
맛이 엄청났다!
기분 탓인지 아니면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비가 온 후의 다낭은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도시의 전체적인 느낌이 매우 분주하다.
어제 호텔로 오는 길에 본 ‘VietJet Air’(베트남의 저가항공사) 사무소를 들렀다.
아침에 로비에서 만난 직원이 말하기를, 종종 국내선이 매우 저렴한 특가로 나온다고 했다.
5만 원 정도로 저렴한 항공권이 있길래 그냥 국내선을 타고 한 번에 장거리를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예상외로 친절한 직원 덕분에 고민을 할 여유도 없었다.
오늘은 인근의 호이안(Hoi An)으로 움직일 생각이다.
호이안에서 당분간 좀 푹 쉰 다음에, 다시 다낭으로 돌아와서 비행기를 타고 호찌민으로 가야겠다.
호이안은 다낭에서 버스로 한 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다.
다낭으로 향한다는 노오란색의 로컬버스를 힘겹게 잡아탔다.
이곳의 버스정류장은 내게만 안 보이는 건지 어떤 건지 모르겠다.
정말 버스를 거의 택시처럼 잡아서 탔다.
외국인들에겐 추가 요금을 받는다는 블로그를 본 적이 있는데,
역시나 이미 탑승해있는 독일 청년들에게 물어보니 50만 동을 냈단다.
다가오는 차장에게 나는 그냥 20만 동만 쥐어줬더니 나를 다시 쳐다본다.
그냥 배시시 웃었더니, 그녀도 멋쩍은 웃음으로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웃는 얼굴은 힘이 세다.
버스는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도로를 달리더니 한 시간이 채 안돼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지금까지의 베트남과는 사뭇 다른, 상상 속의 이미지와 되려 흡사한 조용한 마을이다.
외벽 전체가 파스텔톤으로 칠해진 근사한 숙소에 짐을 풀었다.
4층 독방이었는데 천장이 창문을 향해 비스듬히 기울어 있는 뭔가 다락방스러운 느낌이었다.
경적소리가 여기에서도 들린다.
하지만 하루 만에 꽤나 적응이 된 건지 괜히 미소가 지어졌다.
마을의 분위기는 조용하기보다는 평안하다고 해야 할까.
편히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날이 저문다.
꽤나 가벼워진 몸을 움직여 마을을 돌아보기로 했다.
골목들을 지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는 구시가지로 향했다.
숙소 앞에서 빌린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휘파람을 불면서.
눈을 의심할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나타났다.
형형색색의 등불이 강물에 비치며 빛의 향연을 만들어낸다.
구시가지는 골목과 골목, 건물과 건물마다 등불로 끊임없이 이어졌다.
마치 중국의 오래된 작은 마을에 축제가 열린 것처럼 너무도 묘한 정취를 풍겼다.
문득 시간을 거슬러온 듯 한 기분이 든다.
주민들도, 여행자들도, 모두 함께 이 고즈넉한 아름다움에 취해 있는 듯하다.
관광객의 지갑을 유혹하는 상점들을 따라서 걷다가, 나도 결국 실크 침낭과 큰 배낭을 하나씩 사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와 간만에 모든 짐들을 풀어놓고서 하나씩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작은 배낭을 앞뒤로 두 개나 메고 다녔는데, 덕분에 이제는 배낭이 하나가 되었다.
왠지 다시 새로운 여행이 시작될 것 같은 기분이다.
침대에 누인 몸과 마음에 해맑은 미소가 잔뜩 걸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