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light Library에서 만난 사람들

교육계의 지식생태학자를 만나다 -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유영만 교수

by Ella Yoon

교육계의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님을 만나봤다. 최근에 출간된 『책 쓰기는 애쓰기다』를 읽으며 책 쓰기의 본질에 대해 더 깊이 성찰할 수 있었다.

90여 권의 저역서를 쓴 비밀은 도전적이고 실천적인 삶 덕분이었다. 책에는 실천하며 몸에 새겨진 지혜가 담겨져 있었다. 책 쓰기 미니 인터뷰를 통해 교수님의 삶과 철학을 만나보자. “책은 누구나 쓸 수 있다”라고 말씀하시는 교수님의 귀한 메시지 속으로 지금 들어가보자.




Q1. 교수님 소개 부탁드린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유영만 교수

A. 저는 대학교수라기보다 지식 생태학자로 활동한다. 자연에 있는 생명체들이 저마다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 원리와 방식을 연구한다.

그들이 살아가는 원리를 뽑아서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조직을 변화시키는 융합학문이 지식생태학이다. 오래전부터 우리가 추구하는 답은 자연에 있다. 자연은 보호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끊임없이 배우고 익혀야 할 학습대상이다.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자연과 벗 삼아 놀아야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과는 멀어지고 책상에서만 공부하는 것이 안타까울 때가 많다.

교수이기도 하지만 글을 쓰는 작가이기도 하고 강의를 하는 강사이기도 하다. 체험을 통해 보고 느끼고 깨달은 것을 책에 담아 내려한다. 그 책을 매개로 강연 활동을 하며 교육을 통해 사람을 변화시키는데 즐거움과 열정을 쏟고 있다.


Q2. “울림을 주는 글은 울림을 당해본 사람만이 쓸 수 있다. 흔들려본 사람만이 세상을 뒤흔드는 글을 쓴다”라고 말씀하셨다. 참 인상적이다. 교수님의 삶 속에서 울림을 당해본 가장 중대한 사건은 무엇이었나?


A. 우리의 삶은 사고의 합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사건 속에는 말 못 할 사연이 숨어있고 거기에는 사유가 자란다. 사고를 당하면 思考, 즉 생각과 고찰이 만나 사고(思考)가 바뀐다. 우리가 수동적으로 사고 당하지만 수동적 사고가 능동적 사고를 만들어 낸다. 사건은 정말 많지만 제가 여기까지 오게 된 가장 중대한 터닝포인트는 용접을 하다가 평택화력발전소에서 책 한 권을 만난 것이다.

사법고시의 합격 수기 책인데, 고시 공부를 해야겠다는 잘못된 꿈을 품게 만든 책이다. 책이라는 것이 사람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킨다. 책이란 오이가 피클이 되듯 피클이 오이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비가역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 책이 저를 여기까지 오게 만든 터닝포인트가 되었고, 고시 공부를 그만하기 위해 공부하던 책을 달밤에 불사르던 것 역시 중대한 사건이다. 고시 공부를 포기했던 이유는 재미없는 공부를 계속하면 내 인생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 사건과 사고가 참 많지만, 그런 사건들이 제게 새로운 사유를 일으키고 책의 소재가 된다. 그 이후 책 읽기에 빠진 것 역시 중대한 사건 중 하나다.




Q3. “쓰기는 ‘살기’와 ‘읽기’ 그리고 ‘짓기’가 몸부림치면서 남기는 얼룩과 무늬의 합작품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책 쓰기를 꿈꾸는 과학기술인들을 위해 글을 짓는 사람의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하는지 조언 부탁드린다.


A. 우리의 삶이 바뀌지 않은 이상 우리의 글도 바뀌지 않는다. 글은 삶이 만드는 작품이다. 삶이 낳은 자산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자꾸 글짓기 기술을 배우려고 하는데 그것을 배우기 전에 글감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그 글감이 바로 ‘이전과 다르게 사는 삶’이다. 이전과 다른 삶을 살지 않은 사람은 이전과 다른 글을 쓸 수 없다. 삶은 똑같은데 글을 다르게 쓰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또 하나는 내가 갖고 있는 삶만 가지고 글을 쓰게 되면 좌정관천(坐井觀天)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 나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과 만나야 한다. 직접 만나는 것도 좋고 간접으로도 만날 수 있다. 간접 만남이 바로 그 사람의 책을 읽는 것이다. 그래서 살기, 더하기, 읽기를 해야 두 가지가 합쳐지는 새로운 글이 나온다. 글짓기와 책 쓰기를 구분해놓은 이유도 글짓기를 잘한다고 책을 쓸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글짓기는 단거리 경주지만 책 쓰기는 장거리 마라톤이다. 글짓기까지 되면 비로소 책 쓰기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과학기술인들도 글을 지으려면 무조건 써봐야 한다. 오로지 쓰기는 쓰기를 통해서만 향상된다. 쓰지 않고 백지를 하루 종일 보면 내 머리도 백지가 된다. 거기에 한 줄을 쓰고 그 한 줄을 보면, 신기하게도 그 문장이 다른 문장을 데려온다. 그것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일단 써야 한다.


* 좌정관천(坐井觀天) : 우물에 앉아서 하늘을 본다는 뜻으로 식견이 매우 좁음을 뜻함

-출처 : 네이버 지식사전


babe-2972219_1920.jpg 글감은 어제와 다른 1cm에서 찾는 것 『사진 출처 : Pixabay』




Q4. “저마다 가슴에 간직한 한 가지 단어. 죽음과도 맞바꿀 수 있을 만큼 내 삶을 이끌어가는 견인차 같은 단어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교수님의 마지막 단어는 ‘도전’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도전을 꿈꾸고 있나? 그리고 글을 짓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도전이 필요한가?


A. 지식은 책상에서 배울 수 있는데 지혜는 오로지 실천을 통해서 배울 수 있다. 실천적 지혜, 체험적 지혜라고 하는 이유다. 지식인보다는 지성인, 지성인보다는 야성인을 더 좋아한다. 올해 2학기부터 1년 동안 안식년이다. 택시 운전을 해보려고 한다. 가장 좁은 공간에서 힘든 삶을 사는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공간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택시 운전 자격증을 따야 한다. 또 자전거를 타고 국토 종주 계획도 갖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풀리면 꿈꾸고 있는 또 하나는 산이다. 유럽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엘브루즈(Elbrus·5,642m) 등반도 계획 중이다. 1년에 한 번씩 변화할 수 있는 도전 프로젝트가 있으면 준비하는 기간도 신나고 재밌다.


글을 짓고자 하는 사람은 색다른 소재가 필요한데, 색다른 도전 없이는 색다른 글이 나올 수가 없다. 도전이라는 것이 저처럼 사하라 사막을 가는 거창한 도전이 아니라 어제와는 다르게 사는 삶이 다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늘 회사 사람들과 밥을 먹었는데 새로운 사람과도 먹어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색다른 영감을 얻을 수가 있다. 이전에는 안 했던 방식을 해보는 것이다. 만약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출근한다면, 절반은 걸어가 본다든지 자전거로 가본 다든지 다르게 시도하는 모든 것이 도전이라 생각한다. 그러면서 색다른 깨우침도 얻어지고 이전과는 다른 방법이 생긴다. 방법이란 것이 앉아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해봐야 새로운 방법이 떠오른다. 만약 독서를 한다면 늘 읽던 책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새로운 분야의 책을 읽어 보는 것이다. 이것이 모두 새로운 지적 도전이다.



Q5. “독서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진짜 독서는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라고 말씀하셨다. 교수님만의 독서법 공유 부탁드린다.


A. 독서법이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저는 정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속독으로 읽게 되면 이해하기 어렵다. 여러 권 읽는 것보다 여러 번 읽는다. 한번 읽고 다시 읽을 때 또 다른 의미가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저자가 살아온 삶이 내 삶과 다르기에 그것을 읽고 이해 안 된다고 덮는 것이 아니라 곱씹으며 읽어보고, 또다시 읽어보는 그런 활동이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읽고 끝나면 자신이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이 잘나지 않는다. 그래서 저는 저만의 비밀 문장 노트가 있다. 손은 제2의 뇌이기 때문에 손으로 직접 메모를 한다. 인두 같은 한 문장을 꾹꾹 눌러서 쓴다. 손으로 쓰는 동안 저자의 의미를 다시 한번 돌이켜보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읽은 부분 중에서 필요한 부분은 견출지를 이용해서 표시해놓는다. 표시된 부분은 A4용지에 타이핑해서 독서노트를 만들어 놓는다. 책을 쓸 때 이런 문장들을 적절히 인용하고 논리를 백업한다. 저는 책을 읽기만 하지 않고 읽으면서 쓰고, 쓰면서 읽는다. 그래서 저의 독서는 읽기와 쓰기가 잘 구분이 안 된다. 만약 어떤 주제에 관해서 책을 쓸 때는 읽다가 쓰기도 하고, 쓰다가 읽기도 한다.


books-4436217_1920.jpg 독서란 책 속의 보물을 우리의 것으로 만드는 일『사진 출처 : Pixabay』




Q6. “글짓기는 보자기다”라고 하셨다. “보자기는 철저하게 타자 지향적이다. 가방과 다르게 내가 중심에 있지 않고 타자를 중심에 세우고 자세를 낮춰 품어주는 미덕의 상징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책 쓰기에 독자가 중요한 궁극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A. 글과 책의 차이는 글은 독자가 읽지 않아도 되지만 책은 무조건 독자가 읽어야 한다. 독자가 읽지 않게 되면 출판사에 큰 타격을 주게 된다. 책은 꼭 독자가 읽어야 함을 기억하고 독자가 공감할 수 있도록 독자에 대해서 늘 생각해야 한다. 독자들의 아픈 부위가 무엇인지, 독자가 어떤 부분을 궁금해하는지, 무엇을 갈망하는지, 독자의 시선들에 자주 접속해야 한다. 독자와의 접촉을 어떤 언어로, 어떤 공감 코드로 만들 것인지 늘 생각해야 한다.


Q7. “글은 생각날 때마다, 영감이 올 때마다 무조건 써야 한다. 그 길만이 내 삶을 글로 녹여내는 작가가 되는 길이다. 뭐든지 밥 먹듯이 하면 된다”라고 말씀하셨다. 우리 삶에 습관이 왜 중요한가?


A. 글을 띄엄띄엄 쓰게 되면 글의 맥락과 문맥이 끊긴다. 무엇을 썼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일정 기간 집중적으로 글 쓰는 시간을 주기적으로 반복해야 글 쓰는 근육이 길러진다.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내 생각을 꿰어서 연결하는 연습을 해야 글의 맥락이나 문맥이 연결된다.

그러기 위해서 첫 번째는 주기적으로 써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매일 쓰는 것이지만 매일이 어렵다면 최소한 이틀에 한 번은 일정 시간 동안 일정 분량의 글을 습관적으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 때가 되면 배가 고프듯 때가 되면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든다면 가장 이상적이다. 일단 써 놓고 고쳐나가다 보면 처음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글이 나온다. 습관이 중요한 이유는 그 점들이 모여 면을 이루고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bread-2824599_1920.jpg 빵은 숙성돼야 부드럽다. 글도 빵 처럼『사진 출처 : Pixabay』


Q8. “오이가 피클이 되고 배추가 묵은지가 되는 숙성과 발효 과정을 거쳐야 제맛이 나듯 작품도 작가의 삶을 담아내는 글짓기가 축적되면서 점차 여물어 간다. 발효되지 않으면 맛을 담보할 수 없다. 책은 진심이라는 그릇에 담은 작가의 삶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작가가 되고 싶거나 책 쓰기를 꿈꾸는 과학기술인들을 위해 응원의 메시지 부탁드린다.


ukraine-999369_1920.jpg 모든 만물이 익어가듯 작가의 글도 여물어 간다 『사진 출처 : Pixabay』


A. 책은 전문가만이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책을 쓰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것이 제 생각이다. 위대한 사람, 작가만이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다 책을 쓸 수 있다. 글과 관련된 소재가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우리의 삶 자체가 책 한 권이다. 누구나 자기의 고유한 삶이 있다. 프랑스 작가 롤랑바르트가 ‘자기의 삶을 불멸화 시키는 것이 쓰기다’라고 얘기했듯이 내가 살아온 삶도 내 삶에 비춰봤을 때 소중한 삶을 산 것이다. 그런 삶이 휘발되기 전에 잡아두어 한 목차씩 써나가다 보면 누구나 저자가 될 수 있다. 자기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보다는 그 분야를 경험해서 깨달았던 부분을 에세이로 써도 좋다. 어떤 장르가 되었던 대중들과 과학기술을 연결하는 교양 과학자가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기억하기 바라며 책을 쓰고자 하는 과학기술인을 늘 응원한다.




"과학기술인의 경력개발 지원 플랫폼인 'K-클럽' 커리어 UP 기자단 활동으로 작성된 기사입니다.
더 많은 기사를 원하시면 https://bit.ly/3wrjxgg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 해당 인터뷰 기사는 K-클럽에서도 만나실 수가 있습니다.

유영만 교수님 인터뷰 더 보기

https://k-club.kird.re.kr/prog/careerLibrary/LIBRARY_TEXT/career/sub02_01_03/view.do?libraryNo=171

"K- 클럽 (http://k-club.kird.re.kr)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과학기술인 경력개발 스토리'를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커리어에 고민이 있다면, K-클럽으로 방문 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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