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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소아정신과 방문

by 연금술사

엄마가 오랜 암투병을 끝내고,

고통 없는 곳으로 떠나셨다.


엄마는 이 세상에 더이상 계시지 않는다...

이제 내게는 더이상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이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미칠 것 같았고,

엄마와 함께 했던 모든 순간들이 떠올라,

길을 걷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릴 때도 많았다.


그러나 나에게는 나를 바라보고 의지하고 있는

두 아들이 있다.


아이들을 보며 힘을 내야 했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나는 엄마의 귓가에 대고


엄마 손자들 잘 키울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늘나라에서 아빠 만나서

고통없는 곳에서

마음 편히 여행 다니시며 사시라고,

우리도 언젠가는 엄마, 아빠 만나러

하늘나라 갈테니

그때 웃으면서 만나자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엄마는 평온한 모습으로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그래, 힘을 내야 했다.




둘째 아이의 상황을 확인해보기 위해

소아정신과 예약을 했다.


급한대로 여기저기 알아보니,


유명한 교수님들은 몇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도저히 기다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행히 집 근처 분당 서울대 병원에 한달 뒤 소아정신과 예약을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시 어린이병원에도 운좋게 두달 뒤로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아이가 4살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 엄마, 아빠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혹시라도 예약 취소된 자리가 나오면 어떤 시간대이든 바로 연락달라고 읍소한 덕분인가 싶다.


1. 분당 서울대 병원 소아정신과

그저 아빠와 놀러 나오는 것이 좋은 우리 둘찌는

엄청나게 떨리는 아빠의 마음도 모른 채,

진료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병원 여기저기 뛰댕기며 놀았다.


만약 우리 아이가...

말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혹시 그것이라면...

하는 생각에 두렵고 초조했다.


마침내 아이 이름이 불리고,

조심스레 들어갔다.


나이가 지긋하신 인상 좋은 의사 선생님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고,

우리가 들어가자마자,

의사선생님은 날카롭게 둘째아이를 관찰하기 시작하셨다.


그런데 의사선생님 앞 의자에 아이를 데리고 앉은 순간에,


둘째가 의사선생님 탁자 위에 놓인 뽀로로 작은 인형에 관심을 가졌다.


"갖고 싶니?"

의사선생님이 물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우리 둘째는 부끄러워하며 선생님을 힐끗 쳐다보고는

내 품에 파고들었다.


"선생님. 이 아이가 아직 말을 거의 하지 못하는데요. 혹시라도 안 좋은 쪽일 가능성이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싶어서 왔습니다."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단순 언어지연으로 보이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겁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진료가 끝났다.


어라? 거의 한달 넘게 기다려서 진료를 본것 치고는 너무 허무하게 끝났다.


밖에 나가니, 역시 나처럼 초조한 마음으로 떨고 있던 아내가 나에게 물었다.


"오빠, 뭐라고 하셔?"

"응.. 단순 언어지연이니 걱정말라고 하시는데??"


4살이 다 되어가는데,

단순 언어지연이라...


그래도 다행이었다.

우리가 생각하던 나쁜 방향은 아닌 것 같아,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두려웠다.

유튜브 등에서는

소아정신과 등에서 괜찮다고 했음에도 나중에 진단을 받은 경우도 종종 보였다.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대체 무엇을 보고 괜찮다고 하신걸까.


지금은 왜 그때 의사선생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잘 안다

그러나 그때는 모든 것이 두렵고, 걱정스러웠다.


그리고 서울시 어린이 병원 진료 예약시간이 다가왔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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