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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다 Nov 08. 2018

모든 상처는 아문다.

소소담소(小小談笑)

어린 시절은 천방지축이었다.

골목에 버려진 장롱 문짝을 기어오르다

튀어 나온 못이 종아리에 박혔다.

벌어진 상처에서 붉은 피가 뭉글 뭉글 솟았고,

나는 사이렌처럼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


첫 실연은 두 말할 것 없이 아팠다.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세상 가장 처연한 여자로

몇날을 쓰러져 울기만 했다.


종이에 베인 실금같은 상처,

종아리부터 허벅지까지 뒤덮은 연갈색의 화상.

배신과 원망으로 가슴 깊이 자리한 트라우마들.


살면서 생긴 무수한 상처들이 당시처럼 생생하게

아프다면 나는 미쳐버렸을테다.


두려움에 웅크린채,

누구에게도 곁을 내어주지 않았을테다.


열림보다는 닫힘을,

이해보다는 오해를,

용기보다는 두려움을..

빛보다는 어둠으로 서서히 침잠했을터.


자신을 지키려다

끝내, 혼자를 지키며 살았을테다.


참으로 안도할 일은 모든 상처는 아문다는 것.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아픔도 과정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일어나 걷고 눈 맞추고

온기를 느끼고 쓰다듬고 연민하는

사랑의 충만함을, 삶의 풍요로움을

여린 살갗으로 온전히 마주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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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  iamdal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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