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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온기 Jul 31. 2021

내가 글 쓰는 이유

나의 꿈이 엄마의 한 이 되었다.

책을 출판한 작가가 되고 싶다.

사실, 꿈이 현실적으로 넘사벽이라는 걸 알고는 있다.

내 나이가 허무맹랑한 꿈을 꾸며 그것에 취해 살 정도로 어린 나이는 아니지 않나

세상 글 잘 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렇다고 그중에 내가 단연 손꼽히는 휘양 찬란한 글솜씨가 있는 것도 아니고 유명한 인플루언서도 아니고 또 창작을 잘해서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할 수 도 없다

모든 것을 현실적으로 생각한다면 난 가능성이 없다는 걸 인정한다. 아니 내가 인정하고 말고 할 것도 없지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고, 누구에게 글 쓰는 법을 배운 것도 아니고 그럴 여유도 없다.출판까지 이어지는 글쓰기는 너무 많은 돈을 원했다.

그런 내가 글을 쓰고 현실의 반대편에 있는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꿈을 계속 꾸는 건 나의 오랜 소망이기도 하지만 엄마의 한이기도 하다.


내가 한때 소설가 양귀자 님처럼 수필을 쓰는 작가가 꿈이었던 적이 있다. 그 꿈을 안고 예고 문예창작과도 입학했지만. IMF로 집안 사정은 나락으로 떨어졌고 대학은커녕 예고 졸업도 못했다. 순전히 집안 사정이었다.

얼마 전 예고 시절 담임선생님과의 오랜만의 통화를 했을 때 내게 그러셨다

"00이 글 잘 썼지~"

난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다. 이젠 오래된 일이고 세세히 기억할 만큼 가까운 시절이 아니었는데

선생님께서는 우리반42명의 이름을 첫날 외웠던 기억력으로 나를 기억하고 계셨다. 내가 무슨 노래를 잘 불렀고. 내가 글을 잘 썼다고

지금은 누구에게도 글을 잘 쓴다는 칭찬을 듣지 못해서 일까 선생님께서 해주신 그 한마디가  그 시절 나의 열정을 소환하는 듯 느껴졌다.


내가 20대 중반쯤 엄마가 맥주 한잔을 하고 내게 와서 울기 시작했다.

"00아 엄마가 너 그렇게 가고 싶어 했던 고등학교 졸업 못 시켜서 진짜 미안해 네가 그렇게 글 쓰기 좋아 싶어 했고 그 고등학교 가고 싶어 했는데 거기 졸업도 못하고 이 엄마가 진짜 미안해 "

난 울고 있는 엄마에게 아주 쿨하게 대답했다.

"그게 뭐 어쩔 수 있나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아니 따지자면 엄마 탓 아니고 친아빠 탓이지 아 됐어 엄마 잊어버려"


나도 기억한다. 내가 고3 4월 전학 가던 날

친한 친구들도 울었고, 나도 울었다. 내가 이젠 다시 올 수 없는 학교이고, 내 꿈들도 이젠 꿀 수 없게 되었다는 생각에 참 많이 울었었다. 그리고 정말로 모든 꿈을 접었다. 혼자 생계를 책임지는 엄마와 함께 취업이 먼저였고, 글 쓰는 일 따위는 잊어버리고 살았으니깐  간간히 '내가 그랬었지..'라며 회상하기는 하지만 나의 거창했던 계획들은 잊어버리고 살았었다.


근데 엄마는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마음을 가끔 술을 마신 날이면 딸에게 용기 내어 표현했다


얼마 전 지역신문 공모전 당선으로 시상식을 하러 간 날

내 글을 포함 공모전 모음집을 받고 자리에 앉아 보는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지려 했고, 난 엄마에게 사진과 함께 카톡을 보냈다


"엄마 시상식 왔어"

"눈물 나"


엄마는 박수 이모티콘을 보내며


"축하한다. 다음에는 대상"




이라며 답장을 보내왔다.

아주 짧은 답장이지만 난 엄마의 마음을 알 것 같다.

당신 때문에 못 이룬 꿈을 조금씩 이루려고 노력하는 딸에게 미안한 마음을 말이다.

그래서 난 잘 쓰지 못하는  글쓰기라도  놓지 못할 것 같다.

엄마가 나에게 미안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쓴 책을 출간해서 엄마손에 꼭 쥐어드리고 싶다.

얼마나 걸릴지, 아니면 영영 못할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글 쓰는 나를 보여주며 엄마의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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