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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온기 Aug 02. 2021

진정한 꼰대들의 집합체

침입에 대처하는 사람들 이야기

"여보 잘 잤어?  어제는 일찍 잠들어서 카톡 온 거 못 봤네!"

남편은  나의 말에 안부 대신 폭탄을 내게 던졌다

 

"아, 어제 내가 카톡 보내고  좀 있다 누가 현관 비번을 누르면서 문을 열려고 하길래 누구세요? 하니깐 조용해~그래서 문을 열었는데 도망가는 거야!  이 새끼야 하고 쫓아나갔더니 아파트 밖 골목으로 이미 도망가더라고....."




이게 무슨 말이야 도대체!. 가슴이 벌렁거렸다

무슨 일 생기면 어쩌려고 그걸 쫓아간단 말인가

일단 자초지종을 다 듣고 늦은 생사확인을 했지만

별일 없으니 나랑 통화하고 있는 순간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니 감사했다



나와 아이들이 친정에 간사이에  남편 혼자 있다가 생긴 일이라 다행이라는 남편의 말에

진짜 다행인 건지 아닌 건지  

나와 딸 셋은 토요일에 친정에 올라가기 위해 준비를 마치고 남편과 함께 부대  B.X에서 친정집에 가져갈 먹거리를 사러 갔다 점심을 먹고 다시 남편을 집 앞에 내려주고 우린 떠났다. 여기까지가 우리 가족이 함께 있었던 것이고 , 그 뒤로 남편은 외출을 하지 않고 집에 홀로 있었으며 집 앞에 택배가 와 있었는데 모르고 그냥 놔둔 상태였단다.


여기서 소름 끼치는 건 낮에 우리가 나가는 걸 봤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택배박스가 그대로 있고 집에 불이 꺼져 있음을 인지 했을 거라는 느낌이다.


지은 지 25년이 넘은 아파트 군에서 매입을 해서 군인들이 살 수 있도록 한 이곳을 우리는 외부 관사라고 부른다.


90세대가 넘는 한동짜리 아파트이며, 입구엔 비번 출입문이 없으며 아파트 정문은 누구나 드나들어도 뭐라 한마디 안 하는 청소만 하는 관리실이 있는 곳

경비아저씨들의 관리는 오로지 청소일 뿐 보안에 관한 건 개인집 비밀번호와 아주 낡아 사람의 형체도 잘 보이지 않는 CCTV뿐,  경찰이 출동해서 본 아파트 CCTV는 사람을 식별할 수 없었고 소용 가치가 없어 방범 CCTV를 봐야 한다고 했다.  


나와 아이들이 친정에서의 일정을 끝내고 돌아간 집은 남편이 비밀번호를 바꿨지만 무섭기 시작했다.


우린 침입하려던 남자를 모르지만 그놈은 우리 집을 안다 그리고 나와 아이들이 들락 거리는 걸 봤다면

우리 얼굴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집은 1층이다. 불안하다.


우리 집 대각선에 있는 엘리베이터에서 나는
'띵~" 소리만 들어도 난 누르려던 비밀번호를 멈춘다.
혹시 비번이 노출될까 봐 불안해서 사람들이 지나가고
난 다음에서야 집에 들어갈 수 있다

아이들에게 절대 누구라도 문을 열어주지 않을 것을 계속 당부하고 혹시 누가 오더라도 어른이 안 계시니 다음에 오라고 이야기하며 경비아저씨라도 절대 열어주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그다음이 문제다.

군 관사관리반에서는 자신들의 권한이 아니라고 하고

경찰에 신고한 건  담당자가 정해진 건지 연락도 없단다, 관리사무소에서는 주말에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일주일에 3번 출근하는 관리소장이 어떻게 된 일인지 전화 한 통 없다.

군사경찰은 외부에 있는 관사이기때문에 자신들이 할 수 있는게 없다고 한다


관리사무소 바로 코앞에 있는  우리 집에 그런 침입하려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는데 아무도 자기들의 일이 아니란다.  아 이러다가 정말  한 사람이라도 죽고 그제야 경찰들은 처음부터 수사하며 전에 이런 일이 있었는데 미처 대처하지 못했다고 그러며  아파트 사람들은 집값 떨어질까 봐 쉬쉬 하는 그런 일이 발생하는구나"

 우리가 불안하고 누군가 우리를 알고 있다는 생각에 겁이 나는 건 우리만 감수해야 된다는 말인가?


남편은 입주민 회의에 참석했다. 입주민  회의라고 해봐야 관리소장 입주민 대표 외 그 주변 인물들

남편은 가서 장장 1시간을 이야기하고 왔다

CCTV, 출입문, 아파트 관리 등 이러다 사고가 난 뒤에 조치를 할 거냐며 거의 5:1로 샤우팅을 하고 왔단다.

이곳은 세대 간 담배를 피워서 나는 냄새도, 소방도로에 계속 주차를 해도, 절대 방송 한번 하지 않는다

이번에 우리 집에 침입하려던 사건 역시 관리소장까지만 딱 알고 나머지 주민들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단다.

이 일이 꼭 우리 집에만 일어날 거라는 장담을 할 수 있을까? 아파트 보안 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이곳은

그 누구라도 마음먹으면 들어올 수 있는 곳인데 말이다.




지하주차장에서 나는 소변 찌린냄새도(누군가가 쌌으니 나는 냄새가 당연)

안방 화장실에서 나는 담배냄새도 어쩌겠냐고 "참고 살아야지"라는  

말을 하는 아파트 주민협의회

담배냄새 민원도 우리가 예민한 게 아니냐고 몰하 세우는 관리소장


꼰대들의 완전체이다


새벽에 나는 고성방가도,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마다 담배를 물고 불 붙이는 할아버지도, 자전거를 마구 세워 인도로 다닐 수 있는 아파트 길도  사람들은 그냥 다 참고 지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남편에게 그랬다고 한다

"젊은 사람이 말이면 다인 줄 아나? 당신 소속이 어디야?"라고 말이다

꼰대들의 완전체이다


꼰대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들이 그렇게 살아왔으니 너희도 그렇게 사는 거다 라는 의미도 있는 걸로 안다. 당신들도 집에서 담배 피우고 살았고, 아무렇게나 자전거 세우고 새벽이든 뛰어다니고 해도 다 참고 살았으니 우리 보고도 참고 살아야 한다고 강요한다. 우린 그렇게 배우지 않았고 나의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치지 않는다.


CCTV를 교체할 돈이 없다고만 이야기하고 말문이 막히니 소속이 어디냐고 그런다

어딘지 알면? 어떻게 하려고? 아직도 저런 생각을 가진 꼰대들이 아파트 주민협의회 랍시고

완장 차고앉아 있으니 이곳이 안전해질 일이 있을 턱이 있나 아무도 우리 가족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일이 우리 집이 아닌 입주민 회장의 집에서 일어난 일이었다면?

그래서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이 불안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이 완전체 꼰대들은 이런 대처를 할까?

 

꼰대들의 특징 중 또 하나 남들의 힘든 건 열정이라 하고 청춘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아픔은 세상 그 위대한 업적만큼 소중하고 중요한 일이 된다. 뭐 이건 순전히 나의 생각이지만 지금껏 내가 아는 나이 좀 먹었다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랬다.

다른 사람이 힘든 건 "뭘 그 정도 가지고 그래 내가 옛날에는......."으로 일장 연설을 하고

본인이 힘든 건 " 내가 어떻게 살았는데 혹은 내가 어떤 사람인데...."로 시작한다.

그러면서 논리적이지 않아 말문이 막히면 "너 몇 살이야?" 혹은 "너 내가 누군 줄 알아?" 혹은 "너 소속이 어디야?"로 으름장을 놓기 시작하는 것이다. 예전엔 이 말에 사람들이 넘어갔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코웃음이 난다.


누구 한 명도 CCTV를 바꿔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변화도 없다.

여전히 담배냄새가 윗집에서 내려오고 있다

방송을 하면 시끄럽다고 민원 넣는 사람들 때문에 안 한다고 한다.

난 아이들을 두고 외출하지 못한다.

밤에는 외출을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우리는

-예민한 입주민

-신경 쓰이는 입주민

-걸리적거리는 입주민

혹은

-하다가 스스로 지칠 입주민 이겠지만

우리 부부는 지치지도 않을 것이며

공동주택에서는 눈감아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삶이 미덕임을 끊임없이 이야기할 것이다.






에필로그

7월 16일 접수된 경찰서는  8월 2일 오늘까지 민원 접수에 대한 연락이 전혀 없고

군 관사 관리반, 군사 경찰은 자신들의 관할이 아니라 하고

관리사무소는 여전히 그런 일 있었다는 것에 대해

입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문단속에 대한 안내를 하지 않으며

여전히 담배냄새는 내려와  아침 11시쯤 민원을 제기했고  

그 시간에 자는 사람들 때문에 방송을 하면 시끄럽다는 민원이 들어온다며 경비 할아버지가 일일이 세대를 돌아다니며 담배 피운 것을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신기한 게 세대를 돌면서 물어보면

"아 네 죄송합니다 제가 피웠습니다"라고 말하는 진실된 사람이 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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