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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온기 Jul 26. 2021

매너 장착후 당근 하세요

비매너 신고하기

온도는 52.9˚c

활동 배지 17개

무료 나눔 포함 판매상품 113개


나의 당근 스펙

당연히 자랑이다 미니멀라이프이자 제로 웨이스트에게 이보다 좋은 스펙이 있을까?

아름다운 가게, 한살림, 그리고 지역 카페를 통해서 무료 나눔이나 판매한 것 까지 치면

훗.. 어깨 피고 다리 좀 꼬아도 될 것 같다.


본격적 당근을 했던 예전 지역에서는 대체로 사람들이 온화했고 그중 가끔 탈매너를 하고 쳇을 하는 사람이 있었긴 했지만 자주 그런 게 아니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그 사람에겐 판매를 하지 않는 게 나름의 원칙이었을뿐 당근이 아닌 지역 카페에서 중고 판매를 하기 시작한 건 오래라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총 3곳의 지역에서 중고 판매를 했던 기억엔 그리 비매너 사람들은 없었다 오히려 마음이 따뜻한 사람을 만난 일이 많았다


아이들의 유아기 책상 두 세트를 팔기 위해 올려두고 한 분이 연락이 왔다. 유아기 책상을 산다는 건 상대방 역시 그 또래의 아이가 있을 거라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최대한 열심히 닦아서 드린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진심으로 열심히 닦기 시작했다 색연필, 연필 크레파스 스티커 자국을 최대한 없애기 위해서 닦고 또 닦고  아무리 중고를 판매한다고 해도, 중고라고 감안을 한다고 해도 내가 쓰던 흔적은 대부분 지우고 최대한 이물질은 묻지 않게 해서 판매를 해야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화물차를 끌고 오신 분 남매의 아버지

아이들 책상을 중고로 사주는 거라 말씀하시며 책상 하나당 2만 원에 총 4만 원인데 나에게 내민건 5만 원짜리 한 장?

만원의 잔돈을 거슬러 드리려고 하니 그냥 놔두라고 했다.  열심히 닦아주셔서 감사하다며 아이들 빵이라도 사주라면서 만원을 받지 않으시는거다.

그렇게 물건을 팔면서 돈과 함께 따듯한 마음도 함께 받았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하지는 않지만, 단 한 번이라도 이런 일이 있을 땐 나도 그런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반면에 비매너 탈매너 장착 후 물건을 사려는 사람도 많았다. 얼마 전 아이들 사진을 넣어둘 거라며 5년 전쯤 대량으로 사둔 앨범을 정리하려고 판매로 올려두고 있었는데. 한분께서 사신다며 쳇을 걸어왔다.


첫 대화를 했던 4월 30일

1일 시간 조율하기 위해 물어본 뒤 연락이 없음

2일 가능 날짜를 알려주면서 약속을 잡음

3일 첫 대화 이후 3일째 또 급한일이 있다며 다시 연락을 준다 함

4일 그렇게 기다리다 또다시 다음날 약속을 잡았음

5일 밤 10시에 가능하다고 하네요 그래도 네 알겠습니다 대답을 했고 주소까지 보내주었음


급할 거 없다고 생각했고 물건이 어디에 가는 것도 아니고 해서 느긋한 마음을 가지고 이었는데


6일 친척분이 돌아가셨다며 장례식장에 가야 된다고 또 약속 파기

7일 연락 없음

8일 제가 먼저 잘 다녀오셨냐며 연락을 했지만, 약속은 잡지 않았음


그러고 나서 예약 중으로 해 두었던 앨범을 판매 중으로 변경했다.

9일 10일 11일 연락 없었음


12일째 뜬금없이 안녕하세요 이모티콘으로 대화를 요청하고 이틀 뒤에 오기로 약속을 잡았음

13일

14일 약속 날짜 아무런 말도 없이 오지도 않고 사정 이야기도 하지 않았음

15일 집 앞에 놔두기로 하고 송금해주기로 이야기함

16일 송금도 없고, 물건도 가져가지 않았음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로 하고 잊어버리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 첫 대화 이후 31일째

또 대화를 걸어오는게 아닌다

아이가 아파서 입원했었다고  이야기 하는데

"아.... 그러신가요 아이가 아프지 않아야 될 텐데요..."

택배로 보내달라고 한다. 그래서 알겠다고 하고 주소를 검색하니

내가 매주 수업 들으러 가는 길목에 있길래

하지 않아도 될 오지랖이 발동해서 가는 길에 가져다준다고 말했다.


다음날 집 근처 중국집에 맡겨 달라고 해서

그럼 송금 부탁드립니다 라며 5,000원을 입금해줄 계좌번호를 보냈는데 . 또 무응답


입금 확인 후 맡겨놓겠습니다 라고 글을 보낸 후  한참 뒤 이렇게 메시지가 왔다.

입금해달라는 거에 자신을 믿지 못한다고 기분 나빠하는 느낌




이 비매너 구매자와의 장장 한 달간의 레이스는 끝이 났다.

이 사람이 저에게 보여준 신용점수는 -1000점, 대화 후 불쑥 사라지고, 약속 후 취소는 기본이고


나 역시 화가 나서

 

"좀 그런 건 님이 아니신가요?  사신다고 약속하시고 몇 번이나 바뀌고 산다 안 산다 말도 없이 연락 없으시고 그거 제가 다 이해해 드렸습니다 팔아도 그만 기부하면 전 그만입니다(실제로 기부하려고 박스에 넣어둔 상태였다) 지금까지 제게 보여주신 신용도는 생각 안 하시나요? 아무리 개인 사정이라도 그러시는 거 아닙니다 님께 팔기보다 기부하는 게 제겐 더 의미 있는 일이네요 4월 30일 쳇 하시고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자신을 돌아보시죠 그리고 돈을 받고 물건을 맡기는 건 당연한 겁니다 님께서 제게 기분 나빠하실 일은 전혀 없습니다"를 끝으로 전 비매너 신고를 했고,  완전 끝이 났다.


세상사람 다 다르니 내맘같은 사람 한명도 없을 수 있겠지만 , 내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사람대 사람의 예의는 갖추고 살아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 최소한도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화도 나지만 슬프기도 하다.

겉으로보면 다들 멀쩡해 보이니 가려가며 대화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저 아니다 싶으면 가차없이 잘라야 하는 방법 뿐이라는게 아쉽다. 적어도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라며 마음을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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