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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온기 Aug 11. 2021

5화, 처음

에세이



"아빠가 좀 서운해하는 것 같았어  표정에서 느껴지더라" 

엄마도 결혼을 앞둔 딸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고 있었다

지금의 남편과 결혼 과정에서 처음 부모님들이 만나는 상견례가 남아있었다 남편의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홀로 계신 어머니를 배려하고자  어머니와 친정엄마 두 분만 만나시는 거로 의논했다. 그때는 그것이 최대한의 배려라고 생각했다. 내용을  엄마에게 이야기했을 때  표정이 좋지 않았다. 어느 정도 예상을 했지만, 엄마에겐 어쩔 수 없지 않으냐며  설득했다. 그리고 아빠에게는 엄마가 이야기하기로 했다. 아빠가 서운함을  비췄다는 이야기를 엄마에게 전해 들었다. 만약, 지금 그 소릴 들었다면 누구보다 아빠를 먼저 생각하겠지만. 그땐  결혼에 대한 설렘 때문에 아빠의 서운함 따위는 금방 잊혔다. 당일날 배웅하는 아빠의 표정을 아직도 잊지 못하겠다.

상견례 당일, 양가 어머님들과 남편과 나 이렇게 만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사전 양해도 없이 남편의 누나가 나온 것이다. 얘기 안 한 남편도 너무 미웠고 아빠를 모시고 나오지 않은 것도 화가 났다.  그렇게 기분 상했던 상견례는 끝이 났다

아빠는 암 투병 8년째, 두 달 전 말기 판정을 받았다. 이미 8년의 투병생활을 했고 완치를 희망했지만 의사는 더는 항암치료가 소용이 없다고 한다. 아빠에게 나의 미안함을 표현할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빠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빠 너무 미안한 게 있어요 나 결혼할 때  아빠가 상견례에 같이 못 갔잖아요 내가 왜 그랬는지 몰라  미안해요 아빠" 

아빠는 지나간 일은 잊고 미래만 생각하자고 했다. 아빠가 없는 미래에 가슴에 멍든 채 살 것 같아서  곁에 있는 동안 계속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뒤늦게 난 어떤 상황에서도 내 가족이 먼저여야 하는 걸 깨달았다. 남을 배려한다고 내 가족에게 상처를 주면 안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좀 늦었지만, 아빠에게 매일매일 내가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 표현하고 있다. 아빠가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까지 계속할 것이다. 나에게 아빠는 처음 아빠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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