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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온기 Aug 06. 2021

4화, 비

에세이




 중학교 3학년이었던  글쓰기와 문학, 책에 대한 열정이 충만했던 여드름 난 단발머리에 배용준 안경을 끼고 있는 나는, 비가 오는 날이면 가방에 있는 우산을 꺼내지 않고, 버스도 타지 않고 3 정거장을 그냥 걸어갔다.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학교 입구에서 만난 경비아저씨도 우산이 없는 줄 알고 빌려주려고 하신다. 같이 나온 친구들도 정류장까지 같이 쓰고 가자고 다가오는데 난 호의를 거절하고 그냥 걸어갔다. 


말이 세정거장이지 심지어 직선거리를 놔두고 돌아서 더 먼 길로 걸어갔다 이상해 보일만 하다. 남의 시선 신경 쓰는 거 따위 하지 않았고, 비 오는 날이면 그렇게 걸어서 하교했다. 그런 나를 국어 선생님은 너무 신기해했다.  


여중생의 행동이 신기할 수밖에 없다는 걸 어른이 된 후 알게 되었다.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나는 많은 감정의 변화가 있었고, 그중에서 어릴 적에만 있는 감성은 서서히 잊혀진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깐 말이다.

그래서 국어 선생님도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그런 변화로 비를 일부러 맞고 가는 학생을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비를 왜 맞았는지 기억한다. 비를 맞고 집에 가면 손에 얼굴에서 머리카락에서 빗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집에 가면 나에게 면박한 줄 사람이 없었기에 좀 편한 마음으로 빗물을 뚝뚝 흘리며 현관에 서 있는다. 가방도 교복도 젖고 온몸이 젖어 있는 상태로 욕실로 들어간다. 그리고 조금 따뜻한 물에 씻고 나온 뒤, 그 기분을 좋아했다. 엄마는 식당을 했었고 늘 집에는 나 혼자였기에 내가 흘린 빗방울은 엄마가 일을 마치고 올 때쯤이면 다 말라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난 천연의 햇빛으로 말려 개어 둔 옷을 꺼내 입고 나면  냉장고를 열어 먹을 만한 걸 찾았다. 


단지 그런 이유였다 16살 소녀의 감성적인 비 맞기는 멈추지 않았고, 그 후로도  난 그 일련의 과정을 모두 즐겼다. 특히, 폭우가 쏟아지면 너무 행복했다. 아마 비 오는 날의 의식 같은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의식이 멈춘 건 결혼하면서부터였다. 혼자가 아니라 항상 같이 있는 사람이 있었고, 내가 외로울 틈 없이 시간을 보냈다. 결국, 나의 비 맞기는 힘들어하는 나를 스스로 위로하는 방법의 하나였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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